전공의 이탈로 촉발된 의료공백 사태가 발생한 지 100일째를 맞이했지만, 정부와 의료계 간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정부가 의료계를 설득하기 위해 유화책을 제시하며 양보했음에도, 의정 갈등은 평행선을 그리며 악화일로를 걸었다.
지난 2월 19일 '빅5병원' 전공의들의 대거 이탈로 의료공백 사태가 시작된 지 꼭 100일이 되는 29일, 사태 수습을 위한 정부와 의료계의 대화국면은 여전히 열리지 않고 있다.
전공의들의 현장 이탈은 2월 중순부터 3월 중순까지 이어졌다. 2월 26일에는 사직서 제출자가 1만 명을, 3월 7일에는 근무지 이탈자가 1만 명을 넘어섰다.
정부는 의대 정원 증원 발표 이후 세 차례에 걸쳐 유화책을 제시했지만, 의료계와의 관계 개선에는 이르지 못했다.
먼저 급작스러운 의료공백을 우려해 진료유지명령과 업무개시명령을 내렸지만, 전공의들의 현장 복귀가 이뤄지지 않자 의사 면허정지 행정처분을 예고했다. 하지만 총선을 앞두고 유연한 처분을 하겠다며 절차를 정지했다. 현재까지 사전통지만 7,088명에게 발송된 상태이다.
이어 당초 2,000명으로 계획된 의대 정원 증원분을 1,509명으로 축소하는 조정안이 심의·의결되기도 했다.
전공의들의 전문의 자격 취득 지연 문제에 대해서도 근무지 이탈 기간 중 휴가나 병가 사유가 있다면 수련 기간에서 제외하겠다며 한번 더 손을 내밀었다.
그러나 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전공의들의 복귀는 여전히 저조한 상황이다. 지난 23일 기준 전체 레지던트의 8%인 839명만이 근무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의료계 역시 대화 분위기 마련에는 주저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를 유지하고 있으며, 오는 30일 '한국의료 사망선고' 전국 촛불집회를 예고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의료계가 잘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전공의들의 상황을 고려하면 그들이 복귀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것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100일 간의 대치 국면으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 골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서로를 향한 이해와 양보 없이는 사태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어려울 것으로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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