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아동권리 NGO 세이브더칠드런은 전 세계 식량위기 속 급성 영양실조에 걸린 아동을 구하기 위해 글로벌 헝거(Hunger) 캠페인을 추진한다고 최근 밝혔다. 세계 식량의 날(10월 16일)을 맞아 진행된 이번 캠페인은 '굶주림이 아이의 세상을 갉아먹는다'를 주제로, 심각한 급성 영양실조와 같은 굶주림이 아동의 생명은 물론 기쁨과 슬픔, 아픔 등의 감정과 의사나 과학자, 축구선수 등을 꿈꾸는 아동의 미래를 갉아 먹는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세이브더칠드런의 조사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1억 5천3백만 명의 아동이 극심한 기아에 직면해 있으며, 이는 2022년 초에 비해 2천3백만 명이 증가한 수치이다. 특히 15개 위기 국가(남수단, 니제르, 마다가스카르, 말리, 부르키나 파소, 수단, 소말리아, 아이티, 아프가니스탄, 에티오피아, 예멘, 차드, 케냐, 콩고민주공화국)에서 급성 중증 영양실조로 사망 위험에 처한 5세 미만 아동이 8백만 명에 달하는데, 급성 중증 영양실조 아동은 충분한 영양을 제공받은 아동과 비교해 일반적인 질병으로 사망할 확률이 11배 높다. 중증 이전 단계인 급성 영양실조 상태에 놓인 아동 역시 제때 치료하면 생명을 구할 수 있으나 80%가 치료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세이브더칠드런 나이로비 사무소의 나나 은데다 정책옹호팀장은 이와 같은 기아의 주요 원인으로 분쟁과 기후위기를 꼽는다. 그는 "전 세계 분쟁으로 매년 수백만 명의 아동이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올해는 엘니뇨 현상이 재개되며 전 세계 기아 현황에 상당한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견된다. 일반적으로 엘니뇨가 발생하면 밀, 쌀, 옥수수와 같은 주요 필수 작물의 전 세계 생산량이 눈에 띄게 감소하는데, 이는 식료품 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기아를 부채질할 수 있다. 2050년까지 기후위기의 여파로 기아 위기에 노출될 인구는 7천7백만 명으로 예측하는 한편, 특히 아동이 가장 취약한 위치에 놓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아프가니스탄의 후스니아(6세, 가명)와 하키마(4세, 가명)은 얼마 전 10개월 된 동생을 잃었다. 그들의 부모는 “수입의 대부분 아픈 막내의 치료비로 쓰고 있었다. 하지만 후스니아와 하키마 역시 며칠째 굶고 있었기에 음식을 사기 위해 치료를 포기해야만 했다. 막내에게도 음식을 가져다줬지만, 이미 쇠약해진 아이는 아무것도 먹지 못한 채 우리의 곁을 떠났다”고 말했다.
콩코민주공화국의 조엘(10세, 가명)과 주니어(4세, 가명) 형제는 2년 전 니라공고 화산 폭발로 집을 잃었다. 부모가 종일 일하지만, 집세를 내기도 빠듯한 형편에 아무것도 먹지 못해 앙상히 말라 버렸다. 조엘은 “음식을 먹으면 기분이 좋아지고 행복하게 잠들 수 있다. 하지만 우리가 배부르게 먹으면 엄마가 굶어야 한다”고 전했다.
레바논의 긴와(13세, 가명)은 뇌졸중으로 쓰러진 아빠 대신 매일 아침 차도에 나가 물과 티슈를 판다. 그는 “빵값이 원래는 1천 리라였는데 지금은 1만 2천 리라로 올라서 아침만 먹고 저녁은 굶는다”며 “전 글을 읽거나 쓸 수도 없다. 어떠한 희망이나 꿈도 없다. 제 미래가 그렇게 좋을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전 세계 116개국에서 아동의 굶주림과 싸우고 있다. 지난해 3천5백만 명 이상의 아동의 치료 및 기아 종식을 위해 지원했으며, 총 138만 5천222명의 아동과 가족에게 음식과 기타 필수품을 구입할 수 있는 현금 및 바우처를 제공했다. 또한 아동 75만여 명의 급성 영양실조 긴급 치료를 진행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굶주림의 원인은 경제 불안, 전쟁, 가뭄, 홍수 등 다양하다. 아이들은 학교를 그만두고 일터로 내쫓기며 조혼을 강요당하거나 분쟁지역에서는 무장단체나 갱단에 끌려가는 등 원인이 무엇이든 그 끝은 모두 참혹하다"며, "굶주림은 단지 배고픔의 문제가 아니다. 한 아동의 세상을 모두 갉아먹는 것이다. 세이브더칠드런은 이번 글로벌 헝거 캠페인과 함께 굶주림으로부터 아동을 지켜나가는 데에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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