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시간 이동 후 컨테이너에서 이재민 진료
안과·피부질환자들 많아
더 많은 의료지원단체 도움의 손길 절실
국제의료봉사단체 그린닥터스재단과 온병원그룹 사회공헌재단 합동 긴급의료봉사단이 지난 18일 오후 1시(튀르키예 현지시각) 이스켄데룬 이재민캠프에 설치돼 있는 컨테이너하우스에서 임시 진료소를 설치해 진료활동에 나섰다.
긴급봉사단 단장인 정근 그린닥터스 이사장(안과전문의)을 비롯해, 온종합병원에서 파견된 오무영 소아청소년과 과장․김석권 성형외과 과장, 일신기독병원 박무열 외과과장 등이 진료에 참여했다.
버스로 장장 29시간 연속으로 이동한 튀르키예 대지진 긴급의료봉사단은 “튀르키예 현지 지진현장은 언론에서 보도된 것 같이 상황은 참혹했으며, 의료진의 손길이 절실했다”고 전했다.
특히, 지진으로 건물이 붕괴되면서 생긴 잔해로 인한 안과질환과 피부질환 앓고 있는 이재민들이 많았고, 그 외에 무릎 통증을 호소하는 외과계 환자와 기저질환자들이 지진으로 제때 병원 진료를 받지 못해 그린닥터스 임시진료소를 찾아와 약 처방을 요청하기도 했다.
약 3시간 동안 진행된 첫날 임시진료소에서 작은 수술 2건을 비롯해 △소아과 20명 △외과 12명 △성형외과 20명 △안과 25명 등 모두 77명의 이재민들을 치료했다.
이스켄데룬 이재민캠프에서는 영어로 소통하면서 튀르키예 의료진들과 공동 협력진료 활동을 펼쳤다. 튀르키예 의료진들은 현지서 의료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그린닥터스 의료진들에 대해 매우 우호적이었다고 한다.
주로 아이들을 진료한 오무영 소아청소년과 과장은 “소아 환자의 경우 저개발국에서 빈번한 양쪽 귀에서 고름과 함께 통증을 호소했고, 심지어 난청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성 중이염을 앓고 있는 아이들도 적지 않았다”며 지진복구 지연으로 아이들이 치료적기를 놓칠 것을 우려했다. 또 “어른들은 피부 가려움증과 위장질환을 호소하는 사례가 많았다”고 전했다.
현지시각 토요일 새벽, 이스탄불공항에 비행기가 착륙 직후 튀르키예 승무원들이 녹색십자가와 태극기가 새겨진 구조조끼를 걸친 그린닥터스 봉사단원들에게 악수를 청하며 형제의 나라답게 친근감을 드러내며 감사인사를 건냈다고 한다.
공항 입국장에서도 통관절차도 간소화했고, 경찰로부터 밀착안내를 받는 등 ‘국빈 대우’를 받는 기분이 들었다는 게 그린닥터스 대원들의 소감이었고, 튀르키예 한 경찰관은 끝까지 안내해주며 “코리아, 진심으로 고맙다!”는 말을 전하기도 했다고.
그린닥터스 봉사단은 다음 둘째날 주일, 베이스캠프를 차린 아다나에서 차량으로 3시간을 이동해 안타키아(안디옥)의 무너진 교회 마당에 임시 진료실을 마련해 이재민들을 치료했다. 안타키아에서는 한국과 인도네시아 119대원들이 인명구조 활동을 펼치고 있었다고 한다.
안타키아에 도착한 그린닥터스는 근처를 지나던 튀르키예 군인의 도움으로 무너진 가게 안에서 꺼낸 책상 등으로 임시진료실을 꾸렸다. 임시진료소를 차린 안디옥교회는 지진으로 무너졌고, 아직 구조하지 못한 한 명이 매몰돼 있다며 (주민들이) 안타까워했다고 한다.
진료 첫날엔 이스켄데룬처럼 안타키아 임시진료소에도 안과질환자, 호흡기환자, 피부 및 외상환자 등이 많이 찾아왔다. 그린닥터스 의료봉사단은 진료를 마친 이재민들에게 집에서 응급상황에 간단히 대처 가능한 의약품 등이 담긴 응급의료키트 100개를 나눠주었고, 또 여진 등에 대비할 수 있게 미리 준비해간 비상용손전등과 텐트 배터리 등과 진료하고 남은 의약품들을 현지 이재민 지원단체 등에 기증했다.
정근 단장은 “진료시간이 미리 정해진 탓에 뒤늦게 소식을 듣고 찾아온 많은 이재민 환자들을 돌보지 못하고 철수해 무척 아쉬웠다”면서 “튀르키예 국가재난청(AFAD)에서 대한민국 의료진의 현지 진료활동을 직접 승인해 주고, 버스까지 지원해 그린닥터스 봉사단에게 많은 편의를 제공함으로써 역대 어느 재난지역에서보다 더 편하게 진료를 할 수 있었다”고 했다.
또한 정근 단장은 “튀르키예 재난지역엔 생필품 등 물자는 상대적으로 풍족한 편이나, 의료지원은 거의 이뤄지지 못한 실정”이라며 “더 많은 나라의 의료지원단체에서 도움의 손길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한편, 아직도 여진은 계속되지만, 조금씩 일상회복을 위한 튀르키예당국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공무원들은 집집마다 방문해 건물에 대한 안전진단을 시작했고, 등급판정에 따라 정부지원의 정도를 정하고 있다. 당장 추가 붕괴 위험이 있는 건물의 입주민들을 위해 비닐하우스 등으로 임시 거주지를 설치해, 이번 주부터 초·중·고생들은 등교를 시작한다고 했다.
▶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press@cdaily.co.kr
- Copyright ⓒ기독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