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개혁신학회(회장 소기천 박사)가 지난 4일 오후 서울 광진구 소재 장로회신학대학교 세계교회협력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제152차 학술심포지엄을 장신대성지연구원과 공동으로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권혁성 목사(한국개혁신학회 감사, 성지연구원 후원이사장)가 ‘선을 넘는 사람들’(행 10: 9~16)이라는 제목으로 설교했으며, 3명의 발표자가 각각의 주제로 발제했다.
먼저, ‘농촌기본소득의 구약성서적 전거(典據)’라는 주제로 발제한 강성열 교수(호남신대)는 “2021년 말의 우리나라 쌀 자급률은 2015년도의 101%에서 90% 정도로 떨어졌지만, 쌀 소비량의 절반을 넘는 제2의 주식이라 할 밀은 거의 전량(99% 이상)을 수입해야 하는 형국”이라며 “우리나라 제1의 주식인 쌀을 대신하고 있는 빵이나 라면, 외식 사업 등이 해외 곡물 시장에 의지할 수밖에 상황을 염두에 둔다면, 그리고 경제 성장에 따라 육류 소비가 증가하면서 사료용 곡물에 대한 수요도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을 고려한다면, 각종 기상 이변이 가져다줄 전 세계적인 곡물 생산 감소가 예측 불가능한 재앙을 초래할 수도 있음은 불문가지의 사실”이라고 했다.
이어 “즉, 국내 곡물(사료 포함) 자급률과 식량 자급률이 제각기 20.9%와 44.4% 수준에 머물러 있는 상황에서, 기후위기로 인하여 곡물 생산 국가들이 자국민 보호를 위해 곡물 수출을 금지하게 되면 심각한 문제가 생겨날 수 있다”며 “이 때문에 정부 차원에서 식량 안보와 식량 주권을 지켜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위기 상황에서 한국교회와 신학계는 식량 안보를 확립하고 식량 주권을 지키기 위해서 어떠한 일들을 해야 하는가”라고 물었다.
그는 “우리나라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책임지고 있는 농업의 공익가치를 증진시킴과 아울러 소멸 위기에 놓인 농촌과 농업을 보호하고 육성하려는 노력이 절실하게 요구되는 바, 그 가장 확실한 해답이 바로 농업 종사 여부와 관계없이 지자체나 정부에서 농민과 비농민을 구분하지 않고, 농촌에 거주하는 모든 사람들 개개인에게 일정액의 기본소득을 정기적으로 지급하는 일”이라고 했다.
이어 “이처럼 중요한 의미를 갖는 ‘농촌기본소득의 지급’을 지자체나 정부가 책임지게 해야만, 도시와 농촌 사이에 존재하는 불평등과 양극화의 폐단을 극복하고, 이를 통하여 한국사회의 약자 계층이라 할 수 있는 농민들의 소중한 생존권과 존엄성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더 나아가서 농촌기본소득은 한국사회의 역동성을 저하시키는 소득 불평등과 상대적 빈곤율을 낮추어, 건강하고 지속 가능한 사회를 만들게 할 것이며, 궁극적으로 장차 닥칠 기후재앙으로 인한 식량 위기를 극복하게 함으로써, 이 땅에 사는 사람들의 건강과 생명을 안전하게 지키는 일에도 크게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 교수는 “무엇보다도 우리 시대의 농민들은 하나님의 형상을 따라 창조된 존귀한 자들이며, 급속한 소득 감소와 초고령화 추세로 인하여 고통당하는 자들이기도 하다”며 “그러기에 구약성서의 다양한 약자 보호 규정들이 보여주는 것처럼, 국가와 정부는 경제적 자립과 안정된 소득을 조금이라도 배려하는 차원에서 그들 모두에게 동일한 농촌기본소득을 지급함으로써, 사회적 약자들인 그들이 아무런 걱정 없이 농업과 농촌을 살려내는 일에 전념할 수 있게 해야 한다. 희년 제도가 가르치는 삶의 평등성, 그리고 광야의 식탁과 땅의 공평한 분배가 가르치는 균등하고도 차별 없는 삶의 보장 역시 우리 시대의 농촌기본소득의 지급을 통하여 그 의미가 살아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구약성서의 가르침을 따라 신속하게 농촌기본소득이 모든 농촌 사람들에게 지급되게 함으로써, 농촌 사람들이 농촌을 떠나지 않고 안정된 생계 기반 아래에서 식량 생산의 중대한 임무를 수행하게 돕고, 장기적으로는 생계 안정을 원하는 사람들의 귀농을 도움으로써 농업과 농촌이 식량 주권을 지켜낼 수 있는 사람들로 가득하게 만들어야 할 것”이라며 “그렇게 될 때 우리는 비로소 농도(農道) 상생과 협력의 기치 아래, 미래의 후손들에게 식량 주권과 식량 안보를 지켜내는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의 생명 세상을 물려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서 두 번째로 ‘열왕기와 역대기의 여호람 기사 비교를 통해 본 역대기 저자의 의도’라는 주제로 발제한 황선우 교수(총신대)는 “열왕기와 역대기의 유다 왕 여호람 기사를 비교, 분석을 통해 열왕기의 여호람 기사를 수정·확대한 역대기 저자의 의도를 확인할 수 있다”며 “열왕기의 여호람 기사에서 여호람은 아합의 집과 같이 하여 이스라엘 왕들의 길을 걸은 악한 왕이었지만, 여호와께서 그의 종 다윗을 위하여 유다 멸하기를 즐겨하지 아니하였음을 기록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역대기 저자는 열왕기 본문의 수정과 확장을 통해 여호람의 악함과 여호와께서 다윗언약의 주제를 심화하고 이에 더하여 역대기의 주요 주제인 ‘여호와의 보응’을 강조했다”고 했다.
