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아동권리 NGO 세이브더칠드런이 파키스탄 정부의 미등록 외국인 추방 발표에 따라 자국으로 돌아가게 된 아프가니스탄 난민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고 7일(화) 밝혔다.
파키스탄 정부는 자국 내 미등록 체류자 170만 명에 대해 10월 31일까지 자발적으로 떠나지 않을 경우, 강제 추방하거나 체포하겠다고 방침을 밝히며 아프간 난민이 자국으로 돌아갈 위기에 처했다. 지난 6주간 약 12만 명의 아프간인이 국경을 넘어 고국으로 돌아갔다. 파키스탄 정부는 이번 정책이 아프간인들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고 발표했으나 미등록 외국인 중 아프간인이 대다수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이브더칠드런은 국경을 넘은 아프간 아동과 가족들 대부분 머무를 곳이 없으며, 음식을 구하거나 임대료, 교통비를 감당할 돈이 없어 생활고가 우려된다고 밝혔다. 고국으로 돌아가더라도 생계가 막막하고 지낼 곳조차 없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며, 일부 난민 중에는 파키스탄에서 태어나 단 한 번도 아프가니스탄에 가본 적 없는 아동도 포함돼 있다. 유엔에 따르면 파키스탄을 떠난 아프간 난민의 86%는 체포가 될 것이 두려워 귀국을 결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군다나 아프가니스탄은 현재 최악의 인도주의적 위기를 경험하고 있다. 30년 만에 찾아온 극심한 가뭄으로 전례 없는 수준의 빈곤과 영양실조가 이어지고 있다. 아프간 내 5세 미만 아동 중 320만 명이 급성 영양실조에 걸린 것으로 추정되며, 경제 위기로 인구 3명 중 2명은 인도적 지원이 필요하다. 특히 지난 10월 아프간 서부 헤라트주에서 네 차례에 걸친 지진이 발생하면서 식량 불안정이 한층 심화됐다. 아프간 난민들이 고향으로 돌아가더라도 의료, 보호, 교육 등 기본적 권리를 보장받기 어려운 이유다.
아프간 소년 자비드(17세, 가명)는 “저는 (파키스탄) 라호르에서 태어났지만, 학교에 갈 수 없었다. 지금은 갈 곳이 아무 데도 없다. 아프가니스탄에 가더라도 살 집이 없다. 가족들과 토르캄 국경에서 3일을 대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소년 카말(14세, 가명)은 “우리 가족은 최종 목적지에 갈만한 돈도 음식도 없다”고 걱정했다.
토르캄 국경 인근을 찾은 세이브더칠드런 아프가니스탄 사무소장 아샤드 말릭은 “현재 국경지대에는 수천 명이 적절한 대피소나 수돗물, 화장실도 없는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지내고 있다. 아동들은 정서적 스트레스에 노출됐으며 국경을 오가는 트럭 근처에서 위험하게 놀고 있었다. 국경 지역은 아이들이 있을만한 곳이 아니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파키스탄에서 뿌리째 뽑힌 아프간인들의 삶에 안정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들을 기다리는 건 최악의 인도주의적 위기뿐이다. 이미 아프간은 국제 원조의 축소로 긴급한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 많으며, 추운 겨울이 다가오며 인도적 위기가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아프가니스탄은 대규모 인구 유입에 대처할 수 없는 상황이다”고 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아프가니스탄 국경 인근에 이동식보건팀을 구성해 파키스탄에서 넘어온 아프간 난민에게 보건, 영양, 심리 사회적 지원 등을 제공하고 있다. 또한, 아동용 화장실과 놀이터를 갖춘 대피소와 식수 및 화장실 등 위생 시설을 건설해 대규모 난민 유입에 대비하고 있다.
아울러 1976년부터 아프간 전역에서 분쟁과 자연재해로 피해를 본 아동과 가족을 위해 인도적 지원 사업을 펼치고 있다. 2021년 8월 탈레반의 재집권 이후, 아동 210만 명을 포함해 400만 명을 대상으로 보건, 영양, 교육, 아동보호, 위생, 생계 및 식량 지원 사업을 이어왔으며, 세이브더칠드런 코리아는 지난 2년간 약 14억 7천만 원 규모의 인도적 지원 기금을 지원했다. 지난달에는 지진 피해를 당한 헤라트 지역 아동과 가족에게 30만 달러, 한화로 약 4억 3백여만 원을 지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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