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 원내대표로 선출된 권성동 의원이 꽃다발을 들고 의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8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 원내대표로 선출된 권성동 의원이 꽃다발을 들고 의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뉴시스

8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최측근인 권성동 의원이 국민의힘 새 원내대표로 선출되자, 정치권에선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면 당정간 원만하고 긴밀한 소통이 더해져 밀월 관계를 이어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두달 후 열리게 될 지방선거 공천에서도 윤 당선인의 의중을 반영한 소위 '윤심(尹心)'이 개입될 개연성이 큰 것 아니냐는 분석도 적지 않다. 하지만 여소야대 정국에서 강한 리더십을 강조한 권 신임 원내대표가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과의 협치를 제대로 풀어갈 수 있을 지가 차기 정부 국정운영의 최대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원내대표 경선에 출마한 권성동(4선) 의원이 총 투표수 102표 중 81표의 선택으로, 조해진(3선) 의원을 60표 차로 누르고 과반을 넘는 압승으로 선출됐다. 이른바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 3인방의 맏형 격인 권 의원이 원내 지휘봉을 쥐게 되면서 국민의힘의 원내 권력 구도는 친윤(親尹·친윤석열)계가 장악하게 됐다. 윤 당선인도 "당정이 환상의 호흡으로 국민만을 위한 원팀이 되도록 함께 노력하자"면서 권 원내대표의 당선을 축하했다.

권 신임 원내대표는 당선 후 "집권 1년차의 원내대표는 막중한 책무를 갖고 있다"며 "그런 책무에 걸맞는 책임감으로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이 순항할 수 있도록 야당과의 협치에 더욱더 정력을 쏟고, 우리 국민의힘 의원 한 분 한 분의 도움을 받아서 이 어려운 정치환경을 극복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당정 관계에서는 권 원내대표가 정책 주도권을 둘러싼 기싸움을 하기보다는 긴밀한 소통으로 정부와 당 사이에서 윤활유 역할을 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당 경선부터 대선 본선까지 윤석열 당선인이 대권을 잡기까지 옆에서 공신의 역할을 한 권 원내대표는 대통령의 국정철학과 의중을 읽을 만한 몇 안 되는 '복심'이자 '실세형' 원내대표라 할 수 있다. 윤 당선인의 측근 중 측근이라는 점에서 여소야대의 불리한 지형 속에서 분주한 입법활동으로 대통령의 안정적 국정을 뒷받침하고 집권당 차원에서 전폭적인 힘을 윤석열 정부에 실어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권 원내대표는 거대야당의 발목잡기에 대해선 타협보다는 대국민 여론전을 통한 정공법으로 돌파하겠다는 의지가 확고해보인다. 여소야대 국면에서 대야협상력을 높이는 방안에도 "결국 저희가 기댈 곳은 국민"이라며 "국민 지지가 뒷받침 되면 협상이 제고되고 국민을 설득하지 못하면 협상력은 제로가 된다"고 말했다. 이렇게 되면 정부조직법 개정이나 코로나 추경안 편성 등 새 정부 출범 후에 처리해야 할 민감한 현안마다 민주당과 강 대 강 충돌로 정국이 경색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일각에선 권 원내대표가 당정간 건강한 긴장 관계를 강조한 것을 놓고 갈등의 기폭제가 될 것인지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권 원내대표는 "역대 정부들이 실패한 가장 큰 원인은 청와대에 모든 권력이 집중되고, 여당이 청와대의 여의도 출장소가 되어 버렸기 때문이다"라며 "당·정 간에 건강한 긴장관계를 유지하며 당이 국정운영의 중심에 서도록 하겠다. 우리 당과 정부가 정권교체를 했다는 오만과 독선에 빠지지 않도록 끊임없이 긴장하고 경계하겠다"고 강조했다.

동료 의원들에게도 "윤핵관에서 홀로서기를 시도하고 있다", "(윤핵관을부터)독립"을 누차 강조하는가 하면, "저를 윤핵관으로 부르지 말아달라", "윤핵관 보다는 4선 중진 국회의원으로 불리기를 바란다"며 '탈(脫)윤핵관'을 선언했다.

이 같은 권 원내대표의 행보를 두고 윤석열 당선인과 각을 세우려는 의도라기 보다는 기존 제왕적 대통령제 하에서 형성된 수직적 당청 관계를 탈피하겠다는 권 원내대표의 의지로 정치권에선 해석하고 있다.

대통령의 권력 누수나 레임덕이 잦은 임기 말과 달리 집권 초기에는 대통령의 강력한 권력에 의지해 청와대가 정국 운영 주도권을 확보할 개연성이 큰 만큼 내부 권력 갈등이나 잡음을 노출할 것을 염두에 두고 권 원내대표가 선제적으로 당정관계에 긴장감을 불어넣고 '군기'를 잡으려는 것 아니냐는 얘기다.

권 원내대표는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뒷받침하기 위한 국회의 역할에 관해 "건강한 당정관계, 청와대는 사라지지만 강화된 당과 대통령의 관계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당과 정은 일체가 돼야 한다"고 했다.

이어 "그렇게 하기 위해 활발한 당정 회의를 통해 주요 현안과 정책에 대해서 핵심룰을 공유해야 한 목소리가 나온다"며 "과거 실패 사례를 보면 당과 정부가 엇박자를 내고, 나눠졌을 때 반드시 우리는 정권연장에 실패를 했다"며 당정 간 물밑 대화·접촉을 강조했다.

권 원내대표 체제의 등장은 6월 지방선거에서 '윤심'의 영향력이 강화돼 공천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지방선거 공천을 경선을 치러 결정하는 방식이라 공천 과정에서 객관성이나 중립성을 담보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출마 지역이나 후보군에 윤 당선인의 의중이 반영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윤 당선인은 지방선거 공천에 일절 개입하지 않겠다고 선을 긋고 있지만, 김태흠 의원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충남도지사 출마를 요청했고, 김은혜 의원의 경기도지사 출마 결심에는 당선인 측근들의 설득도 작용했다는 점에서 결과적으로 윤 당선인의 '입김'이 직간접적으로 작용하는 모습이다.

이런 가운데 권 신임 원내대표의 최대 과제는 야소야대 정국에서 거대 야당과의 협치가 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과 윤 당선인은 국회 의석수의 현격한 차이로 여소야대 국면에서 국정 운영에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권 원내대표가 야당과 협치에 실패할 경우 윤석열 정부는 정권 초기부터 국정 동력을 상실하고 거대 야당의 덫에 걸려 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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