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수도 크이우에서 공습 경보를 피해 지하철 역으로 대피한 시민들
세이브더칠드런은 전쟁으로 인해 지난해 평균 약 920시간을 지하에 숨어 지내야 했던 우크라이나 아동과 가족들의 정신 건강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사진은 우크라이나 수도 크이우에서 공습 경보를 피해 지하철 역으로 대피한 시민들. ©세이브더칠드런 제공

국제아동권리 NGO 세이브더칠드런은 전쟁으로 인해 지난해 평균 약 920시간을 지하에 숨어 지내야 했던 우크라이나 아동과 가족들의 정신 건강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고 21일(화) 밝혔다.

세이브더칠드런은 "우크라이나 전역에서 발령된 공습경보 사이렌 횟수와 지속시간을 집계한 공식 데이터에 의하면, 지난 1년 동안 총 16,207건의 공습경보가 발령됐으며 평균 약 1시간 동안 지속됐다. 공습경보는 민간인들에게 미사일 공격이나 포격 위협을 사전에 경고해 대피를 알리는 사이렌이다. 지속적인 미사일 공격으로 인해 아동과 가족들이 최대 8시간까지 지하에 갇혀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며 "2023년 2월 10일 기준, 우크라이나의 수도 키이우와 24개 지역에서의 공습경보는 지난 1년 동안 총 22,995시간 울렸으며, 각 지역 당 평균 919.8시간을 기록했다. 동부 하르키우에서는 총 1,500시간, 1,700건의 공습경보가 발령됐으며, 남동부의 도네츠크와 자포리자 지역에서는 각각 1,100시간이 넘게 사이렌이 지속됐다"고 했다.

세이브더칠드런이 발표한 보고서 ‘무거운 대가(A Heavy Toll)’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아동이 지속해 경험하는 폭력, 가족이나 친구와 떨어진 채 이어가는 피난 생활, 교육에 대한 접근성 부족 등이 아동에게 심리적 고통을 주며, 우크라이나 아동이 경험하는 심리적 충격이 가져올 위기"라고 경고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분쟁을 경험한 사람 5명 중 1명은 어떤 형태로든 정신 장애에 직면할 위험이 높은 것으로 예측했으며, 적대적 공격 행위가 심화할수록 이와 같은 증상이 심각해진다"고 전한 바 있다.

하르키우에 거주하는 소피아(16세, 가명)는 몇 차례 피난 끝에 우크라이나 서부 자카르파티아에서 할머니와 함께 살고 있다. 소피아는 “공습경보가 울리면 고학년은 마을 의회 건물의 벙커로 간다. 벙커까지 달리기로는 5분, 걸어서 15분이 걸린다. 하지만 만약 정전이라도 날 때 경보가 울리면 사이렌 소리가 나지 않는데, 미사일 폭격이라도 발생한다면 최소 47초 내에 대피소에 도착해야 한다”고 했다.

우크라이나 남동부의 전선을 따라 지속적인 폭격이 이어지면서 해당 지역민들은 집을 버리고 지하 방공호에 머물렀다. 모든 사람이 안전하게 조성된 벙커를 이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다수의 방공호는 전기, 물, 난방기구 같은 기본적인 시설이 갖춰져 있지 않으며, 사람들은 설비가 갖춰지지 않은 음습한 지하실로 향하거나 그나마도 다른 건물로 대피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우크라이나 동부의 드니프로는 더 잦은 공격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 1월 14일, 러시아의 미사일 공격으로 아파트 단지가 무너져 46명이 사망했다. 드니프로 외곽에 위치한 유치원 교사 스비틀라나(가명)는 동료 교사들은 공습경보가 울리면 약 200명의 아동을 대피시킨다. 사이렌 소리로 인한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해 교사들은 대피 상황을 즐거운 놀이 시간으로 만들고 즉시 대피하는 훈련을 한다.

그는 “아이들 옷을 입히고 모두 준비시켜 지하 대피소로 내려가는 데까지 3분 정도 걸린다. 아이들은 이제 지하 대피소에 내려가는 것을 즐겁게 받아들인다. 동굴(대피소)에 또 언제 가는지 물어볼 때도 있다. 공습경보가 아이들의 삶의 일부가 됐다. 아이들은 물, 간식, 따뜻한 옷, 가장 좋아하는 장난감으로 채운 비상 가방이 있고, 지하 대피소를 그림 그리기와 놀이를 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었다”고 전했다.

수도 키이우와 같은 대도시에서는 지하 주차장이나 지하철 같은 시설로 대피한다. 일부는 전쟁 초기부터 지하 공간에 텐트를 설치해 뒀다. 키이우에 거주하는 아동과 가족들은 미사일이 발사되면 각자 물과 음식을 챙긴 가방을 들고 지하철로 향하는 것이 일상이 됐다. 올레나(12세, 가명)는 “공습경보가 울리는 동안 스마트폰을 갖고 논다. 학기 중에는 숙제를 한다. 미사일을 저희한테 쐈기 때문에 지하에 있게 되었다. 안전을 위해서 여기에 있는 게 나으며 지루하지만 다치는 것보다는 낫다”고 지하 대피소에서의 삶을 설명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2014년부터 우크라이나 동부에서 인도적 지원 활동을 시작했으며, 지난해 2월 24일 전쟁 후 대응 활동을 전면 확대했다. 우크라이나 전역에서 아동 44만 2,914명을 포함해 81만 6,531 명을 대상으로 식량 및 식수, 현금 지원, 대피소 등을 지원했다. 특히 심리적 어려움을 겪는 아동 890명을 대상으로 심리·사회적 지원 서비스를 제공했으며, 아동 228명을 대상으로 사례 관리를 진행 중이다. 르비우와 빈니차 지역을 포함한 서부 지역에 디지털 교육 센터 10개소를 운영해 지난 1월에는 아동 424명에게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했다. 더불어 유치원 80개소 영유아 17,540명을 대상으로 교육 키트를 제공해 아동의 교육권을 지켰다. 이 외에도 미사일 포격으로 피해를 본 사람들과 생계에 어려움을 겪는 2,350명에게 긴급 현금을 지원했다.

세이브더칠드런 우크라이나 사무소장 소니아 쿠쉬는 “1년 전 전면적으로 확대된 분쟁은 우크라이나의 수백만 아동의 삶을 극적으로 변화시켰다. 수천 명의 가족들이 급속도로 확산한 폭력 행위를 피해 집을 떠나야 했고, 많은 아동들은 폭격과 미사일에 의해 집과 학교가 파괴되고 사랑하는 사람들이 끝없는 죽는 것을 목격했다"며 "전쟁이 2년째로 접어들었지만, 우크라이나 아동은 여전히 폭력의 파동을 마주하고 있다. 아이들이 전쟁을 시작하지 않았음에도 가장 비싼 대가를 치르고 있다. 그럼에도 이러한 도전적인 상황을 견뎌내는 아이들의 회복력은 놀랍다. 우리가 조금만 기회를 준다면 아이들은 어려운 경험 속에서도 성장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고 했다.

한편, 세이브더칠드런은 아동의 권리를 실현하기 위해 인종, 종교, 정치적 이념을 초월해 활동하는 국제아동권리 NGO로서, 우크라이나 아동과 가족을 위해 모금을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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