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아동권리 NGO 세이브더칠드런은 지난달 29일(목) 온라인으로 진행된 공동 기자회견에서 아프간 여성의 비정부기구에서의 활동을 금지한 탈레반의 조치가 아동과 여성의 삶에 치명적인 위기를 초래할 것임을 경고했다.
세이브더칠드런을 비롯해 케어 인터내셔널, 월드비전 인터내셔널, 노르웨이난민위원회는 여성의 대학 교육 금지에 이어 비정부기구(INGO)에서의 근무를 금지한다는 탈레반 정권의 발표를 즉각 철회할 것을 촉구했다. 문화적 이유로 아프가니스탄 여성은 가족 외에는 오직 여성만 교류할 수 있다. 여성이 가장인 취약 가정의 경우, 식량배급소의 여성 직원을 통해서만 긴급 현금이나 식량 지원을 받을 수 있으며, 여아는 여성 교사를 통해 교육을 받을 수 있다. 세이브더칠드런이 취약한 아동과 여성에게 식량, 교육, 보건의료, 현금지원 등 인도적지원을 제공하기 위해 여성 인력을 강조하는 이유이다.
세이브더칠드런 인터내셔널 CEO 잉거 애싱(Inger Ashing)은 “가장 비극적인 점은 아프가니스탄 당국이 결정을 내린 이 시점이 아프간 여성과 남성 그리고 아동이 세계에서 가장 큰 인도주의적 위기에 놓인 시기라는 점이다. 아프가니스탄에서 기근 위기에 처한 인구는 600만 명에 달한다. 이는 선택의 여지가 없음을 의미한다. 여성 동료들 없이는 생명을 살리는 인도적지원을 제공할 수 없다. 활동을 재개하지 않는다면 아이들이 죽게 된다. 상황이 그만큼이나 심각하다” 고 경고했다.
한편 세이브더칠드런 소속으로 아프가니스탄 카불의 한 학교에서 근무 중인 패티마(Fatima, 가명)는 여성 직원의 근무를 금지한 탈레반의 발표에 큰 충격을 받았다고 전했다. 선생은 “일주일 전쯤 탈레반은 아프간에는 여성 구호활동가가 필요하지 않다는 이유를 대며 내가 세이브더칠드런에서 일하는 것을 금지했다. 나는 큰 충격과 분노로 상심했다. (나의 활동 중단으로) 우리 반 학생들이 시험을 못보면 다음 학년으로 진급하지 못한다. 지난 1년 간의 공부가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며 학생들을 걱정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학교에 갈 수 없는 아동을 지원하기 위해 아프가니스탄 전역에서 3,300개 이상의 지역사회 기반 교육 수업을 운영하고 있다. 2021년 8월 탈레반 집권 이후, 세이브더칠드런의 조사에 따르면 그해 11월과 12월 10세부터 18세 사이의 여아 중 40% 가까이가 학교에 나오지 못했다. 현재 여아들의 중등 교육은 금지된 상태다.
그는 “아프가니스탄의 소녀들과 여성은 교육권과 자유로운 이동권을 위해 오랜 기간 힘겹게 싸워왔다. 나도 아홉 살까지 학교가 어떻게 생긴 곳인지도, 글을 읽거나 쓸 줄도 몰랐다. 터키의 한 단체가 마을 근처에 학교를 세웠는데, 당시에도 권력을 잡았던 탈레반이 여아들의 등교를 금지했지만 아버지 덕분에 나와 여동생은 학교에 다녔다. 생명에 위협을 받을 만큼 어렵고 위험한 일이었지만, 덕분에 우리는 마을에서 최초로 학교에 다닌 여자 아이들이었다. 아버지는 우리가 인생에서 기회를 얻게 될 것이란 확신을 갖고 매일 학교에 데려다 주셨고, 내 인생이 바뀌었다. 나도 우리 지역사회의 여아들에게 교육의 기회를 주기 위해 교사가 되었다“며 자신의 과거를 회고했다.
이어 “나도 우리 지역사회의 여아들에게 교육의 기회를 주기 위해 교사가 되었다. 여성 직원 없이는 세이브더칠드런 같은 기관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운영될 수 없다. 아프간 여성이 국제기구나 비정부기구에서 일하는 것을 금지하는 최근의 조치는 여성의 권리를 더욱 제한하는 것을 넘어 생존의 위협이 될 수 있다“ 고 했다.
현재 아프간에서 인도적 위기를 경험하는 인구는 전체 아프간 인구의 절반이 넘는 2,800만여 명이며, 이 중 절반이 아동이다. 아프가니스탄 인구의 97%가 올해 빈곤선 아래로 내려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5세 미만 영유아 110만 명이 급성 영양실조를 경험하고 있다. 지난해 8월 세이브더칠드런은 아프간의 1년을 담은 보고서 ‘한계점: 탈레반 장악 1년 후 아동의 삶’을 발표하며, 경제 위기와 심각한 가뭄, 탈레반의 차별적 규제로 아프간 아동의 삶이 황폐화되고 있음을 경고한 바 있다. 특히 경제적 어려움과 여아의 중등교육 출석 금지 등으로 조혼, 아동노동, 아동권리 침해 등 아동보호 위기가 심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세이브더칠드런은 1976년부터 40여년 간 아프간 전역에서 아동과 가족의 생명을 살리기 위한 인도적 지원 사업을 추진해왔다. 지난 1년 간 여성 120만 명, 여아 100만 명을 포함해 총 390만 명의 아프간 인을 지원했다. 세이브더칠드런 아프가니스탄은 2,490명의 여성 직원을 포함해 5,700명명의 직원과 활동가가 근무중이다. 세이브더칠드런은 아프간의 위기 사태에 대응해 보건 교육, 아동보호, 식량안보 및 생계지원, 주거지, 식수 위생 등 생명을 살리기 위한 인도적 지원 활동을 이어왔으나, 최근 탈레반 정부의 조치로 활동을 임시 중단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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