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령충만’은 기독교 가르침의 핵심 중 하나로서 세상 속에서 그리스도인으로 살아가는 능력의 원천이자 세상의 소금과 빛으로 교회를 세우는 신비의 힘이다. 그러나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은 성령충만에 대해 오랫동안 두 가지 상반된 태도를 보여왔다. 하나는 성령충만을 삶의 문제로 해결하고 복을 주는 어떤 신비한 능력으로 보고 이를 얻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며 수고하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반대로 신비적인 것을 배척하면서 성령충만을 메마른 지적인 개념으로 가둬버리는 것이다.
이에 박영돈 목사(작은목자들 교회 담임)는 지난 2008년 본 도서를 출간했으며 15년이 지난 지금 한국교회와 그리스도인에게 다시 한번 울림을 주고자 개정판을 출간했다.
저자는 책 속에서 “이 시대는 침체된 교회를 다시 부흥케 하는 성령의 단비를 고대하고 있다. 성령이 충만하게 임할 때 교회는 그 영광과 능력과 활기를 되찾는다. 교회부흥의 비결은 성령충만이다. 지금 한국교회에는 성령충만은 엄청난 경건의 노력과 수고를 통해서 성취할 수 있는 영적인 업적이 아니라, ‘실패한 이들을 위한 은혜’라는 가르침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성령충만을 이해함에 있어 먼저 주목해야 할 점은 성령충만은 인간의 피나는 노력의 대가로 쟁취할 수 있는 은혜가 아니라, 그리스도 안에서 모든 신자에게 값없이 주어지는 은혜라는 사실이다”고 했다.
이어 “성령충만은 실패한 이들을 위한 은혜이다. 그러나 실패의 자리에 마냥 주저앉아 있는 이들이 아니라 그 자리에서 다시 일어나기를 원하는 이들을 위한 은혜이다. 자신을 실패의 나락으로 떨어지게 한 죄에서 돌이키기를 원하는 이들에게 내리시는 하나님의 은총이다. 성령충만은 죄에 대해 애통하는 이에게 임한다. 성령충만이 임할 때 항상 회개의 역사가 일어난다. 그래서 성령충만의 앞부분은 회개의 은혜이다. 유의할 점이 있다. 대개 성령으로 충만한 삶에는 기쁨이나 평강 같은 행복한 감정이 가득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성령으로 충만한 삶에는 기쁨과 슬픔, 감격과 탄식 같이 상반되는 감정이 교차하며 공존한다. 성령으로 충만할수록 탄식과 슬픔도 더 깊어진다. 성령으로 충만하면 이런 슬픔과 탄식이 없어지리라는 잘못된 기대가 가장 큰 문제이며 탄식거리이다. 이 탄식이 없을 때 우리의 기쁨은 매우 이기적이고 거짓된 감정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교회가 새로워지기 위해서는 주일의 강단뿐만이 아니라 월요일 아침의 강단이 되살아나야 한다. 그 강단에 권능이 회복되어야 한다. 스펄전(Spurgeon) 목사는 메트로폴리탄 장막교회에 높이 세워진 강단의 계단을 오르면서 성령이 함께하지 않으시면 자신은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계속 성령의 도우심을 구했다고 한다. 이와 같이 월요일 아침에 세상 속에 세워진 강단에 오르면서 그리스도인들은 성령으로 충만하기를 간구해야 한다. 한국교회는 선교지향적 패러다임으로 전환해야 한다. 교인들을 교회생활과 종교적인 일에만 익숙한 이들이 아니라 세상의 한복판에서 사회를 변혁시키는 영적인 에너지를 발산하고 세속의 거센 풍향을 바꾸어 놓는 성령충만한 선교사들로 양육해야 한다”고 했다.
끝으로 그는 “전통적인 교회의 제도적인 측면과 카리스마적인 차원의 적절한 균형과 조화가 필요하다. 평신도의 은사 활용은 목사의 설교 사역과 감독의 직무를 약화시키거나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서로의 사역을 보완하고 더 효력 있게 하는 유기적인 연결성 속에서 이해되어야 한다”며 “기도는 인간의 가장 위대한 행위이며 하나님 나라의 강력한 무기이지만, 이 기도가 변화되지 않은 옛 사람의 손에 들렸을 때에는 하나님을 조정해서 자신의 부패한 욕망을 성취하려는 가장 저급한 수단으로 전락한다. 그러므로 기도에서 우리 마음의 욕망이 하나님의 뜻과 목적에 온전히 조화를 이루도록 자기 자신과의 끊임없는 싸움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한편, 박영돈 목사는 연세대학교를 나온 후 미국으로 건너가 칼빈 신학교, 풀러 신학교, 예일 대학교, 웨스트민스터 신학교를 졸업했다. 고려신학대학원에서 성령론을 가르치는 교의학(조직신학) 교수로 20여 년간 봉직했으며, 지금은 작은목자들 교회를 섬기고 있다. 저서로는 <밥심으로 사는 나라>, <시대 묵상>, <톰 라이트 칭의론 다시 읽기>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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