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아동권리 NGO 세이브더칠드런은 탈레반이 2021년 8월 15일 아프가니스탄을 집권한 이후 아동의 3분의 1 이상이 노동에 내몰리는 등 빈곤, 자연재해, 기후 위기 등 복합적인 위기로 인한 인도적위기에 처해 있다고 15일(화) 밝혔다.
1976년부터 아프간 전역에서 인도적 지원 사업을 펼친 세이브더칠드런은 2021년 8월 탈레반의 재집권 이후, 아동 210만 명을 포함해 400만 명을 대상으로 보건, 영양, 교육, 아동보호, 위생, 생계 및 식량 지원 사업을 이어왔으며, 세이브더칠드런 코리아는 지난 2년간 약 14억 6천만 원 규모의 인도적 지원 기금을 지원했다. 특히 농업 의존도가 높은 아프가니스탄은 기후변화로 인해 최악의 가뭄이 3년째 이어지면서 곡물 생산량이 줄고 가축이 사망하는 등 심각한 식량과 식수난을 겪고 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지난 7월 8일부터 이달 2일까지 아프가니스탄 카불을 비롯해 발크, 파옙, 자우즈잔, 낭가하르, 사르이풀 등 6개 주의 아동과 성인 2천 4백여 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조사에 따르면 아동의 3분의 1 이상(38.4%)이 가계에 보탬이 되기 위해 노동에 종사하고 있으며, 응답 가정의 12.5%가 취업을 위해 아동을 해외에 이주시켰다고 응답해 아동보호의 위기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세계노동기구는 아프가니스탄 전역에서 아동 10명 중 1명이 아동 노동에 참여하고 있다고 조사한 바 있다.
이처럼 아동이 강제 노동에 내몰리는 배경에는 빈곤 문제가 자리잡고 있다. 30년만에 찾아온 최악의 가뭄으로 아동 4명 중 3명(76.1%)는 1년 전 보다 더 적게 먹는 등 굶주림을 경험하고 있다고 답했으며, 가뭄의 피해를 입었다고 응답한 가정은 58%에 달했다.
빈곤은 아동의 불안, 우울 등 정서적 건강에도 영향을 미치며, 특히 여아와 여성에게 피해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 가장인 가정에서 지난 30일 간 10일 이상 굶주린 경우는 26.6%로, 남성이 가장인 가정 10%와 비교해 상황이 더욱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지난 한 해 동안 식사량이 줄었다고 응답한 여아의 비율(82.1%)은 남아(70.2%)에 비해 높았다.
아프가니스탄 북부에 거주하는 사지다(31세, 가명) 씨는 가뭄과 경제 위기로 심한 타격을 입었다. 사지다 씨는 아이들에게 감자, 과일, 고기를 먹이고 싶지만, 현재 소득으로는 쌀을 간신히 구입할 정도다. 8개월 난 쌍둥이 나히다(가명)와 나디라(가명)은 최근 급성 중증 영양실조를 진단받고 세이브더칠드런의 이동식 보건소에서 치료받고 있다. 그는 “물이 나오질 않아 다른 마을에서 물을 받으려면 당나귀가 필요하다. 물을 받으려는 줄도 매우 길다. 모든 농부가 비가 오기를 기도하지만 올해도 희망이 없어 보인다”며 절망적인 가뭄의 상황을 전했다. 이어 “아이들이 ‘끓인 쌀을 먹고 싶지 않아요. 감자가 먹고 싶어요’라고 말해도 따로 줄 수 있는 것이 없다. 좋은 삶을 주진 못하더라도 좋은 음식이라도 해주고 싶은데,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아프가니스탄 사무소장 아샤드 말릭은 “탈레반이 정권을 장악한 지 2년 만에 아동과 가족의 상황은 한없이 추락하고 있다. 기후위기, 빈곤, 분쟁의 잔재가 촉발한 굶주림, 영양실조 등 평범한 사람들이 비참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최근에는 한 소녀가 국경 지역에서 밀반입에 동원됐다가 트럭에 깔려 죽는 사고가 발생했다”며 “아동이 강제노동, 이주와 같은 비정상적이고 안전하지 못한 상황에 놓인 현 상황을 전 세계가 충격으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국제사회는 식량 원조 삭감, 자금 동결 등 수백만 명의 무고한 아동을 위기로 내모는 고립주의 접근법을 재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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