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학생인권조례 폐지안이 지난 15일 충남도의회 문턱을 넘어선 가운데, 서울 학생인권조례도 11년 만에 폐지 위기를 맞았다.
학생들 인권 보호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던 학생인권조례가 최근 '교권 추락' 원인으로 지목되면서 존폐 기로에 서게 된 것이다.
서울시교육청은 폐지안이 본회의를 통과할 경우 재의를 요구하는 것은 물론 대법원에 무효소송도 제기한다는 입장이다.
17일 교육계에 따르면 서울시의회 교육위원회는 오는 19일 회의를 열고 학생인권조례 폐지안을 심의한다.
이 폐지안은 올해 2월 주민 청구로 처음 발의돼 김현기 서울시의회 의장 수리로 한달 뒤 상임위원회인 교육위로 이관됐다. 그러나 조례안 처리를 두고 여야 갈등이 격화되면서 지금까지 심사는 보류돼왔다.
국민의힘 소속 시의원(76석)이 전체 의석수(112석)의 약 68%를 차지하는 만큼 폐지안이 상정되면 22일 본회의에서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
충남에 이어 학생인권조례 폐지안이 의회 문턱을 넘은 두 번째 사례가 되는 것이다. 지난 15일 충남도의회는 학생인권조례 폐지 조례안을 전국 처음으로 통과시킨 바 있다.
◈"학생 권익 증진" vs "교권 침해 원인"…논란 속 폐지 가시화
서울 학생인권조례는 주민발의 형태로 제정돼 지난 2012년부터 시행됐다.
조례에는 학생 인권을 모든 학교 생활에서 최우선적으로 보장 받아야 하는 권리로 규정하고 있다. 조례에 따라 학생들은 차별 받지 않을 권리, 폭력으로부터 자유로울 권리, 휴식을 누릴 권리 등을 보장 받는다.
학교 또는 교사는 학생을 성별, 종교, 성적지향 등을 이유로 차별할 수 없으며 학생에게 체벌 등 물리적 폭력을 가해서도 안 된다. 학생인권조례가 제정되면서 학생 체벌과 복장·두발 규제 등이 사라지는 등 학생 권익이 증진됐다는 평가가 많았다.
그러나 지난 7월 '서이초 교사 사망'을 계기로 교권을 보호해야 한다는 요구가 높아지면서 학생인권조례는 위기를 맞았다. 학생인권조례가 학생 인권 만을 부각시킨 탓에 교권 위축이라는 부작용을 가져왔다는 비판 여론이 생긴 것이다. 일각에서는 조례에 적힌 학생의 '휴식권'과 '차별 받지 않을 권리' 등을 오남용하는 사례가 많아졌다고 문제 삼기도 했다.
이런 여론을 일부 수용해 시교육청도 학생의 책무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조례안을 개정해 발의했지만 시의회로부터 받아들여지진 않았다.
이런 분위기 속에 교육부가 지난달 '학교 구성원의 권리와 책임에 관한 조례' 예시안을 내놓으면서 학생인권조례를 시행 중인 전국 시도의 폐지 움직임도 더욱 가시화됐다. 교육부 예시안에는 학생의 차별받지 않을 권리, 사생활의 자유, 휴식권 등 관련은 모두 빠져있다. 서울과 충남을 제외하고 경기도, 광주, 전북 등이 현재 조례 폐지를 추진 중이다.
최근 학생인권조례 대항마 성격의 조례안이 국민의힘 주도로 발의되기도 했다. 김혜영 시의원 등 국민의힘 소속 시의원 70명이 지난 7일 공동 발의한 '서울특별시교육청 학교구성원의 권리와 책임에 관한 조례안’이다.
당초 조례안에는 학생인권조례를 폐지한다는 부칙과 인권옹호관 제도를 없앤다는 조항이 있었지만, 이를 들어내는 조건으로 시교육청이 조례안을 수용하기로 하면서 해당 내용은 빠지게 됐다.
◈실제 폐지까지 수 개월 걸릴 듯… 서울교육청 "소송 제기도 고려 중"
학생인권조례 폐지안이 이달 본회의를 통과하더라도 바로 폐지되는 것은 아니다. 시교육청이 시의회 의결에 제동을 걸 수 있는 여러 장치가 있기 때문이다.
시교육청은 폐지안이 가결될 경우 재의를 곧장 요구한다는 방침이다. 지방자치법에 따라 시의회 의결이 공익을 현저히 해친다고 판단될 경우 교육감은 이를 이송 받은 날로부터 20일 안에 재의를 요구할 수 있다.
시교육청 재의 요구에 따라 시의회는 다음 회기 때 이를 다시 심의하게 된다. 이는 내년 2월쯤으로 예상된다.
재의결은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 상태에서 출석 의원의 3분의 2가 찬성해야 이루어지는데, 현재 국민의힘 의석 수가 3분의 2를 넘는 만큼 재의결될 가능성 역시 높다.
이 경우 시교육청은 이를 공포하지 않고 대법원에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다. 시교육청은 이 시기가 내년 3~4월쯤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학생인권조례 폐지까지는 수개월이 걸릴 수 있는 것이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재의결이 이뤄질 경우 소송도 고려하고 있다"며 "학생인권조례 폐지를 1년 유보하자는 논의도 있었지만, 합의가 도출되진 않은 것으로 전해들었다"고 밝혔다.
한편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지난 13일부터 서울 시내를 돌며 학생인권조례 폐지 반대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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