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오전 서울 서초구 하나로마트에서 고객들이 장을 보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11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9.41로 전년 대비 3.7% 상승해 9년 11개월 만에 최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3일 오전 서울 서초구 하나로마트에서 고객들이 장을 보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11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9.41로 전년 대비 3.7% 상승해 9년 11개월 만에 최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뉴시스

'내 월급 빼고 나머지는 다 오른다'는 말이 현실화된 모습이다.

신선채소 및 축·수산물 가격은 물론 가공식품, 신선식품 등 거의 대부분의 식음료 품목들이 지난해 대비 높은 가격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이렇듯 밥상 물가가 무섭게 치솟으면서 서민 가계 부담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밥상 물가 상승은 올해 연말과 내년초까지 지속될 수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국제 곡물 가격이 올해 연말을 기점으로 상승을 멈추고 하방 압력을 받으면서 안정화된 이후 밥상 물가도 안정화 국면에 접어들 가능성이 높다.

국내 식품업체 중에서는 CJ제일제당, 농심, 오리온 등이 내년도 곡물가 안정화에 따른 수혜가 예상된다. 이들 업체는 올 한해 수익성 위주의 경영 전략을 펼쳐 내년 곡물가 하락에 따른 이익률이 늘어날 수 있다.

◆11월 소비자물가 10년 새 최고치 기록…농축수산물 전년比 7.6%↑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최근 1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11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09.41(2015년=100)로 집계됐다. 전년동기대비 3.7% 상승한 수치로 2011년 12월(4.2%) 이후 가장 높은 상승폭을 기록했다.

소비자물가지수는 1월 0.6%, 2월 1.1%, 3월 1.5%, 4월 2.3%, 5월 2.6%, 6월 2.4%, 7월 2.6%, 8월 2.6%, 9월 2.5%, 10월 3.2% 등 지속적인 상승세를 보였다. 6개월 연속 2%를 넘었고 3%대 상승폭을 두 달 연속 기록했다.

농축수산물은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할 때 7.6%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김장철을 맞아 수요가 급증한 가운데 초가을에 발생한 홍수와 최근 기온이 급감하며 작황이 부진한 것이 채소 가격을 끌어올리는 요인이 됐다.

채소류 가격이 9.3% 오르면서 농산물 가격도 5.7% 상승했다. 오이(99.0%), 상추(72.0%) 등 가격 상승이 두드러졌다. 축산물의 경우 돼지고기(14.0%), 국산쇠고기(9.2%), 수입쇠고기(24.6%), 달걀(32.7%) 등 가격이 오르면서 15.0% 올랐다.

수산물 물가도 0.2% 상승했으며 우유 가격 상승의 여파로 빵(6.1%)을 비롯한 가공식품도 3.5% 가격이 올랐다. 외식물가도 0.6% 포인트 오른 3.9%를 기록했다. 생선회 9.6%, 피자 6%, 구내식당 식사비(4.4%) 등 가격이 인상됐다.

◆올 한해 지속 상승한 가공식품…프랜차이즈도 인상 시작

가공식품은 올 한해 지속적인 상승세를 보였다. 1~2분기에는 소재식품 기업을 중심으로 한 제품 가격 인상이 진행됐고 3~4분기는 육가공식품을 필두로 과자류, 라면 등의 인상이 본격화됐다.

1분기에는 음료수, 반찬, 두부, 콩나물, 즉석밥, 고추장 등의 가격이 올랐고 2분기에는 수산물 통조림, 업소용 식용유, 꽃소금, 면·떡, 즉석컵밥 등의 가격이 주요 곡물가 인상을 반영해 판가 인상에 나섰다.

3분기에는 육가공식품, 참치가공식품, 과자류, 라면 등 가공식품의 가격이 인상이 본격화됐다. 이후 4분기에는 지난 8월 원유 가격 인상 여파로 우유를 중심으로 한 유제품 가격이 올랐다. 유제품 가격 인상은 현재 진행형이다.

가공 식품 가격 인상은 다른 산업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외식업계다. 치킨, 햄버거, 커피, 제빵 프랜차이즈 업계에서의 가격 인상이 본격화되고 있다. 올해 초 가격을 조정한 업체도 있지만 추가적인 인상에 나선 곳도 나왔다.

롯데리아는 이달 1일부터 제품 판매가격을 평균 4.1% 인상했다. 가격 인상은 버거류 16종, 세트류 17종, 치킨류 12종, 디저트류 8종, 드링크류 10종 메뉴에 대해 적용된다. 제품별 조정 인상 가격은 품목별 평균 200원 인상 수준이다.

대표 단품 메뉴인 불고기버거와 새우버거는 3900원에서 4100원, 세트 메뉴는 5900원에서 6200원으로 조정했다. 한우불고기버거는 단품 7200원에서 7500원, 세트 메뉴는 8900원에서 9200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치킨 가격은 2만원 시대가 열렸다. 교촌치킨은 지난달 일부 제품 가격을 평균 8.1% 인상했다. 품목별 가격은 500~2000원 오른다. 한마리 메뉴 및 순살메뉴의 경우 1000원이 인상했다. 원가 부담이 높은 부분육 메뉴는 2000원 상향 조정했다.

◆올해 가격 인상에 나선 기업은 내년도 수혜 전망

올해 제품 가격 인상에 나선 일부 식품 기업들은 내년도 곡물가 안정화에 따른 수혜를 입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제품 생산 비용 감소 등이 영업이익에 반영돼 영업이익률이 높아지는 현상이다.

대표적인 기업으로 CJ제일제당을 꼽을 수 있다.

이 회사는 올해 2월 햇반 6~7%, 두부 11.6%, 콩나물 9.9%, 백설 브래드 양념장 6% 등의 가격을 올렸다. 4월에는 백설 국산 꽃소금을 9% 인상했고 5월에는 햇반 컵반 제품군 가격을 6~8% 인상했다.

7월에는 스팸 등 육가공식품 20여종을 대상으로 가격 인상에 나섰다. 인상률은 9.5% 수준이다. 11월에는 편의점용 백설 식용유 가격을 6.9% 올렸다. 원재료 가격이 오른 품목은 대부분 올 한해 가격 인상을 끝마친 상황이다.

국제 곡물 가격이 안정된다고 가정할 경우 CJ제일제당의 가격 인상 효과는 내년부터 본격화될 수 있다. 인건비, 물류비 등 제반 경영비용의 큰 변동이 없는 상황에서 원재료 가격 하락이 추가적인 이익 상승 효과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조상훈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올해 말부터는 작황 부진 이슈가 해소되는 가운데 중국 돼지 사육두수 역시 정체되고 있어 내년 1분기부터는 곡물 가격 하향 안정화가 예상된다"며 "음식료 가격 인상은 내년 상반기까지 나타날 수 있지만 이후 안정세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식품업계가 원재료 가격이 올랐을 때는 손해를 보지 않기 위해 적극적으로 제품 가격 인상에 나서지만 반대의 경우에는 가격을 낮추지 않는다는 비판도 나온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물가감시센터는 CJ제일제당이 올해 7월 육가공 제품 가격을 평균 9.5% 인상한 것에 대해 원재료 가격 상승을 인상의 근거로 삼고 있지만 원재료 가격이 하락할 경우 가격을 내리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또 2011년 구제역 파동이 발생했을 때 CJ제일제당은 스팸 가격을 13.0% 인상했지만 이후 돼지고기 수입가격이 2년 전보다 6.0% 하락하던 2013년에는 제품 가격을 내리지 않았다고 센터는 폭로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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