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발언에 다시 비트코인 시장이 큰 폭으로 출렁이고 있다. 머스크가 비트코인을 사용한 테슬라 차의 구매 결제 허용을 돌연 중단하겠다고 밝히면서다. 그동안 암호화폐 투자 열풍을 이끌어온 머스크가 석달 만에 방침을 바꾸면서 투자자들의 혼란이 커지고 있다.
12일(현지시간) 머스크는 본인 계정 트위터를 통해 "테슬라는 비트코인을 이용한 차량 구매를 중단했다"고 밝혔다. 테슬라가 지난 2월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보고서를 통해 비트코인을 15억달러(약 1조7000억원) 규모로 매입하고, 향후 자사 전기차를 비트코인으로 살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발표한 지 3개월 만이다.
머스크의 비트코인 결제 중단 선언에 비트코인 가격은 급락했다.
국내 암호화폐거래소 빗썸에서 비트코인은 전날 6900만원대 안팎을 오가다 이날 가파르게 떨어졌고 오전 9시께 5850만원대까지 하락했다. 현재 소폭 반등해 오전 11시35분 기준 6400만원대에 거래 중이나, 전날 고가(7035만원) 대비 9% 가량 내린 수준이다.
앞서 테슬라의 비트코인 매입 및 결제수단 인정 소식이 대형 호재가 되며 비트코인 가격은 크게 올랐었다. 소식이 발표된 이후 국내 거래소에서 비트코인 가격이 사상 처음 5000만원을 돌파했고 이후에도 상승세를 이어갔다.
돌연 머스크가 방침을 바꾼 데 대해 밝힌 배경은 환경 문제다. 머스크는 비트코인 채굴과 거래로 인해 석탄을 중심으로 한 화석연료 사용이 급증하고 있다면서 석탄은 "어떠한 연료보다도 최악"이라고 했다.
그는 "암호화폐는 많은 의미에서 좋은 생각이고 우리는 암호화폐가 전도유망하다고 믿는다"면서도 환경을 크게 희생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우리는 더 지속 가능한 에너지를 통한 채굴로 전환되는 대로 비트코인을 거래에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테슬라는 어떤 비트코인도 팔지 않을 것"이라며 "비트코인(에 사용되는) 에너지의 1%만 쓰는 다른 암호화폐를 찾고 있다"고 밝혔다.
그동안 비트코인의 에너지 과소비에 따른 환경 파괴 문제는 지속적으로 제기돼왔다. 채굴에 엄청난 전기가 소모된다는 비판이다. 포브스에 따르면 케임브리지대 연구진은 연간 기준 아르헨티나, 파키스탄 같은 국가의 전체 사용량보다 많은 전기가 비트코인 채굴에 투입된다고 추정했다.
일각에선 이번 테슬라의 결제수단 중단 소식이 시장의 단기적인 변동성을 키울 수는 있겠으나, 흐름을 바꿀 정도의 장기적 영향은 미치지 못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테슬라 외에도 스퀘어, 넥슨 등 글로벌 기업과 금융기관이 비트코인을 직접 매입하거나 지불수단으로 비트코인을 활용하는 사례가 늘며 비트코인이 투자자산으로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박성준 동국대 블록체인연구센터장은 "머스크가 비트코인의 자산가치를 인정하고 확보해왔는데 회사 돈으로 사는 데 한계가 있으니 또다른 방법 중 하나가 전기차 상품을 파는 것이었다"라며 "비트코인 가격 변동성이 워낙 크므로 머스크의 현재 상황에서 감수할 수 있는 가격 한계선이 있었기 때문에 방침을 바꾼 것으로 보인다"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단기적으로 가격을 떨어트리는 요인이 될 수는 있지만 하나의 이벤트라고 본다"라며 "조정 기간을 거치나 폭락 가능성은 낮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머스크의 행보에 또다시 시장이 출렁이자 투자자들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암호화폐 투자자들이 모인 커뮤니티에서는 "머스크 한마디에 출렁대니 신뢰성이 없는 시장이다", "테슬라가 비트코인 손절했다", "환경 문제 지금까진 몰랐었나" 등의 반발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실제 머스크는 비트코인 시세에 수차례 불을 질렀다. 앞서 머스크가 클럽하우스 토론에서 "비트코인 지지자"라고 공개적으로 밝히고, 테슬라가 15억달러 규모 비트코인 매입 사실을 공개하자 투자자들 관심이 증폭됐으나, 2월 머스크가 비트코인 가격이 높다는 의견을 내자 가격이 크게 출렁였다.
지난 4월에는 테슬라가 비트코인을 팔아 1억100만달러(약 1100억원)의 이익을 올렸다고 발표, 시장에선 머스크가 암호화폐 시장을 띄우고 나서 '먹튀(먹고 튄다)'한 것이냐며 비난 여론이 일었다.
반면 투자자들 사이에선 가격이 크게 떨어진 데 대해 "지금 주워야 한다", "추가 매수했다" 등의 반응을 보이며 저가 매수 기회로 삼는 분위기도 보였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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