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채널 ‘오늘의 신학 공부’(대표 장민혁, 오신공)가 최근 숭실대 권연경 교수(기독교학과)와 인터뷰했다. 권 교수는 그의 책 ‘오늘을 위한 고린도전서’를 가지고, 책의 집필 배경과 책을 통해 그가 하고 싶어하는 얘기를 풀었다.
권 교수는 ‘책의 집필 계기’에 대해 “대학원에서 강의를 여러 해 동안 했었고, 강의를 하면서 정리했던 생각들을 모았다”며 “고린도 교회 상황은 한국교회 상황과 별로 다르지 않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긴장감을 가지고 작업했다”라고 했다.
그는 “로마서와 갈라디아서만 얘기한다면, 거의 초대교회의 ‘영지주의’와 비견될 정도로 추상적인 신학적인 개념으로만 간주할 수 있다. 그러나 고린도서는 거꾸로 현실적인 사안으로 시작한다. 현실적 문제를 조명하면서 신학적인 원리가 배어 나온다”며 “로마서는 신학적인 접근이 너무 크게 보여서, 실제 바울이 유대인과 이방인의 ‘뿌리 깊은 차별’이라는 아주 중요한 문제를 간과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현실적인 상황과 복음이 어떻게 얽혀 있는가에 대해 훨씬 더 잘 배울 수 있다”라며 “그러나 파고 들어가다 보면 결국에는 바울이 로마서와 갈라디아서를 통해 강조하고 싶은 것들과 똑같은 결론에 다다르게 된다”고 했다.
권 교수는 그의 책의 부제를 ‘욕망의 시대, 사랑에 뿌리내린 교회’라고 지으며 ‘욕망을 키워드로 정한 이유’에 대해 “삶에서 가장 중요한 단어가 ‘욕망’이다. 바울 서신에서도 ‘욕망’과 관련된 단어가 많이 나오며, 이것을 다루지 않고는 우리 신앙의 본질을 다룰 수 없다. 그런데 내가 어릴 때부터 생각해 봐도 교회 강단에서는 절대 나오지 않는 단어 중 하나가 ‘욕망’이다”며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우리가 가장 중요한 것을 비껴가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 사회는 ‘욕망’의 사회다. 특히 급격한 경제성장과 맞물리면서, 통계적으로 봐도 한국은 ‘배금주의’가 가장 강한 나라 중 하나”라고 했다.
이어 “사도 바울이 이 ‘욕망’을 다룬 것은 우리 사회의 핵심을 파고드는 ‘키’가 될 텐데, 우리 교회가 욕망에 대해서 입을 다물고 있다. 이것은 욕망이 없다기보다는 근본적인 문제를 다루지 않는 것”이라며 “그 이유 중 하나가 제가 생각하건데 한국이 대형교회를 많이 이뤘지만, 욕망을 십자가에 못 박고 시작했다기보다 ‘욕망에 세례를 주고 시작했던 교회’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권 교수는 “최근 무신론자들의 철학적 이유가 ‘욕망’이라는 단어다. 지젤, 바디유, 아감벤 등 이런 철학자들이 기독교인이 아닌데 이들이 깊이 있는 것을 생각하다 보면, 결국 ‘욕망’에 대해 말할 수밖에 없다”며 “바울은 바로 고린도전서에서 로마제국 속의 메트로폴리스(거대도시)였던 고린도에 팽배했던 욕망의 문법들을 잘 관찰하며 거기에 영향받는 고린도 교인들을 보며서 지적하고 복음의 논리로 이것을 다루려고 하는 시도였으며, 이것은 곧 우리의 이야기”라고 했다.
이어 “그 당시 고린도는 줄리어스 시저가 로마 도시로 재건한 이후 급속도로 로마적 색채가 잔뜩 깔려 있었으며, 무역의 요충지였고, 산업이 번창했다. 또한 고대 올림픽에 버금가는 경기를 유치할 정도로 여러모로 아주 번창한 도시”라며 “그렇기에 ‘배금주의적 사고’ 내지는 ‘경쟁적인 문화’가 훨씬 적나라하게 드러날 수밖에 없는데, 그런 면에서 60년대 이후 급속도로 번창한 한국사회와 비슷한 면이 있다”고 했다.
