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1990년 바아르 선언문에 대한 평가
1) 1990년 바아르 선언문
'내 이웃의 믿음과 나의 것 - 종교간 대화를 통한 신학적 발견'이라는 주제로 무려 4년이라는 기간에 연구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이 연구를 기점으로 기독교, 정교회, 기독교와 로마 천주교 등의 대표자들이 이 문제를 숙고하기 위해 모였다. 사실 로마 천주교는 WCC의 정회원이 아니라, 옵서버로 참여하는데 이런 중요한 문제에 개입하여 지금까지 강력한 입김을 행사하고 있다. 그 결과 종교 다원주의와 같은 예민한 현안이 다루어졌다.
바아르 선언문은 4대 종교 대표자들이 모여서 만든 것이기에 WCC에 가입한 교회적 합의가 없는 상태로 1990년 1월 스위스 취리히 근처의 바아르에서 열린 이 위원회의 구성원들이 작성한 진술이라고 평가하여 WCC에서 공식으로 채택된 문서가 아니라고 강변하기도 하지만, 이 문서는 1991년 2월 캔버라에서 열린 제7차 WCC 총회에서 토론되었다.
위에 언급된 4대 종교 대표자들 속에는 유대교 지도자들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 WCC 옵서버인 로마 천주교와 대화하는 것은 형식은 그럴듯해 보이지만, 내용은 얻을 것이 없다. WCC에 가입하지 않는 로마 천주교는 혼합주의적 종교이기에 종교 다원주의에 필사적이지만, 유대교는 종교 다원주의를 거부하기 때문이다. 이런 점이 WCC가 종교 다원주의를 정당화하기 위해서 유대교와의 대화보다는 종교 다원주의에 친화적인 로마 천주교와 대화하기를 좋아하는 측면이 강하다. 둘 다 WCC의 회원이 아닌데, 이들과 대화하려는 WCC는 회원 교회의 공감이나 동의를 한 번도 구한 적이 없고 그저 실무진이 위원회를 통해 연구한 것을 기반으로 종교 다원주의를 실행해 가는 것이기에 당장 멈추어야 한다.
「처음부터 기독교인들은 다른 종교를 가진 사람들을 만났고, 때때로 신학자들은 종교 다원주의의 중요성과 씨름해 왔다. 현대 에큐메니컬 운동은 초기(에든버러 1910)부터 기독교 메시지와 여러 종교 세계의 관계를 이해하려고 많은 시도를 했다.」
이 짧은 두 문장은 WCC가 바아르 선언문이 있기 훨씬 오래전인 1910년 에든버러의 세계선교사대회부터 꾸준하게 종교 다원주의에 방향을 잡고 추진해 온 사실을 인정한 것이다. 결국, 에큐메니컬 운동은 시작부터 타종교와의 대화와 종교 다원주의를 목표로 추진한 것이다. WCC는 1948년 암스테르담에서 창립되었지만, 그 전의 활동은 에큐메니칼 운동 차원이었는데, 이 시기에도 물론 다원주의적 성향이 나타나기는 했지만, 기본적으로 1948년 전의 에큐메니칼 운동은 세계복음화를 위한 협력에 두었던 것으로 평가된다.
필자는 한국교회의 6대 신앙의 가문에서 자랐기에 타종교와의 대화보다는 타종교인에게 복음을 전하기 위해 애써온 집안이다. 기독교 복음 전도의 사명은 초신자도 자신이 죽음의 종교에서 벗어나서 기독교인이 된 것을 하나님의 은혜로 여기기에 감사하면서 타종교인에게 복음을 전하는 일에 열성이다. 과연 기독교인이 종교 다원주의에 힘써오고 있다는 바아르 선언문의 진단이 정당한가? 개교회를 굳게 지키는 성도의 신앙을 몰라도 한창 모르고 있는 것이 WCC이다.
1975년 나이로비 WCC 총회 이후 타종교와의 대화 속에서 모색된 다원주의라는 공동의 모험은 주로 "공동체의 대화"로 여겨져 왔다. 여기서 말하는 공동체는 지구촌 공동체로 타 종교와의 대화를 전제로 한 것이다. 이것은 기독교인이 공유하는 공동체에서 다른 신앙을 가진 이웃들과 대화를 통하여 평화, 정의, 자연과 인간의 관계와 같은 문제를 탐구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주장은 지구촌 공동체가 당면한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기독교인이 타종교와 공동의 공동체적 관심 사항을 논의한다는 측면이라기보다는 종교 다원주의의 이념으로 타종교와의 대화를 모색한다는 의도를 보여준 것이다.
바아르 선언문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서 기독교인이 상호 의존적인 세계의 공통적인 문제에 직면할 때, 마치 기독교가 유일한 믿음의 사람들인 것처럼 행동할 수 있다는 사실을 지적하면서 타종교와의 대화에 소극적이라는 측면을 은근히 비판한다. 그러면서 기독교 보다는 오히려 세계의 다양한 종교전통이 지구촌 공동체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지혜와 영감을 주고 있다고 평가함으로써 기독교가 오히려 종교 다원주의에 소극적이라고 비판한다.
바아르 선언문에 담고 있는 주장은 위원회가 일방적으로 진행한 토론의 내용이기에 교회적 합의 없이 보고된 것이기에, 정당성이 없으며 더구나 타종교인에게 예수 복음을 통한 구원의 절대성을 강조해온 지난 2천 년의 기독교 전통을 한순간에 종교 다원주의라는 이념으로 무력화시킨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바아르 선언문에는 다음과 같이 중교 다원주의에 대한 분명한 신학적 입장이 정리되어 있다. (계속)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press@cdaily.co.kr
- Copyright ⓒ기독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소기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