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정권과 대한민국 검찰의 대립이 ‘검수완박’의 4월 국회처리 시도로 그 정점으로 치닫고 있다. ‘검수완박’은 검찰이 가지고 있는 범죄 수사권을 완전히 박탈하고 기소권만 남겨둔다는 것으로 겉으로는 수사와 기소의 분리로서 검찰개혁을 완수한다는 명분을 내세운다. 그러나 그 속내를 들여다보면 이게 과연 집권당으로서 제정신을 가지고 추진하는 것인지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이미 검찰의 비대한 권한을 축소하기 위해 검경수사권 조정이 이루어져 검찰은 6대 범죄 수사권만 가지고 있고 고위층의 비리를 담당하는 공수처도 만들어졌다. 그런데 수사권을 넘겨받은 경찰의 무능력으로 고소고발사건의 처리가 엄청나게 지연되는 등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고 민주당이 외쳤던 검찰개혁의 상징인 공수처가 그야말로 공수처(空手處)라는 비아냥을 들을 정도로 빈껍데기이다. 따라서 검찰개혁을 완수하려면 이미 이루어진 제도개혁에 따르는 문제점들의 보완이 먼저일 것이다.
그런데 집권세력들은 문 대통령 임기를 불과 며칠 남겨두지 않는 이 시점에 다시 검수완박을 들고 나왔다. 검수완박은 1년여 전 추윤갈등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 임기가 보장된 검찰총장을 내쫓기 위해 민주당이 급조해서 만든 법안이다. 당시 윤석렬 총장이 “검수완박은 부패완판”이라는 말을 남기고 총장직을 사임하자 이 법안은 잊혀졌다. 다시 말하면 검수완박은 법치주의 초석을 이루는 준사법기관인 검찰의 중립성 보장이라는 검찰개혁의 대의와는 거리가 먼 정치적인 포석에 불과하였다.
우리 헌법 제12조는 구속이나 압수수색은 검사의 청구에 의해 법원에 의해 발부한 영장에 의거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이는 검사가 수사의 주체임을 명확히 규정한 것으로 검사에게서 수사권을 박탈하는 것은 명백한 헌법위반이 아닐 수 없다. 백보를 양보해서 굳이 수사와 기소를 분리해야 검찰개혁이 완수된다면 수사와 기소권을 함께 가지고 있는 공수처는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나아가 일단 검찰로부터 6대 범죄 수사권을 뺏고 이를 어디에 부여할 것인지는 추후 보완입법을 한다는 게 말이 되는가? 다수당의 힘만 믿고 이렇게 국가 헌법질서, 법치주의를 가볍게 여기고 흔들어도 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결국 검수완박이라는 게 검사 윤석렬에 정권을 빼앗긴데 대한 앙갚음이라고 볼 수밖에 없고, 일각에서 의심하듯이 퇴임 후 문 대통령이나 이재명 수사의 방탄용이라는 비난을 면할 수 없을 것이다. 민주당 내에서도 상식과 법치주의를 믿는 의원들도 많이 있을 것이다. 진정 검찰의 독립성을 원한다면 차기 정부와 협력해서 대의를 모아 추진하는 것이 순리요 상식이다. 민주당과 집권세력은 국가의 헌법질서를 감정적 정파적 목적만으로 뿌리채 흔들려는 시도를 중각 중단할 것을 요구한다.
서헌제(중앙대 명예교수, 교회법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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