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후보 배우자 검증 국면이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부인 김건희씨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부인 김혜경씨로 초점이 옮겨진 모양새다.
지난 설 연휴를 거치며 이 후보가 경기지사이던 시절 김씨에 대한 도청 공무원들의 과잉 의전과 개인 심부름 논란이 불거진 데 따른 것이다.
논란의 당사자인 김씨와 당시 공무원에게 지시를 내린 배모씨가 입장문을 내 해명하고 사과했지만 경기도청 비서실 법인카드 사적 유용 의혹까지 더해지며 논란은 커지는 모습이다.
이번 논란은 경기도청 전직 7급 주무관 A씨가 자신의 상관이었던 전직 5급 사무관 배씨와 나눈 문자 등을 언론에 제보하면서 촉발됐다. 이 후보의 경기지사 시절 배씨와 A씨는 의전 업무를 위해 각각 비서실과 총무과 소속 별정직 공무원으로 채용됐는데 이 후보가 대선 출마를 위해 경기지사직에서 사퇴함에 따라 현재는 두 사람 모두 퇴직한 상태다.
A씨가 제보한 의혹은 ▲김씨의 약품 대리 처방 ▲이 후보 부부 장남의 대리 퇴원수속 ▲김씨의 병원 방문시 코로나 문진표 대리 작성 ▲음식 배달 등의 개인 심부름 ▲법인카드 사적 유용 의혹 등이다.
해당 의혹들에 대해 이 후보 측과 민주당은 대선후보 가족 문제가 불거진 데 대해 사과하면서도 김씨와의 연관성은 부인했다. 5급 사무관인 배씨가 7급 주무관이었던 A씨에게 부당한 지시를 내린 것으로 김씨는 여기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해명이다.
박찬대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수석대변인은 이날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일단은 후보와 배우자께서는 직접 관여하지 않았다"며 "배씨하고 A씨 사이에 있었던 부분이기 때문에 이 부분은 사실관계와 진위 여부를 필요가 있는 것 같고 이 부분에 대해서는 진위 여부를 살피기 위해 감사 청구를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씨와 배씨의 해명도 이와 비슷하다.
김씨는 전날 낸 입장문에서 "모든 것이 저의 불찰"이라고 사과하면서도 "공과 사를 명료하게 가려야 했는데 배씨와 친분이 있어 도움을 받았다. 그러나 상시 조력을 받은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친분이 있던 배씨로부터 일부 조력을 받았을 뿐 A씨에게 행해진 지시가 자신의 의사에 따른 것은 아니며 과잉 의전 등이 일상적인 일도 아니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배씨 역시 입장문에서 "어느 누구도 시키지 않은 일을 A씨에게 요구했다"며 "이 후보를 오래 알았다는 것이 벼슬이라 착각했고 이 후보 부부에게 잘 보이고 싶어 상식적인 선을 넘는 요구를 했다. 결코 해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고 했다.
A씨에게 했던 각종 지시들이 이 후보 부부에게 잘 보이려 어느 누구도 시키지 않은 일을 지시했던 것이라며 김씨와의 연관성은 부인한 것이다.
배씨는 "도지사 음식 배달 등 여러 심부름도 제 치기 어린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아무런 지시 권한이 없었고 누구도 시키지 않았지만 A씨에게 부당한 요구를 했다"고도 했다.
김씨 장남의 대리 퇴원수속, 코로나 문진표 대리 작성, 음식 배달 등은 김씨와 무관하게 자신이 A씨에게 지시한 것이란 의미로 풀이된다.
다만 김씨가 의료 기록을 원치 않아 비서 이름으로 대리 처방을 시켰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자신이 복용할 목적이었다며 의혹 자체를 부인했다.
배씨는 "늦은 결혼과 임신에 대한 스트레스로 남몰래 호르몬제를 복용했다"며 "제가 복용할 목적으로 다른 사람이 처방받은 약을 구하려 한 사실을 인정한다"고 했다.
박 수석대변인도 "실질적으로 의약품에 대한 대리 수령은 우리가 확인한 바로는 없었던 것"이라며 "후보와 배우자께서 직접 관여한 부분은 아니지만 공과 사를 명료하게 가리지 못했던 부분에 대해서는 큰 틀에서 입장문을 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같은 해명을 두고 여전히 석연치 않은 구석이 남아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A씨는 언론에 대리 구매한 약을 김씨의 집 문에 걸어놓고 사진을 찍어 배씨에게 보고했으며 약을 담을 봉투의 색깔까지 배씨가 지정해줬다고 한 바 있어서다.
A씨가 구해다 준 약이 폐경 후 여성을 대상으로 한 호르몬제여서 임신 스트레스 때문에 자신이 복용할 목적이었다는 해명이 앞뒤가 안맞다는 지적도 나왔다.
민주당 선대위는 이에 대해 "배씨는 과거 임신을 위해 노력했으나 성공하지 못했고 스트레스가 심한 상황이었다"며 "생리불순, 우울증 등 폐경증세를 보여 결국 임신을 포기하고 치료를 위해 호르몬제를 복용했다"고 해명했다.
여당은 새롭게 제기된 경기도청 비서실 법인카드의 사적 유용 의혹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구체적 해명은 없는 상황이다. 전날 KBS는 관련 회계 규정을 피하기 위해 배씨가 A씨 개인카드로 김씨의 찬거리에 쓰일 소고기를 선결제를 시켰다가 이를 취소한 뒤 법인카드로 재결제토록 하는 등 김씨를 위해 여러차례 법인카드가 유용됐다고 보도했다.
일련의 의혹들에 대해 이 후보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국민 여러분께 송구하다"며 고개를 숙였지만 김씨의 지시는 없었다는 뉘앙스를 남겼다.
그는 "경기도 재직 당시 근무하던 직원의 일로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며 "지사로서 직원의 부당행위는 없는지 꼼꼼히 살피지 못했고 저의 배우자도 문제가 될 수 있는 일들을 미리 감지하고 사전에 차단하지 못했다"고 했다.
이번 의혹을 경기도청 직원의 부당행위로 규정하는 동시에 김씨의 잘못은 문제 소지가 있는 직원들의 일들을 미리 막지 못한 것에 한정한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이 후보는 법안카드 유용 의혹에 대해서도 사실 여부를 언급하지 않고 감사를 통한 진상규명과 책임을 거론했다.
그는 "보도된 내용을 포함해 도지사 재임 시절 부적절한 법인카드 사용이 있었는지를 감사기관에서 철저히 감사해 진상을 밝혀주기 바란다"며 "문제가 드러날 경우 규정에 따라 책임지겠다"고 했다.
/뉴시스
▶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press@cdaily.co.kr
- Copyright ⓒ기독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