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고기
도서 「가시고기」

지난 2000년 1월 31일 저자 조창인 작가의 장편 소설인 <가시고기>가 최초로 발행됐다. 출간된 이후 <가시고기>는 300만 부 이상이 팔렸으며 베스트셀러 도서가 되었으며 지난 2월 개역증보판으로 다시 독자들 곁을 찾아왔다.

본 도서는 독자들이 ‘아버지의 사랑은 어떤 모습일까?’에 대한 질문을 가지면서 아버지의 사랑을 가늠하게 해준다. 속내를 드러내지 않지만, 깊은 곳에 감춰진 숭고한 자기희생의 사랑, 그래서 더 슬프고 아름다운 아버지의 사랑이다.

알을 낳고 떠나는 엄마가시고기를 대신해 새끼를 돌보고, 결국은 자신의 몸까지 내어주는 아빠가시고기. 주인공 정호연은 그런 가시고기 아빠다. 삶의 전부인 아들은 백혈병에 걸렸다. 게다가 골수이식이 아니면 더 이상 희망이 없다. 아들을 위한 최선은 무엇일까. 아들을 살릴 수만 있다면 내 몸은 뜯어 먹혀도 좋은 가시고기 아빠의 숭고한 사랑이 책 속에 담겨있다.

저자는 책 속에서 “백혈병에 걸렸습니다. 아빠는 무슨 병인지 말해주지 않았어요. 단 한번도. 앞으로도 그럴 게 뻔해요. 우리 병실에는 온통 백혈병과, 백혈병 사촌인 재활불량성빈혈 환자들만 있어요. 알고 싶지 않아도 저절로 알게 된답니다. 백혈병이 얼마나 끔찍한 병인지도요. 나는 키가 작은 편예요. 백혈병에 걸린 2년 동안 다른 애들은 쑥쑥 자랐지만 나는 그대로랍니다. 백혈병이 내 키를 나무 기둥에 쾅쾅 못 박아둔 거죠. 또 백혈병은 심술쟁이 고양이 톰 같아요. 나는 새앙쥐 제리 꼴이고요. 아무리 도망쳐도 끈질기게 쫓아오는 고양이 톰처럼 나를 못살게 굴지요”고 했다.

이어 “그 모든 것이 착각이었을까. 한순간의 신기루, 꺼져가는 촛불의 마지막 휘황찬란한 발광, 혹은 운명의 심판자가 던져준 값싼 위로나 최후의 동정이었을까. 아버지의 과도한 욕망이 빚은 참혹한 결과였을까. 그는 벽에 등을 기댄 채 서서 굳게 잠긴 중환자실 철문을 노려보고 또 노려보았다. 다시는 찾지 않겠노라 다짐했던 병원에, 그것도 응급실을 거쳐 중환자실에 아이를 입원시킨 직후였다. 병원을 벗어난 지 꼭 36일 만이었다. 고작 거기까지였다”며 “산다는 것은 고통과 직면하는 일이기도 하다. 안다. 알고 있다. 그렇다고 고통이 무리지어 올 것까지는 없다. 기어코 맞닥뜨려야 할 고통이라면 차례라도 지켜야 옳다. 죽음이 고통의 끝이라면, 적어도 어느 하나는 해결되어야 마땅하다. 죽음은 진작 손을 내밀면 잡힐 듯 가까이 있었다. 아이가 투병을 시작한 이래 줄곧 그러했다. 아이의 위태로운 행보에 동행할 수밖에 없는 삶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희망이 아이를 감싸고 있다. 아이는 희망의 이름으로 소생하는 중이다. 참으로 오랜만에 그는 살아야 할 분명한 이유와 마주한 셈이다. 그러나, 아이와 무관하게 죽을 거란다. 아이가 자신을 남겨두고 홀로 가버릴까 늘 서럽고 무서웠다. 이젠 아이를 남겨두고 그 혼자 가야 한단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세상에서 사랑하는 사람은 아빠뿐이고, 아빠가 사랑하는 사람도 나뿐이죠. 사랑하는 사람끼리는 언제까지나 함께 있어야 한다고 말한 건 바로 아빠예요. 그렇게 중요한 걸 왜 까먹은 걸까요. 내가 없어지면 아빠는 어떻게 될까요. 아빠 말대로 속이 시원할까요. 자꾸만 가시고기가 생각납니다. 새끼가시고기들이 떠난 뒤 돌 틈에 머리를 박고 죽어가는 아빠가시고기 말예요. 내가 없어지면 아빠는 슬프고 또 슬퍼서, 정말로 아빠가시고기처럼 될지도 몰라요. 만일 내가 엄마를 따라 가게 된대도 아빠가 쪼금만 슬퍼했으면 좋겠어요. 우린 언젠가 다시 만날 테니까요”고 했다.

끝으로 저자는 “아들아, 그 동안 네가 이렇게 아팠구나. 아빠는 몰랐다. 네가 아프다면 아픈 줄만 알았지, 그 고통의 깊이가 어디까지인지 알지 못했다. 아들아, 네가 이다지도 크나큰 고통 속에서 그 허다한 날들을 보냈구나. 아들아, 가녀린 몸으로 그 높은 고통의 산들을 어떻게, 무슨 수로 다 넘어왔니. 아들아, 미안하다. 아빠는 미처 몰랐다. 아프면 그냥 대신 하고픈 마음이었는데, 그 마음조차 네가 겪었을 고통 앞에서는 한없이 초라한 것이었구나”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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