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아동권리 NGO 세이브더칠드런은 세계 물의 날을 맞아 기후위기 취약 국가 아동의 안전한 식수 사용을 위해 방글라데시에서 탄소저감형 식수시설 지원 사업을 펼친다고 22일(금) 밝혔다.
매년 3월 22일인 ‘세계 물의 날’은 유엔이 물의 소중함을 일깨우고 물 부족과 수질 오염에 대한 국제적인 관심을 이끌기 위해 1993년 지정한 기념일이다. 올해의 주제는 ‘평화를 위한 물 활용(Leveraging water for peace)’으로 세계적으로 분쟁이 급증하고 기후 위기가 심화하는 가운데 수자원을 보호하기 위한 국가 간의 협력을 강조한다.
방글라데시는 도시와 농촌 지역에서 보편적인 식수 접근을 높이기 위해 노력해 온 국가 중 하나이다. 유엔 발표에 의하면, 방글라데시 인구의 약 98%가 식수원에 대한 접근성이 좋아졌으나 문제는 수질이다. 아동의 뇌 발달과 건강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비소, 대장균 등 미생물에 오염된 식수를 사용하는 인구는 여전히 46.7%에 달한다. 특히 방글라데시 전체 인구의 11.8%에 달하는 1,750만 명은 국가 수질 기준(50ppb)을 초과하는 비소가 함유된 물을 이용하고 있다.
더 나아가 방글라데시는 지리적 위치와 지형적 특성으로 기후 재난에 취약한 국가이다. 세계기후위험지수(Global Climate Risk Index)에 따르면 방글라데시는 2000년부터 2019년까지 기후위기 영향을 많이 받은 7번째 국가로 연평균 사망자 수가 572.8명이며 연간 평균 기후 재해 피해액이 1,860만 달러에 달한다. 기후위기로 해수면이 상승하고 지하수 내 해수가 침투하면서 안전한 식수 이용이 어려운 지역이 늘어났다. 지하수로 침투한 해수는 토양의 염도를 높여 농업 생산량에 영향을 미치고 식수, 생활 및 농업용수 확보를 어렵게 만들어 지역주민의 생활에 영향을 준다. 방글라데시 해안 지역이 쌀 생산량의 25%를 차지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농업용수 관리는 식량 안보 확보에도 매우 중요하다.
특히 방글라데시 서남부의 쿨나(Khulna)주 사트키라(Satkhira) 지역은 인도양 벵골만을 접하고 있어 기후변화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지역 중 하나다. 갠지스강 하류에 위치해 삼각주를 품은 쿨나 주는 건기가 되면 유속이 느려져 바닷물이 인근 강과 운하로, 이어서 토양으로 스며드는 염분 침투 현상이 발생한다. 염분 침투에 영향을 받은 가구의 수가 2014년 대비 2020년에 약 16배 증가하는 등 지역사회의 취약성이 더욱 커졌다. 기상이변으로 사이클론, 폭풍, 해일 등이 발생하면서 어업과 농업 생산량에도 영향을 미쳤다.
사트키라 지역에 거주하는 마디아(48세, 가명) 씨는 “이웃의 우물물을 이용한 후에 우리 가족은 여러 질병을 겪었다. 피부 질환을 겪은 이웃도 있었다. 우물물로 밥을 지었는데 색깔도 맛도 좋지 않았고 밥을 한 지 몇 시간이 되지 않아 상해버려 쉰내가 났다. 우물물에 녹물, 비소, 염분이 섞여 있다는 걸 알아도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며 식수 문제로 겪은 어려움을 전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사트키라 지역에서 기후위기로 인한 물 관련 취약성을 감소시키고 대응 역량을 높이기 위한 기후변화적응 탄소 저감형 식수시설 지원사업을 추진한다. 사트키라 지역 내 5개 지역사회에 탄소저감형 정수시설을 설치하고 효과적인 물 관리 시스템을 도입한다. 정수시설 가동에 필요한 전기를 태양광 발전으로 생산함에 따라 화석에너지를 사용하는 시설에 비해 탄소배출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 수자원 보호를 위해 자연 기반 해법으로 저수지 경계를 강화하고, 모래 여과 필터를 설치해 수질을 개선할 계획이다. 더 나아가 지역 청소년을 중심으로 안전한 식수 이용에 대한 권리 인식을 높이고 수자원 관리 역량을 키우는 행사를 개최하는 등 기후변화에 적응을 위한 교육을 진행할 예정이다.
학교 내 안전한 식수 이용을 위해 공립 초등학교에는 지역사회의 정수시설을 확장 연결한 음수대를 설치한다. 음수대 설치 전, 사트키라 지역 학생들은 집에서 물을 끓이거나 정수한 물을 가지고 와야 했으며 연못이나 우물에서 안전하지 않은 물을 마시고 설사, 이질 등 수인성 질병을 겪기도 했다. 질병으로 결석률이 높은 아동이 진급을 하지 못하는 예도 있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지역주민이 직접 식수 시설을 관리할 수 있도록 역량 강화 교육을 진행해 다양한 식수 시설의 수리 시범 교육을 진행한다. 교육을 받은 주민들은 식수관리위원회와 여성 이용자 그룹과 연대해 지역 내 식수 시설 관리에 동참할 예정이다.
방글라데시를 비롯 기후위기대응을 총괄하고 있는 세이브더칠드런 국제사업3팀 채은지 팀장은 “깨끗하고 안전한 물은 인간의 필수적인 권리이다. 안전한 물을 구하지 못하는 지역사회에서는 아동이 질병에 걸릴 수 있고 건강한 발달에 영향을 받는다. 현재 방글라데시는 기후변화로 물 관련 취약성이 높아진 국가 중 하나다”고 했다.
이어 “세이브더칠드런은 기후변화 적응을 위해 탄소 배출을 최소화하는 식수 시설을 설치하고 지역사회와 함께 운영 및 관리한다. 물을 주로 활용하는 여성을 중심으로 여성 이용자 그룹을 조성해 목소리를 대변하고 지역사회 내 인식 전환에 힘쓸 예정이다. 특히 노인, 유아를 동반한 여성, 학생과 장애를 가진 주민이 우선 사용할 수 있도록 지원해 취약계층이 소외되지 않도록 지원할 계획이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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