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탈북어민 북송사건'과 관련해 재판에 넘겨진 정의용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등 문재인 정부 외교·안보라인 고위급 인사들의 1심 절차가 이번주 시작된다.
9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1부(부장판사 허경무·김정곤·김미경)는 국가정보원법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된 정 전 실장과 서훈 전 국가정보원장, 노영민 전 청와대 비서실장, 김연철 전 통일부 장관의 첫 공판준비기일을 오는 14일 오후 2시 진행한다.
공판준비기일은 정식공판과 달리 피고인의 출석 의무가 없어, 이들의 법정 출석 여부는 불투명하다.
정 전 실장 등 4명은 직권을 남용해 탈북어민들을 북한으로 강제송환 하게 함으로써 관계 공무원들로 하여금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고, 탈북어민들이 대한민국 법령과 적법절차에 따라 대한민국에 체류해 재판받을 권리 등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방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정 전 실장과 서 전 원장은 강제북송 방침에 따라 중앙합동정보조사를 중단·조기 종결하도록 해 중앙합동정보조사팀의 조사권 행사를 방해한 혐의도 있다.
서 전 원장에겐 허위공문서작성 및 허위작성공문서행사 혐의도 적용됐다. 중앙합동정보조사팀의 조사결과보고서상 탈북어민들의 귀순요청 사실을 삭제하고, 조사가 계속 중임에도 종결된 것처럼 기재하는 등 허위 보고서를 작성하도록 한 후 통일부에 배포하도록 한 혐의다.
'탈북어민 강제북송' 사건은 2019년 11월 북한 어민 2명이 동료 16명을 살해하고 대한민국으로 넘어와 귀순 의사를 밝혔으나 북한으로 강제 추방된 사건이다.
그 해 11월2일 어민들이 탑승한 선박이 우리 해군에 나포됐고 이틀 뒤인 11월4일 청와대 대책회의에서 북송 방침이 결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어민 2명은 같은 달 7일 판문점을 통해 북송됐다.
같은 해 11월 한 시민단체가 정 전 실장 등을 직권남용 등 혐의로 고발했으나, 검찰은 2년 뒤인 2021년 11월 사건을 개시할 만한 이유가 부족하다고 판단해 각하 판단을 내렸다. 이후 지난해 국정원 등의 고발에 따라 수사를 진행해왔다.
정 전 실장 등은 지난해 10월 기자회견을 열고 "이들(북한 어민들)은 합동 신문 과정에서 우리 팀에 귀순의향서를 제출했으나 주무 부처와의 협의를 거쳐 이들의 귀순 의사에 진정성이 없다고 판단했다"며 "이들을 대한민국 일원으로 도저히 수용할 수 없어서 이들에 대한 추방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한편 이 사건과 관련해 문 전 대통령도 직권남용 등 혐의로 고발됐으나 기소 대상엔 포함되지 않았다. 검찰은 사건의 최종 책임자를 정 전 실장으로 판단해 문 전 대통령을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하지 않았다고 한다. 향후 조사 계획도 현재로선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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