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최초의 천주교 사제이자 올해 유네스코 세계기념 인물로 선정된 성김대건 안드레아 신부(1821∼1846)의 삶이 스크린 위에 펼쳐진다. 영화 '탄생'은 청년 김대건이 성 김대건 안드레아로 탄생하고 안타깝게 순교하는 과정을 담는다.
염수정 추기경은 11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세종S씨어터에서 열린 영화 '탄생' 제작발표회에서 "김대건 신부가 하나님 앞에 새롭게 탄생해 모든 걸 투신하는 삶을 살았기 때문에 모든 사람들 마음에 와닿는 것 같다"며 "영화에서 김 신부의 삶이 잘 표현되고, 코로나19로 여러 어려움을 겪는 세계인들의 마음에도 잘 전달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올해 김대건 신부 탄생 200주년과 유네스코 세계기념인물 선정을 기념해 영화 제작이 확정됐다. 영화 '경의선'(2012) '두 번째 스물'(2016) 등을 연출한 박흥식 감독이 각본과 연출을 맡았다.
박 감독은 "천주교가 소재가 된 영화지만 재미와 의미를 두루 갖춘 상업적인 극영화"라며 "그동안 김대건 신부에 대해 천주교 밖에서는 천주교인이라는 이유로 관심을 받지 못했고, 천주교 안에서는 순교에만 초점이 맞춰졌던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대건 신부는 조선인 중 처음으로 체계적인 서양 교육을 받은 사람으로, 새로운 생각을 했다"며 "바다와 육지를 종횡무진 누빈 선구자로서 근대를 어떻게 열어젖혔는지 흥미진진하게 보여줄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주인공 '김대건' 역을 맡은 윤시윤은 "이 작품을 할 수 있다는 것, 기회를 받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영광이었다"며 "벅찬 마음으로 큰 부담감을 느끼며 시작할 수 밖에 없는 작품"이라고 말했다.
이어 "200년 전에 신앙과 시대를 앞서갔던, 그리고 자유와 평등 가치를 내걸었던 인물을 관객들에게 보여드릴 예정"이라고 각오를 전했다.
이호원은 김대건에 이어 두 번째 사제가 되는 최양업(1821~1861) 토마스 신부를 연기한다.
이호원은 "천주교 신자가 아니어서 처음에는 그 많은 사람들의 희생이 와닿지 않았지만, 그래서 이 작품을 하고 싶었고 궁금해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성당을 매주 다니면서 공부 중"이라며 "대본을 보면서 '평등'이라는 개념이 없던 조선시대에 '인간은 모두 평등하다'고 말하는 것 자체가 큰 충격으로 다가오지 않았을까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안성기는 신학생들을 교육하는 역관 '유진길' 역이다. 그는 "유진길 역이 사실 큰 역할은 아니다"며 "제가 천주교 신자이기 때문에 의무감을 가졌고, 영화 시나리오가 너무 좋았다"고 했다.
조선인 최초로 천주교 사제 서품을 받은 김 신부는 1821년 8월 21일 솔뫼(현재 충남 당진시 우강면 송사리)에서 태어났다. 15세에 마카오 유학을 떠난 김 신부는 1844년에 소팔가자에서 최양업과 함께 부제품을 받고, 1845년 8월 1일 상해 연안 김가항 성당에서 페레올 주교로부터 사제로 서품을 받았다. 이후 제주도에 왔다가 다시 충남 강경 부근 황산포 나바위에서 활동했다. 1846년 6월 메스트르 신부 일행을 입국시키려다 발각 후 체포돼 그해 9월16일 새남터에서 군문효수형으로 순교했다.
'탄생'은 내년 11월 개봉을 목표로 이달 말 촬영에 들어갈 예정이다. 김 신부의 마카오 유학, 프랑스 극동함대 사령관 세실의 에리곤호 승선, 라파엘호 서해 횡단, 만주를 통한 육상 입국 장면, 백령도를 통한 해상 입국로 개척 등 김 신부 생애의 주요 부분을 차지하는 모험 장면이 실사와 VFX(시각특수효과) 기술로 생생하게 구현될 예정이다.
이용훈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은 "김대건 신부는 만 24세에 한국인 최초로 사제 서품을 받았으나, 천주교인이라는 이름때문에 25세의 나이에 한국 새남터 백사장에서 장렬하게 순교했다"고 전했다.
이어 "인간적으로 보면 안타깝지만, 영웅적인 삶은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울림을 준다"며 "영화가 우리나라를 넘어 전 세계로 전파돼 위대한 한국인 김대건 신부의 사상, 혁명적인 봉사와 희생의 삶이 널리 알려지길 바란다"고 부연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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