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

성경을 읽는 독자는 대부분 이미 믿음을 가진 신자입니다. 어차피 번역본인데 그 나라에 맞게 쉽게 번역했으면 합니다. 일상적인 사건마저도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야만 이해할 수 있도록 번역한 것 같습니다. 마틴 루터가 독일어로 성경을 번역한 이유도 모든 신자가 마음껏 성경을 쉽게 자유롭게 읽을 수 있도록 한 것 아닌지요? 전문가들의 해석이 없어도 쉽게 읽을 수 있도록 문자적으로 쉽게 성경을 번역해 주었으면 합니다.

[답변]

박진호 목사
박진호 목사

우선 모든 책의 번역은 원어와 원문의 뜻과 정확하게 일치하도록 번역해야 합니다. 원문대로 번역하지 않고 이해하기 쉽게만 번역하면 자칫 본연의 뜻이 훼손됩니다. 하나님의 영적 진리를 계시한 성경은 더더욱 그래야만 합니다. 굳이 성경이 어렵다는 불평을 표하려면 번역본보다 성경의 원저자에게 해야 합니다.

그리고 마르틴 루터가 성경을 독일어로 번역한 목적이 단순히 쉽게 읽으라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쉽게'라는 우리말의 뜻은 "어렵지 않게"도 있지만 "편리하게"라는 뜻도 있습니다. 종교개혁 전까지도, 성경이 저작된 지 1400년이 넘도록 성경을 사제들이 독점했습니다. 일반 신자들은 사제가 미사 때 라틴어판으로 아주 짧게 강론해 주는 간접적 형식으로만 성경을 접할 수 있었습니다. 루터는 일반 신자들도 원본의 의미대로 성경을 직접 읽을 수 있게 하려고 독일어로 번역한 것이지, 원문을 알기 쉽도록 바꾸어서 번역한 것이 절대 아닙니다.

성경을 앞뒤로 연결해 반복해서 읽으며 깊이 묵상하면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성경에는 심오한 철학적 용어나, 복잡한 논리적 과학적 설명이 사실상 없습니다. 물론 저작 당시의 문화적 역사적 상황이 지금과 크게 달라서 이해하기 어렵거나 추가 설명이 필요한 영적인 진리를 계시한 부분들은 있습니다. 그런 경우는 이미 많이 출간된 주석이 붙은 ‘Study 성경’이 그 해답을 제시해 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원문의 뜻을 손상하지 않은 범위에서 쉽게 번역한 성경도 많이 출간되어 있습니다. 크게 구분하자면 ‘쉬운 번역’과 ‘의역’(意譯), 두 가지로 나눠집니다. 첫째는 원어의 단어와 문구만 쉬운 현대어로 바꾸되 문장의 형식은 그대로 살리는 것인데, ‘현대인의 성경’과 ‘우리말 성경’ 등이 그런 예입니다. 둘째는 더 나아가 원문의 단어, 문구, 문장 구조와 관계 없이 뜻만 같게 바꾸는 의역인데, 대표적으로 ‘메시지 성경’이 그러합니다. “문자적으로 쉽게 성경을 번역해 주었으면” 하고 바랐는데 이미 다 그렇게 해놓았다는 뜻입니다.

구약의 원어 히브리어와 신약의 원어 헬라어의 고유한 표현이나 문맥상의 미묘한 의미를 다른 언어의 번역본으로만 이해하기에는 필연적으로 어려움이 따릅니다. 그렇다고 무조건 쉬운 의미로 번역하려다 보면 자칫 성경 원저자의 의도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쉬운 번역과 의역은 전체적인 대강의 줄거리를 이해하는 데는 도움이 되나, 아무래도 번역자의 개인적인 주관과 현대적 사고가 하나님의 완전하신 말씀에 반영될 수도 있습니다.

모든 성경 번역본은 신학, 언어, 역사, 문화 등 관련 분야 전문가들이 최선의 노력을 다해서 원문대로 번역한 것입니다. 본인이 읽기에 가장 적합한 번역본을 골라서 읽으시면 됩니다. 그럼에도 이왕이면 원문대로 자구별로 일치시켜 번역한 성경을 읽는 편이 하나님의 뜻을 더 정확히 알 수 있을 것입니다. 형편이 닿는다면 쉬운 번역본보다는 주석이 붙은 Study 성경을 구매해서 참조하시길 감히 권해드립니다.

2024/1/12

* 이 글은 미국 남침례교단 소속 박진호 목사(멤피스커비우즈한인교회 담임)가 그의 웹페이지(www.whyjesusonly.com)에 올린 것을 필자의 허락을 받아 게재한 것입니다. 맨 아래 숫자는 글이 박 목사의 웹페이지에 공개된 날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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