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이른바 '극단적 환경'에서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열어뒀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및 핵위협 등 상황과 맞물린 조치로 보인다.
미국 국방부는 29일(현지시간) 홈페이지를 통해 이런 내용을 담은 핵태세검토보고서(NPR) 요약본을 공개했다. 요약본에는 "미국과 동맹·파트너국가의 핵심 이익을 수호하기 위해 극단적인 환경(extreme circumstances)에서만 핵무기 사용을 고려한다"라는 내용이 담겼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전 "우리 핵무기 사용의 단일 목적은 미국과 동맹국을 상대로 한 핵 공격을 저지하고, 필요할 경우 보복하는 것"이라는 내용의 단일 목적(sole purpose) 선언을 추진했었다. 그러나 이는 핵 사용 정책의 전략적 모호성을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낳았다.
단일 목적 선언이 북한과 중국 등에 잘못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러시아의 침공 위협도 고조하며 지난 1월로 예정됐던 NPR 공개는 지연됐다. 앞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바이든 대통령이 핵전략 공약을 수정했다고 보도했었다.
이날 공개된 NPR 요약본에 '극단적인 환경'에서의 핵무기 사용 고려가 거론되며 기존에 추진되던 단일 목적 선언은 실제 무산된 것으로 해석된다. 요약본에는 핵무기 사용을 고려할 '극단적인 환경'이 구체적으로 어떤 상황을 의미하는지는 자세히 설명되지 않았다.
이번 단일 목적 선언 무산에는 특히 우크라이나 침공 과정에서 러시아의 핵위협 등 안보 상황이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앞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달 말 우크라이나 침공 과정에서 서방의 제재에 맞서 핵전력 강화 태세에 나선 바 있다.
다만 바이든 대통령은 이후 러시아와의 핵전쟁 가능성을 일축했었고, 백악관과 국방부 역시 미국의 핵 태세 변화 필요성이 없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이번 NPR에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를 재개하며 모라토리엄을 파기한 북한의 상황도 반영됐을 가능성이 있다.
NPR 요약본에는 "핵무기가 존재하는 한 미국 핵무기의 근본적인 역할은 미국과 동맹, 파트너국가로의 핵 공격을 억제하는 것"이라는 내용도 담겼다. 아울러 핵무기 역할을 줄이고 군축 분야에서 미국의 리더십을 재구축한다는 목표도 명시했다.
보고서는 "우리는 전략적 안정성을 계속 강조하며, 대가가 큰 군비 경쟁을 피하고, 가능한 영역에서 위험 감소와 군축 협정 합의를 가능케 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이날 요약본에는 미사일방어검토(MDR) 내용도 포함됐다. 보고서는 "미사일은 군사력을 추정하는 주된 수단"이라며 미사일 방어를 "통합 억지의 핵심 요소"라고 평가했다.
이어 "MDR은 미사일 사용에 있어 적의 확신을 줄이고, 동맹을 안심시키며, 긴장 고조 위험을 피하기 위한 군사적 선택지를 제공하는 탄력 있는 방위 태세에 미사일 방어의 핵심적인 기여를 보장한다"라고 설명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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