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 연방대법원의 동성결혼 금지 위헌 판결은 이 문제에 대한 변화된 미국민들의 인식을 반영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이 가운데 교회는 동성애자들에게 점차 수용적으로 되어가는 사회와 문화의 도전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를 고민해보지 않을 수 없게 됐다.
교회가 받고 있는 이러한 도전을 더욱 분명히 보여주는 동시에, 그 물결이 교회 밖뿐 아니라 교회 안까지 이미 밀려들고 있음을 보여주는 자료가 공개됐다. 미국의 종교와 사회 관련 전문 리서치 기관인 바나 그룹(Barna Group)은 4일(현지 시각) 미국 종교인들의 동성결혼에 대한 의식이 지난 10년 간 어떻게 바뀌었는지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10년간 모든 종교 그룹에서 동성결혼 찬성 증가
개신교인들에서 지지 비율 가장 낮아
조사 결과는 모든 종교 그룹에서 동성결혼에 대한 찬성자가 늘어났음을 뚜렷이 보여줬다.
개신교인들은 2013년 현재 32%가 성적 소수자들에게 결혼을 포함한 동등한 권리를 주기 위해 법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가톨릭교인들의 경우 57%, 타종교인들은 63%, 무종교인들은 89%가 같은 생각을 갖고 있었다. 2003년 각 집단에서 24%, 35%, 49%, 66%가 이같은 생각을 갖고 있던 것에 비해 확연한 증가를 확인할 수 있다. 한편, 같은 기간 전체 미국민들 가운데서는 42%에서 53%로 성적 소수자를 위한 법 개정을 지지하는 이들이 늘어났다.
자연히 전통결혼을 지지하는 이들은 줄어들었다. 결혼이 '한 남성과 한 여성의 결합'이어야 한다는 관념에 찬성하는 개신교인은 2003년 75%에서 70%로, 가톨릭교인은 64%에서 50%로, 타종교인들은 45%에서 40%로, 무종교인들은 26%에서 18%로 감소했다. 전통결혼을 옹호하는 전체 미국민 수는 52%에서 48%로 줄었다.
요컨대, 오늘날 전체 미국민들과 마찬가지로, 개신교인을 제외하고는 모든 종교 그룹에서 절반을 넘는 대다수가 동성결혼을 사실상 납득하고 있으며, 결혼이라는 것이 반드시 이성 간에 이뤄져야 할 필요는 없다는 견해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가 단 10년이라는 세월 동안에 일어났다.
단, 동성결혼과 같은 성적 소수자들의 권리 문제가 아닌, 동성애 자체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상대적으로 적은 수의 종교인들만이 확신하고 있었다. '동성애 관계가 도덕적으로 합당한가'에 대해 개신교인들은 15%만이 긍정적으로 답했고, 가톨릭교인들은 37%, 타종교인들은 50%가 같은 반응을 보였다. 종교가 없는 사람들의 경우에는 70%가 동성애가 도덕적으로도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으며, 미국민 전체는 37%가 동성애 관계를 이처럼 받아들이고 있었다.
개신교인 안에서도 교파와 나이 따라 견해차
복음주의 교인·나이 높을 수록 보수적
이번 조사 연구 결과에서 우리가 주목해야할 점은 개신교인 안에서도 교파와 나이에 따라서 동성결혼에 대한 견해차가 벌어졌다는 것이다.
특히 개신교 내 복음주의 교파에서는 전체 개신교인들의 변화하는 인식에도 불구하고, 동성결혼에 수용적인 태도를 보이는 이들의 수가 매우 소수인 것으로 드러났다. 오히려 10년 전에 비해 그 수가 더 줄어들어, 유일하게 사회적·문화적 흐름에 영향을 받지 않고 있음이 두드러졌다.
2003년 12%의 복음주의 교인들이 성적 소수자들을 위해 법을 바꾸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현재는 5%만이 이를 지지했다. 또한 전통적 결혼관을 가진 이들도 90%에서 93%로 증가했다. 동성애 관계가 도덕적으로 납득 불가능하다는 견해도 95%에서 98%로 늘었다.
바나 그룹 데이빗 키너먼 대표는 이같은 결과에 대해, "어떻게 보면 이는 복음주의 교인들의 고결한 신앙적 주의를 보여주는 것일 수도 있고, 또 어떻게 보면 이는 그들의 억압적인 사회적 관점을 나타내는 것일 수도 있다"며, 복음주의 교인들 안의 이같은 인식이 받아들이는 입장에 따라서 다르게 해석될 수 있음을 설명했다.
한편, 나이에 따라서도 개신교인들은 동성결혼에 대한 시각이 달라졌다. 전체 미국민들을 놓고 볼 때와 마찬가지로, 개신교인들 역시 40대 이하의 젊은 세대일 수록 40대 이상의 기성 세대보다 성적 소수자들의 권리에 대해 긍정적이었고, 전통 결혼을 고수하지 않았으며, 동성애 관계를 도덕적으로도 문제가 없다고 믿고 있었다.
동성애 문제는 피할 수 없는 과제
신학적 준비와 분열 막기 위한 노력 필요
이 조사 결과들이 의미하는 것은 결국 무엇인가? 그것은 동성결혼을 포함한 성적 소수자들의 문제가 미국 사회 전체뿐 아니라, 교회로서도 더 이상 모른 척 할 수 없는 중대한 과제가 됐다는 사실이다.
지금 당장 이 문제에 모든 교회가 어떻게 대처해야 한다는 식의 일괄적인 해답을 찾는 것은 무리일 것이다. 그러나 키너먼은 몇 가지 제안을 교회에 조심스레 던졌다.
첫째는, 교회가 점차 증가할 성(性)과 결혼에 대한 질문에 답할 준비를 갖추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른바 '몸의 신학(theology of the body, 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주창한 것으로 인간의 성과 사랑을 다룸)'을 재정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키너먼 대표는 "이러한 문제들에 대한 기독교의 응답은 관계의 윤리, 즉 성이 우리 인간의 관계와 상호성의 측면을 지니고 있다는 점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둘째는, 동성애 등의 문제가 교회 안의 세대 분열로 이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키너먼 대표는 "젊은 기독교인들을 대상으로 한 바나 그룹의 조사들을 보면 그들이 이같은 문제들에서 동의하지 못해 교회를 떠나는 많은 경우를 볼 수 있다"며 "우리가 왜 성경적 가치를 고수해야 하는지 그들에게 힘 있고 설득력 있는 이유를 제공하지 못한다면, 다가오는 미래에 청년들과 교회 간의 거리는 더욱 멀어지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