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인권 상황을 조사한 정부 차원의 실태보고서가 30일 처음으로 공개됐다. 북한 인권문제 해결을 중시해 온 윤석열 정부의 기조와 궤를 같이하는 것으로 북한의 인권유린 실태를 국제사회에 널리 알려 대북 압박 수위를 높일 것으로 전망된다.
통일부는 2017년 이후 탈북한 북한이탈주민 508명의 증언을 바탕으로 작성한 '2023 북한인권보고서'를 31일 발간한다고 30일 밝혔다.
북한인권보고서는 2016년 북한인권법이 제정된 이후 매년 비공개 발간됐으며 공개 발간은 올해가 처음이다.
정부는 탈북자 개인정보 등이 노출될 우려 등을 고려해 보안업무규정 시행세칙에 따라 보고서를 3급 비밀로 분류해 공개하지 않았다.
그러나 북한의 열악한 인권 실태를 널리 알린다는 차원에서 올해부터는 보고서를 공개하기로 했다고 통일부는 설명했다.
보고서엔 심각한 북한의 인권유린 상황과 열악한 북한 주민 인권 실태가 고스란히 담겼다.
아동 공개 처형을 포함해 사형이 광범위하게 집행됐고, 남한 영상물을 봤다는 이유로 공개처형하는 사례도 파악됐다. 지적장애인 등을 대상으로 생체실험이 실시됐다는 증언도 나왔다.
보고서는 "북한 주민들의 생명권이 크게 위협받고 있다"며 "북한에서는 공권력에 의한 자의적 생명 박탈이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국경지역에서 사법절차를 거치지 않고 생명을 박탈하는 즉결처형 사례가 지속적으로 수집됐고, 구금시설에서 수형자가 도주하다가 붙잡혀 공개처형되거나 피구금자가 구금시설에서 출산한 아기를 기관원이 살해한 사례도 있었다.
또 자유권규약상 '가장 중한 범죄'에 해당지 않는 마약범죄, 한국영상물 유포, 종교 미신행위 등에도 사형을 부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7년에는 집에서 춤추는 한 여성의 동영상이 시중에 유포됐는데, 당시 임신 6개월인 이 여성은 손가락으로 김일성의 초상화를 가리키는 동작이 문제가 돼 공개 처형됐다고 한다.
통일부는 이번 보고서를 실질적인 북한 인권 증진으로 나아가는 지렛대로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한국이 5년 만에 공동제안국으로 복귀한 유엔 인권이사회 북한인권결의안 등 국제 무대에서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새로운 방안으로 북한 인권 문제가 떠오르고 있는 점을 고려해 중국과 러시아를 외교적으로 압박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권영세 통일부 장관은 '2023 북한인권보고서' 발간사에서 "북한인권법에 따라 발간하는 대한민국 정부의 첫 공개보고서"라며 "단순히 북한인권 상황을 고발하는 데 있지 않고, 현재의 실태를 정확히 파악해 실질적인 해법을 찾는 데 근본적인 목적을 두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28일 국무회의에서 인권보고서에 대해 보고받은 윤석열 대통령은 "북한 주민의 처참한 인권 유린 실상이 국제사회에 낱낱이 드러나야 한다"며 "북한의 인권과 정치, 경제, 사회적 실상 등을 다양한 루트로 조사해서 국내외에 알리는 게 안보와 통일의 핵심 로드맵이다. 각 부처는 북한인권보고서 발간을 계기로 북한 인권 실상을 국내외에 널리 알리고 가르쳐야 한다"고 주문했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인권보고서의 구체적인 활용 방안은 관계 부처와 논의할 것"이라며 "이번 보고서 발간을 계기로 북한 인권 실상을 국내외에 널리 알릴 것이다"고 덧붙였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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