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4일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회식에서 일어난 '한복 논란'에 대해 "양국 관계에 오해 소지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황희 장관은 5일 중국 베이징 메인미디어센터에서 취재진과 만나 "소수 민족이라 할 때는 하나의 국가로 성장하지 못한 경우를 주로 말하는데, (중국 바로 옆에) 큰 나라가 존재하는 데 양국 간 관계에 오해의 소지가 생길 수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전날 베이징올림픽 개회식에선 한복을 입은 여성이 종국 오성홍기를 전달하는 중국 내 57개 민족 대표 중 한 명으로 출연했다.
이를 두고 국내에서 중국이 한복까지 자신들의 것으로 생각한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정치권에서도 문화 침탈이라고 유감을 표했다.
황 장관은 "소수 민족이라 하면 대체로 국가로 성장하지 못한 그룹을 일컫는 말이 아닌가. 대한민국은 세계 문화의 중심지고, 10위권 안의 경제 성장을 이룬 나라인데 자칫 소수 민족으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 오해의 소지가 있다"며 한복 논란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중국이 개막식을 통해 무엇을 알리려는 지는 이해하겠지만 이웃 국가 한국을 생각한다면 그런 부분을 세심하게 신경썼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도 했다.
정부 관계자로서 국익과 국민정서를 동시에 고민해야 한다는 어려움을 밝힌 황 장관은 "중국을 설득하고 싶다. 가령 중국 내 문화 다양성을 주장하고 싶다면 중국 내 다양한 민족들이 공전한다고 표현하는 것이 중국에도 큰 이익이 될 것"이라며 "이것도, 저것도 '우리 것'이라고 하면 중국이 큰 도움이 될까 싶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이러한 논란은 한국 문화가 세계로 퍼져나가면서 일어날 수 있는 일로 봤다.
"한편으로는 우리 문화가 그만큼 많이 퍼져나가 영향력이 있다는 생각도 든다"며 "세계사적으로 봐도 물리력 없이 소프트파워로 문화를 평정한 유일한 경우"라고 했다.
아울러 "중국에서 한국어를 배우는 사람도 많다고 한다. 우리 문화가 확산하는 과정으로 보고 자신감, 당당함을 가질 필요가 있다. 다만 올바로 잡을 부분은 잡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지난해 열린 2020 도쿄하계올림픽에서 일본의 독도 표기 문제를 두고 보다 강경한 입장을 보인 바 있다.
그러나 황 장관은 이번 한복 논란과 독도 문제는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영토 부분과는 다른 것 같다. 독도는 흔들릴 수 없는 부분이다. 대한민국을 침략한 국가가 미안해야 할 상대인데 또 다시 영토로 분쟁을 일으키는 것 자체가 용납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 "문화는 너무나 다양하다. 중국에는 조선족이라는 실체가 있다. 다만 자국 내 소수 민족을 옆의 이웃 국가와 동일시 하는 건 부적절하다. 그렇게 하면 우리 나라에도 화교가 있다"고 보탰다.
중국의 '문화 침탈'에 대한 지적은 사실 이전부터 일었다. 황 장관은 이를 고려해 개막식에 한복을 입고 참석했다.
황 장관은 "한국과 중국 사이에서 한복과 김치에 대한 논란이 있었다. 지난해 올림픽 홍보영상에서는 한복을 입고, 상모 돌리기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다"면서 "주무장관으로 우리의 전통의상을 입고 앉아있는 게 마땅한 자세라고 생각하고 준비해왔다"고 설명했다.
외교적으로 대응할 뜻이 없다고 밝힌 황 장관은 "다만 양국에 오해의 소지가 있는 점은 중국 체육 장관 등 정부 관계자들을 만나 국내 여론 등을 언급할 필요는 있다"고 했다.
황 장관은 이날 오전 중국 신화통신과의 인터뷰에서도 한복 논란에 대해 같은 메시지를 밝혔다고 전했다.
베이징 올림픽 개회식에 대해선 "방역도 상당히 잘 관리하고 개회식 내용도 콤팩트하고 깔끔한, 수준있는 프로그램이었다"며 "(한복 논란이) 딱 흠이었다"고 말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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