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C출판부(학생신앙운동출판부)가 정재영 교수(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의 신간 <계속되는 도전>을 출간했다. 이 책에서 저자는 ‘비제도권 교회’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으며 이 책을 통해 비제도권 교회에 대한 이해가 단순히 기독교의 언저리를 비추는 것이 아닌 대다수가 몸담고 있는 제도권 교회를 위한 경종과 교훈이 됨을 보여주고자 한다. 또한 비제도권 교회 사람들의 소리를 직접 경청하고 이들의 대표적 특성을 정리했다.
저자는 “이 땅에 기독교 신앙이 전파되고 교회가 시작된 지 1백 년이 훌쩍 넘으면서 그동안에 쌓인 관행들로 인해서 여기저기서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다. 이렇게 오랫동안 누적된 관습들은 제도라는 형태로 더욱 견고해진다. 사회학에서 말하는 ‘구조’를 형성하게 되는 것인데, 이러한 구조의 문제는 어느 한두 사람의 노력으로 해결하기 어렵다. 모든 신앙공동체의 구성원들이 같은 문제의식을 가지고 함께 도전해야 한다”라고 했다.
그는 “그런데 이런 일에는 언제나 개척자들이 있게 마련이고, 이러한 움직임은 언제나 변방이나 주변부에서 일어난다. 중심부는 아직 견고한 틀 안에 갇혀 있고 기득권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문제의식도 분명하지 않고 이를 위한 의지도 빈약하다. 이러한 움직임이 교단에 속하지 않아 그로부터 자유로운 비제도권에서 일어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비제도권 교회들을 연구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라고 했다.
이어 “제도권 교회들의 성장 정체 속에서 건물, 성직자, 교단 등 기존의 교회 형성의 문법을 따르지 않는 실험적인 새로운 기독교 공동체들이 한국의 대도시를 중심으로 21세기에 등장하고 있음을 주목하게 된다. 바로 비제도권 교회들의 출현이다. 보기를 들자면 이미 오랫동안 진행되어 온 가정 교회들 외에도, 평소에는 카페를 운영하며 일요일에 예배를 겸하는 유형, 지역에서 아이들과 가족을 위한 도서관 운영과 함께 교회를 실험하는 유형, 인디밴드나 어쿠스틱 그룹을 초청하여 음악을 나누며 공동체를 추구하는 하우스 콘서트형, 사무실이나 학원의 비는 시간을 이용하여 기독교 공동체가 모이는 일터 교회 유형도 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비제도권 교회에 속한 교인들과 제도권 교회에 속한 교인들 사이에는 뚜렷한 인식의 차이가 있다. 교회에 대한 만족도와 대부분의 평가 항목에서 비제도권 교회 교인들이 더 높은 만족도를 나타냈다. 특히 규모와 체계를 갖춘 교회에 유리한 항목을 제외하고 교회의 주요한 속성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는 공동체적인 측면에 대해서 비제도권 교회가 훨씬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것으로 비제도권 교회들이 오늘날 개신교 신자들이 요구하는 신앙적 욕구에 더 부합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 비제도권 교회 교인들은 신앙생활의 이유에서도 보다 본질적인 차원의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라고 했다.
저자는 이어 “코로나19는 교회에 큰 위협이 되고 있지만, 이제는 이것을 변화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신앙의 본질이라기보다는 전통적인 신앙생활이나 관행에 따라 신앙생활을 하던 것으로부터, 신앙의 본질을 이해하고 본질에 충실한 신앙생활을 할 수 있도록 전환할 필요가 있다. 예배당에 모이기를 힘쓰는 것만큼이나 세상에 보내진 자로서 신앙을 실천하고 하나님을 사랑하듯 이웃을 사랑하는 것이 올바른 신앙인의 모습이다. 예배당에 많은 사람들을 모아 놓고 교세를 자랑한다면 그것은 교회의 참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 이러한 교회는 세상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하면서 자기들끼리만 만족스러워하는 폐쇄적인 동질집단 이상의 의미를 갖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신학자들은 성경을 바탕으로 하는 공동체는 자신들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스스로 공동체를 이룸으로써 공동체 밖의 사람들에게도 나누고 베풀 수 있는 여력을 가지게 된다고 말한다. 따라서 바람직한 기독교 공동체의 삶은 타인을 위한 것이기를 지향하며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것이다. 기독교 공동체는 공동 체 구성원들의 필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세워진 것이 아니라 철저하게 하나님의 뜻을 이루기 위해 세워진 공동체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여기서 하나님의 뜻이란 기독교인들이 공동체를 이루어 유기체로 연합된 지체임을 인식하고 이웃과 사회를 위하여 사랑의 나눔을 실현하는 것이다. 이러한 공동체들이 모여 시민사회를 이룸으로써 시민사회의 원리가 약자를 보호하는 공동체 원리가 되게 하는 것이 교회 공동체의 사회 임무이다. 이러한 공동체들은 시민사회 결속의 가장 기초가 되는 조직이다”라고 했다.
끝으로 저자는 “이러한 도덕적인 힘의 원천이 되는 것이 바로 종교이다. 종교는 인간에게 필요한 기본 규범뿐만 아니라 그 사회가 존속하고 발전하는 데 필요한 도덕과 정의의 원천이 되어 왔다. 대표적으로 성경은 십계명을 비롯한 많은 도덕규범들을 제시하고 있으며, 산상수훈은 이 세상의 가치와는 전혀 다른 하나님 나라의 가치를 분명하게 보여 준다. 쿨다운 시대에 가치와 의미를 찾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교회는 더불어 사는 삶의 가치와 규범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라고 했다.
한편, 정재영 교수는 연세대학교에서 사회학을 전공하고 동 대학 사회발전연구소 전문연구원으로 일했다. 현재 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에서 종교사회학 교수이자 21세기교회연구소 소장을 겸임하고 있다. 저서로는 <한국 교회의 종교사회학적 이해>, <한국교회의 미래 10년>, <더불어 사는 지역 공동체 세우기>, <페미니즘 시대의 그리스도인>, <계속되는 도전>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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