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 직후인 3일 4명의 대선후보가 정책과 이슈를 놓고 첫 TV토론을 벌인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윤석열 국민의힘, 안철수 국민의당,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가 참여한다.
박빙의 승부를 펼치고 있는 이, 윤 후보는 이번 4자 토론을 최대 승부처로 보고 있다. 안, 심 후보의 공격을 잘 방어하면서도 양강 간 공방전에서 득점을 얻어내야 승기를 잡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10% 후반대였던 지지율이 10% 초반으로 하락한 안 후보는 이번 토론을 반전의 계기로 삼아 추격의 고삐를 다시 죄겠다는 계획이다. 심 후보는 이번 토론에서 선명성을 부각해 진보 후보의 존재감을 확실하게 보여주겠다고 벼르고 있다.
◆국민 76%, TV 토론, 후보 결정에 영향…대선 최대 변수
이, 윤 후보가 초박빙의 승부를 벌이고 있어 TV토론이 대선 판세에 영향을 미칠 최대 변수가 될 전망이다. 이재명, 윤석열 후보는 중도층과 부동층을 흡수해 박빙의 승부에서 격차를 벌릴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 심상정, 안철수 후보는 양강 후보에게 기울어지지 않은 중도층과 부동층 표심을 가져올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여론조사전문업체 서던포스트가 CBS의뢰로 지난달 31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서 'TV토론회가 지지후보 결정에 영향을 미친다'는 응답이 75.6%로 조사됐다. 응답자의 33.4%가 '매우 그렇다'라고 답했으며 42.2%가 '어느정도 그렇다'고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TV토론 시청 의향에 대해선 46.6%가 '꼭 보겠다'고 답했으며 40.5%가 '가능하면 보겠다'라고 답했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4개사가 지난달 27일 발표한 전국지표조사(NBS, 24~26일)에서도 부동층 가운데 과반(55%)은 “토론 결과에 따라 지지 후보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지지 후보를 밝힌 응답자도 33%가 “토론 결과에 따라 지지 후보를 바꿀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박빙의 승부에 토론 영향 미쳐…실력보단 말실수와 태도 중요
박빙의 승부에선 TV 토론이 후보의 당락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배종호 세한대 교수는 지난 31일 YTN에 출연해 "양강 후보가 엎치락뒤치락 계속하니까 이런 상황에서는 TV토론을 보고 큰 영향은 없다고 그러지만 1, 2%만 마음을 바꿔도 당락이 바뀔 수가 있다"고 말했다.
배 교수는 "윤석열 후보가 제일 불리할 것 같다. 이유는 협공이 들어올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전망했다. "안철수 후보는 집중적으로 윤 후보를 공격해서 추락시켜야지 그 지지율이 하락하면 자신에게 반사이익으로 돌아오니까 당연히 공격적으로 나갈 거고, 심상정 후보는 당연히 이재명 후보도 때리고 윤석열 후보도 때릴 것"이라는 설명이다.
반면 이종훈 정치 평론가는 이날 " 이재명 후보는 굉장히 토론에 자신 있어하지만 (그런 기대치 때문에) 의외로 본인이 생각하는 만큼 긍정적인 반응이 안 나올 수도 있고 윤석열 후보는 사실은 국민들이 기대치를 많이 낮춘 상태여서 조금만 잘해도 저런 정도면 괜찮네라고 평가가 나올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이 평론가는 그러면서 "심 후보가 설득력이 있게 잘하기 때문에 TV토론을 하게 되면 좀 더 유리해질 가능성이 높지 않나"라고도 예상했다.
후보의 토론 실력보다는 말실수와 태도가 후보 선택에 영향을 준다는 정치권의 중론이다. 상대평가인 토론 성격상 어느 후보든 지지층을 돌아서게 할 '최악'의 실책을 피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지난 대선 토론에서 'MB 아바타' '갑철수' 발언으로 자충수를 연발했던 안철수 후보는 토론 평가에서 1.9%로 최하위에 머물렀다. 토론 전 사전조사 때 지지한다던 응답자 중 토론 후에도 같은 입장을 유지한 경우는 49.8%에 그쳤고, 문재인 후보로 지지가 바꾼 응답은 20.9%, 홍준표 후보로 이동한 경우는 14.7%로 나타났다.
◆李, 정책 역량· 비전 제시 vs 尹, 공정 앞세워 대장동 집중 공략
이, 윤 후보는 모두 안정적인 우위를 보이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경제와 민생 해법(이재명)',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정책과 대안(윤석열)' 등 정책 토론으로 자신의 장점을 유권자에게 입증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하지만 대선 민심의 향배를 가를 설 연휴를 앞두고 대장동 공영개발 특혜 의혹과 김건희씨 허위 경력 기재 논란 등 상대 후보의 약점을 유권자에게 부각시키는 것도 토론 전략의 주요 축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성남시장과 경기지사를 역임한 이 후보의 정책 역량 또는 선명성을 부각하고자 벼르고 있다. 이 후보는 지지율 30% 후반 박스권을 돌파하고자 탈모 치료제 건강보험 적용 공약부터 '신경제 비전'까지 크고 작은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이재명 후보는 "앞으로 토론들이 우리나라가 직면한 4대 위기를 함께 진단하고, 준비된 구체적인 해법을 국민께 소상히 말씀드릴 수 있는 자리가 되기를 희망한다"며 "무엇보다도 경제와 민생을 살릴 구체적인 해법과 국민의 경제적 기본권을 보장할 다양한 방안이 논의되면 좋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러면서 "대통령이 되고 나서 하겠다는 것보다는 어려운 국민의 삶을 개선하는 데 꼭 필요한 일, 당장 해야 할 일을 빠르게 합의하고, 국민께 함께 약속드리는 생산적인 자리가 됐으면 한다"고 했다.
민주당은 윤 후보가 대장동 공영개발 특혜 개발 의혹을 집중 거론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방어 논리를 점검하고 있다. 이 후보는 대장동 공영개발을 '단군 이래 최대 공익 환수 사업'으로 규정하고 인사권자로서 도의적 책임 이외 법적 책임을 부인하고 있다.
또한 대장동 역공도 준비하고 있다. 사업 초기 돈줄이 걸린 부산저축은행 불법대출 의혹 부실수사는 윤석열 후보가 연관된 의혹이다. 윤 후보의 부실수사가 대장동 특혜 개발의 시발점이 되었다는 점을 부각한다는 방침이다.
국민의힘도 전 국민의 이목이 집중된 TV토론에서 대장동 특혜 의혹 검증으로 행정·경제 전문가를 자처하는 이 후보의 민낯을 보여주겠다고 벼르고 있다. 윤 후보의 초반 질주의 원동력이 된 '공정' 화두를 재부각해 반등도 노리는 모양새다.
윤 후보는 "토론은 저를 위한 무대일 뿐 아니라 국민을 위한 무대다"며 "국민 앞에서 이 후보의 실체를 밝히고,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정책과 대안을 제시하도록 하겠다"고 공언했다. 준비 부족과 잦은 실언으로 국정운영 능력에 대한 논란이 있었던 만큼 이번 토론을 계기로 정책과 국정에 대한 능력을 보여주겠다는 방침이다.
그는 대장동 특혜 의혹에 대한 집중 공세를 펼 예정이다. 검찰총장 출신인 윤 후보는 대장동 원주민과 면담한 뒤 대장동 공영개발을 '이권 카르텔의 국민 약탈 행위'라고 지적하면서 국민이 아셔야할 부분이 있다고 목소리를 높인 바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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