권 교수는 “외국 생활을 끝내고 귀국해서 학교 교수들이 ‘펀드, 펀드’ 애기를 하길래 나는 장학금 얘기하는 줄을 알았다. 그런데 주식 얘기더라. 최근에는 누구나 다 하더라”며 “그런데 원래 우리가 경제학 개론 시간에 배운 주식은 ‘투자를 해서 배당금을 얻는 것’인데, 요즘은 ‘차익을 노리는 것’으로 사실 ‘투자라고 말하지만 투기’”라고 했다.
이어 “그리스도인들은 다르게 접근해야 한다. 건강한 주식의 개념을 가지고 접근해야 한다”며 “부동산으로 예를 들자면, 믿지 않는 사람들은 투자가치를 따지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겠지만, 믿는 사람들은 투자가치 이전에 ‘우리가 여기서 행복한 가정을 꾸릴 수 있는가’라는 본질적인 질문을 던진다면 투기라는 ‘만국병’이 상당 부분 달라질 텐데, 기독교인들이 거기 앞장서고 있다는 것이 슬픈 얘기”라고 했다.
권 교수는 ‘당시 고린도교회에 어떤 문제가 있었으며, 바울은 어떤 권면을 했는가’에 대해 “바울은 고린도전서를 시작하면서 바로 ‘여러분을 권한다’라며 강한 실천적 의식을 가지고 접근하는데, 그 문제가 ‘경쟁과 분열’이다”며 “‘누가 똑똑한지, 가방끈이 긴지, 누가 힘이 센가, 누가 집안이 좋은가’라는 세속적 가치로서의 경쟁과 함께 ‘누구에게 세례받았는가’혹은 ‘방언 받았는가 못 받았는가’라는 영적인 것도 세속적인 경쟁의 수단으로 전락했다”라고 했다.
이어 “그 뒤에는 세속적인 욕망이 깔려 있다. 바울이 보기에는 이것이 교회를 근본적으로 망가뜨렸다. 나중에는 성찬도 망가뜨렸다”며 “이렇게 ‘욕망에 토대를 둔 분열 현상’이 고린도 교회를 망가뜨린 근본적인 문제”라고 했다.
권 교수는 ‘이 문제에 대한 바울의 권면’으로 “바울은 ‘십자가의 도’를 얘기하며 ‘하나님의 조건 없는 선택’에 대해 말한다. 하나님께서 세속적으로 보면 ‘지혜롭지도 않고, 권력자도 없고, 배경이 빵빵하지도 않은 사람’들을 통해서 그런 세속적 가치들이 무가치하다는 것을 선포하려고 하신다”며 “그런데 고린도교인들은 그런 가치들에 집착한다. 별로 가진 것이 없는 그들이 ‘도토리 키재기’를 하고 있으며 세속의 사람들과 가치관은 똑같다”라고 했다.
이어 “바울은 하나님의 조건 없는 부르심 속에, 세상의 소위 잘나가는 조건들에는 없었던 ‘진정한 하나님의 생명의 능력을 보이라’라고 말한다”며 “바울은 ‘말이 아니라 능력으로 보일 것’을 얘기”했다.
권 교수는 그의 책에서 ‘복음과 복음 전달자를 나누는 것은 속임수의 시작’이라는 말의 의미에 대해 “어릴 때부터 했던 고민이, 교회가 나를 잘 가르쳤는데 ‘나를 가르쳤던 그 말씀을 교회가 실천하지 않는 이율배반’에 대해 내가 ‘이 문제를 어떻게 푸는가에 따라 나의 삶이 달라질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이에 대해 “바울의 설교를 한 문장으로 압축하면 ‘저처럼 하십시오’이다”라고 했다.
이어 “예수를 보지 못한 이방인에게 복음을 전하려면 이 방법 밖에 없다. 위선의 실수를 하지 않으려면, 복음을 1인칭 단수에서 시작해야 한다”고 했다.
권 교수는 ‘자본주의에서 욕망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가’에 대해 “현실을 부정할 수 없다. 이 땅에서 사는 동안 우리는 불의한 자들과 접촉하며 살아야 한다. 이런 구조를 바꿀 수는 없다”며 “우리가 세상의 조건 즉, 명예, 돈, 지위 등에 참여하며 살아야 하지만, 이것이 우리의 삶의 목표가 되어서는 안 되면, 이것을 수단으로 삼아야 하지만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내려놓아야 한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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