그는 “다윗언약으로 인해 여호와께서 유다를 멸망시키지는 않았지만 역대기 저자는 여호와께서 극악한 여호람에 보응하시는 분이심을 드러내었다”며 “여호람 시대에는 그의 조상 여호사밧과 아사 시대와 달리 에돔과 립나의 반발이 계속되었는데 역대기 저자는 그 이유를 여호람이 여호와를 버린 것에서 찾았다”고 했다.
아울러 “여호람의 우상숭배와 형제 살해의 죄가 블레셋과 아라비아의 침략 뿐 아니라 여호람의 자녀들과 아내들과 재물들과 여호람 자신에게 임할 재앙으로 이어짐을 엘리야의 예언을 통하여 드러내었고, 이 재앙은 여호람의 때에 성취되었다”며 “여호람이 창자가 나오는 중병으로 죽을 뿐만 아니라 백성들이 그에게 분향하지 않고 그를 열왕의 묘실에 두지 않은 것을 역대기 저자가 추가한 것에서도 여호와의 보응을 강조 한 역대기 저자의 의도를 볼 수 있다”고 했다.
이어 마지막 세 번째로 ‘폴 리쾨르의 역사와 문명의 해석학’이라는 주제로 발제한 서혜정 교수(Globe Covenant Seminary)는 “20세기 프랑스를 대표하는 철학자 중의 한 사람인 폴 리쾨르(Paul Ricœur, 1913-2005)의 사상은 철학, 문학, 언어학, 심리학, 교육학, 예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연구되고 있다”고 했다
그는 “리쾨르의 역사관에서 나타나는 특징은 무엇보다 세속사(histoire profane)와 거룩의 역사(histoire sainte; histoire sacrée)를 구분하나 분리하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세속사 속에 하나님이 주재권을 갖고 일하시며 역사의 주인이 하나님이라는 신념을 갖고 있다. 그렇기에 그는 세상과 문명 ‘속’에 더 뛰어들어 주 도적으로 세상을 이끌어 가야 한다고 강조한다”고 했다.
또 “그뿐만 아니라 인간의 유한성과 유죄성으로 인해 발생하는 역사의 ‘유죄성’ 앞에서는 절망이 아니라, 배후에 담고 있는 기독교적 의미를 발견하며, 유죄성 앞에서도 다시 일어나 살아갈 용기를 갖고, 역사의 완성될 그날, 그 마지막 날을 소망하며 나아야 한다고 주장한다”고 덧붙였다.
서 교수는 “리쾨르의 이런 사상과 오늘날 우리의 한국적 상황을 고려한다면 어떻게 그의 사상을 접목시켜 나갈 수 있는가”라며 ”먼저, 리쾨르의 말대로 역사와 문명의 한복판에서 세상을 주도적으로 이끌어갈 ‘창조적 구심력’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지도자 양성이 필요하다. 목회자를 양성하는 일도 중요하겠지만, 문명이 내 몸의 연장으로, 그래서 ‘성화’해 나아가야 한다는 분명한 의식을 가진 일꾼이 필요하다. 세상 한복판에서 기독교적 가치관과 역사관을 갖고 세상을 이끌어갈 사람“이라고 했다.
이어 “둘째로 리쾨르는 세상의 문명을 논하면서 그리스도인으로서 ‘진단과 비판’의 역할을 강조했다. (그러나) 정의와 사랑이라는 성경의 보편적인 기본적 가치를 갖고 세상을 진단하고 비판하는데 하나 된 목소리를 내지 못한다”며 “지지하는 정당이 권력을 쥐느냐 마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정의와 공의의 기독교적인 가치가 얼마나 세상 속에서 실현되느냐 아니냐에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셋째로 리쾨르는 역사 속에서 발생하는 유죄성 속에서도 배후에 보이지 않는 의미를 발견하고 ‘살아갈 용기’를 지녀야 한다고 강조한다. 역사의 주인은 하나님이시다. 세상의 악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이 붙잡고 있는 세상의 역사는 하나님의 의지대로 목적을 향해 나아가고 있음을 상기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역사의 완성, 모호했던 의미와 진리들이 확연하게 밝히 드러날 그때가 반드시 도래할 것을 믿고 다시 삶을 지속할 용기를 얻고 소망의 자리로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학술심포지엄은 김영한 교수(기독교학술원장, 숭실대 명예교수)의 종합강평으로 모든 일정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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