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샬롬을 꿈꾸는 나비행동’이 24일 발표한 논평에서 국회의원 수를 300명에서 200명으로 줄이자고 제안했다. 국민을 위한 국론의 장이 국민 분열을 일으키는 싸움판으로 변질되고 있으니 의원 수를 대폭 줄여서 질 좋은 의원을 뽑자는 의도다.
이런 생각을 샬롬나비만 하고 있는 게 아니다. 많은 국민이 정쟁을 일삼으며 제 밥그릇 챙기기에 몰두하는 국회에 환멸을 느끼며 의원 수 감축에 동의하고 있다. 국회의원들이 일하는 데 비해 지나치게 많은 특권을 누리고 있다는 비판도 거세다.
공직선거법 제21조 제1항에 따라 현재 국회의원은 지역구 의원 253명과 비례대표 의원 47명을 합해 총 300명이다. 지역구 의원이 84.3%, 비례대표 의원이 15.7%다. 일각에선 지역구 의원에 비해 적은 비례대표 의석 비율을 늘려야 선거의 비례성을 높일 수 있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그런데 헌법이 비례대표제를 둔 목적은 지역을 대표하는 의원과는 다르게 각 직능을 대표하는 일꾼을 뽑는 데 의의가 있다. 문제는 지역대표든 직능대표든 국회 문턱을 넘는 순간 한 덩어리가 돼 정당의 당리당략의 도구로 변질되는 폐단이 끊이지 않는 데 있다. 국회 안팎에서 비례대표제를 폐지하고 지역구도 조정해 의원 수를 대폭 줄여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이유다.
이런 논란에 불을 지핀 건 내년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현재 300명인 의석수를 더 늘리는 방안이 국회에서 추진되면서부터다. 국회의원 정수 확대는 역대 총선 때마다 단골 메뉴로 등장했지만, 반발 여론에 막혀 번번이 뜻을 이루지 못했다. 그런데도 김진표 국회의장이 지난 3월 국회의원 정수를 현 300명에서 350명으로 늘리는 선거제 개편안을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에 제출했다.
이런 구상은 예상대로 거센 반대 여론에 직면하고 있다. 5선의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은 “그동안 의정활동을 하면서 국회의원은 200석만 있어도 충분하다고 느껴왔다”며 “비례대표 폐지와 선거구 개편을 통해 국회의원 수를 최소 100명 이상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회 차원의 의원 정수 확대 움직임에 국민 여론은 매우 부정적이다. 최근 국회 정개특위가 외부 전문기관에 위탁·조사한 정치개혁 국민인식조사 결과 현재 300명인 국회의원 정수를 확대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반대 57.7%, 찬성 29.1%로 반대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여야가 손잡고 선거제 개편을 논의한 국회 정개특위 전원위는 지난 12일 아무 성과 없이 막을 내렸다. 여야 의원 100명이 나흘간 선거구제 개편 및 의원 정수 확대·축소, 비례대표 폐지·존치 등을 주제로 의견을 개진했으나 중구난방 말 잔치로 끝나고 만 것이다.
결과론이지만 국회 정개특위 전원위가 국민이 동의할 묘안을 도출할 것으로 기대한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았을 것이다. 국민은 지금 국회가 국회의원 수가 부족해 의정활동을 못하거나 국민의 삶을 제대로 챙기지 못하는 게 아니란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않아도 국회의원의 정수를 줄이고 특권도 폐지하라는 여론이 들끓고 있는데 의원 수 확대를 논점으로 정했다는 자체가 처음부터 단추를 잘못 끼운 것이다.
그런데 최근 여론이 단지 국회의원 정수를 몇 명 줄이는 데서 그치지 않고 국회의원이 누리는 각종 특권을 폐지하는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민생·경제·개혁 입법은 외면하고 자기 밥그릇 챙기기에 몰두하는 의원들이 누리는 온갖 특혜를 국민이 거둬들일 때가 됐다는 뜻이다.
실제 우리나라 국회의원이 누리는 특권은 200가지가 넘는다. 그중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게 ‘불체포특권’이다. 국회의원은 현행범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회기 중 국회의 동의 없이 체포 또는 구금되지 않으며, 국회의원이 회기 전에 체포 또는 구금된 때에는 현행범인이 아닌 한 국회의 요구가 있으면 회기 중 석방된다는 게 핵심이다.
헌법이 국회의원에게 불체포특권을 준 건 임기 내 자유로운 발언과 토론을 통해 국민의 대의기관으로의 기능을 행정부의 권력에서 보호하려는 뜻에서다. 그러나 되려 온갖 비리와 범죄를 저질러 놓고 특권 뒤에 숨는다는 지적이 21대 국회 들어 자주 나오고 있다.
국회사무처 규정에 의하면 2019년 기준 국회의원은 연 1억5000만원이 넘는 세비와 1억원의 각종 지원금을 받고 10명의 보좌진을 둔다. 의원실 운영 비용을 포함하면 연간 최소 6억대를 넘어선다. 각종 의전 혜택과 특혜는 헤아릴 수 없다.
우리 국회가 선거 때마다 세비 삭감을 공약하고 한 번도 안 지킨 반면에 이웃 나라 일본 의회는 코로나 때 2년간 세비 20%를 자진 삭감했다. 국민소득 대비 OECD 국가 중 셋째로 세비를 많이 받는 우리 국회의원이 의회 효과성 평가에서 꼴찌에서 둘째를 차지한 반면 의원 2명이 비서 1명과 한 사무실에 일하며 승용차 대신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북유럽 의원들이 1위를 차지한 건 누가 봐도 당연한 결과다.
국회의원이 국민을 위해 부여된 일을 성실히 감당하고 있다면 특혜가 200가지가 넘은들 누가 뭐라 하겠나. 온갖 특혜는 다 누리면서 진영논리에 사로잡혀 무리한 입법과 꼼수, 정쟁과 방탄에 혈세를 낭비하고 있으니 그런 국회는 필요없다며 국민이 들고일어나는 것이다. 그런데도 어떻게 국회의원 수를 늘리자는 소리가 나오나. 국민이 국회를 아예 없애자고 하기 전에 정신 똑바로 차리기 바란다.
▶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press@cdaily.co.kr
- Copyright ⓒ기독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