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상대로 맞붙은 윤형선 국민의힘 후보와 접전 양상이 보이는 여론조사 결과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선거 초반 여유를 가지고 지원 유세를 다녔던 이 후보가 윤 후보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이 후보는 윤 후보를 타격하는 동시에 지지층을 달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가뜩이나 야당에 열악한 환경에서 치러지는 이번 선거에서도 이 후보는 초반 무난히 당선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최근 윤석열 정부 출범과 한미정상회담 컨벤션 효과로 이 후보마저 윤 후보와 초접전 양상으로 바뀌었다. 민주당 지지층이 전반적으로 투표에 참여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면서 이 후보는 윤 후보를 때리고 지지층에 반성과 쇄신을 다짐하며 다독이고 있다.
이 후보 캠프 차원에서 본격적인 윤 후보 때리기에 나서고 있다. 박빙의 결과가 나오는 여론조사를 애써 외면하면서도 내부에서는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는 점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 후보는 지난 24일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윤형선 후보와 지지도 격차가 좁혀진 것을 두고 "현장의 반응은 ARS 조사 결과와는 많이 다르다. 정말 달라도 많이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ARS 조사의 경우 응답률이 1~2%에 그쳐 전화면접과 비교해 정확도가 떨어진다는 취지로 설명하며 "ARS조사에서 지고 있다는 건 (상대 당이 민주당 지지자들의 투표를) 포기하게 하기 위한 일종의 작전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에서 이미 선거 판세가 열세라고 판단됐을 때 아예 투표를 포기해버리는 심리를 이용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 후보 측도 이를 의식하고 기회가 될 때마다 지난 2010년 6.·2 지방선거 서울시장 선거와 2016년 총선 서울 종로구 선거를 언급하고 있다.
2010년 6.·2지방선거 당시 서울시장을 놓고 경쟁한 한명숙 후보가 오세훈 후보에게 여론조사보다 훨씬 작은 격차로 석패했고, 2016년 총선에서 당시 서울 종로구 후보자 여론조사에서 한참 밀리던 정세균 후보가 오세훈 후보를 상대로 압승했다는 점을 강조하며 "투표에 참여해야 한다"고 호소하는 식이다.
전날 계양테크노벨리 정책 발표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윤 후보에게) 역전 당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결집해서 많이 투표하면 이긴다"고 투표 독려 메시지를 냈다.
김민석 민주당 통합선거대책위원회 공동총괄본부장도 같은날 선거상황 브리핑을 통해 이 후보와 윤 후보의 격차와 관련, "당에서 많은 샘플로 안정적인 조사를 계속하고 있고, (격차가) 그렇게 좁혀지지 않았다"며 여론조사 추세를 부인하는 이 후보의 말에 힘을 실었다.
이 후보 측이 윤 후보를 직격하는 입장을 내기 시작하면서, 사실 윤 후보 측과 접전을 벌인다는 여론조사가 현장 분위기를 어느 정도 반영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전까지 이 후보는 상대 후보 대신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지도부, 오세훈 서울시장과 안철수 분당갑 국민의힘 후보자 등을 향해 공세를 이어왔다. 계양을 선거에서 안정적인 승리가 점쳐졌던 만큼, 당의 총괄선거대책본부장으로서 다른 후보들을 지원사격하는 역할에 집중한 것이다.
그러나 전날 이 후보 측 캠프에서는 두 차례에 걸쳐 윤 후보에게 제기된 의혹을 비판하며 본격적인 윤 후보 때리기에 나섰다.
이 후보 캠프의 정진욱 대변인은 윤 후보의 '농지법 위반' 의혹을 "불법행위"라고 규정하고 "스스로 위법 사실을 시인한 이상 후보직을 사퇴하고 국민께 용서를 구하는 것이 도리"라고 비판했다.
김남국 대변인은 윤 후보가 지난 2일에서야 서울 목동에서 출마지인 인천 계양구로 주소를 옮겼다는 사실과 관련해 "윤 후보는 자녀들을 좋은 학군에 보내겠다고 목동에 아파를 사고 거주하며 선거 때만 '가짜 계양사람'이 되는 '떴다방 정치인'의 면모만 보이고 있다"며 "계속해서 계양구민들을 기만하고 거짓말을 할 경우 법적조치가 불가피하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 후보도 전날 아침 인천 계양을 계양IC 도로변에 서서 직접 피켓을 들고 처음으로 출근인사에 나서며 몸을 낮추는 동시에 팬카페 '재명이네 마을'과 페이스북을 통해 '계양을 연고자 찾기' 운동을 진행하며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 후보가 흔들린다는 인상이 강해질수록 전반적인 선거 판세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며 "이 후보 본인을 위해서뿐만 아니라 선거 전반을 위해서라도 지역구에서 승기를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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