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극화의 비극 넘어 균형과 윈윈의 시대로 들어가려면
본질과 비본질 분리하고 비본질에서는 관용과 사랑으로
급진적 보수주의자들이 복음 들고 세상에 적극 나아가야
오늘날 우리는 이념, 소득, 자산, 교육, 거주지 등의 격차가 커진 양극화와 불균형의 시대를 살고 있다. 여기에 작년부터 코로나19 위기를 겪으며 사회 양극화가 더욱 심화됐다는 지표와 연구 보고들이 계속 나오고 있다. 한국교회도 양극화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코로나 풍파 속에서 이념과 교세 등 교회의 내면적, 외형적 양극화는 가속화되는 모양새다. ‘이것 아니면 저것’의 이분법과 흑백논리에 익숙해지고 ‘내 편이 아니면 모두 적’이 되는 시대, 승자가 되지 못하면 도태되는 이 시대에 교회는 어떻게 균형을 잡을 수 있을까.
지난 8일 할렐루야교회 변혁팀이 주관하는 2021 변혁 워크샵에서 뉴패러다임인스티튜트 대표 이덕진 장로(할렐루야교회 은퇴장로, 전 유한킴벌리 이사회 의장)는 ‘균형 잡힌 기독교’를 주제로 온라인 줌 강의를 전했다. 이 대표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양극화 문제가 더 복잡하게 흘러가게 돼 있다”며 “교회마다 리셋이 필요한 시점에서 20세기 최고의 목회자, 설교가로서 존경받고 신뢰받는 존 스토트(John Stott) 목사가 이미 오래전 이와 관련한 이슈를 집중해서 다룬 책 ‘균형 잡힌 기독교’(BBC, Biblically Balanced Christianity)는 지금 시대에도 혜안을 제시해 준다”며 책의 핵심 내용을 요약하여 소개했다.
이 대표는 “균형 있는 기독교의 주제를 다룬다면 김상복 목사님, 팀 켈러 목사님, 릭 워렌 목사님의 다른 저서도 사용할 수 있으나, 이 책을 선택한 이유는 책 제목과 내용이 이 주제에 집중하고 있을 뿐 아니라 그가 BBC 주제의 사역에 헌신하셨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강의 서두에 “하나님은 두 개를 한 쌍으로 사용하여 창조하시는 데 매우 익숙하신 것 같다”며 “그래서 밤과 낮, 동과 서, 해와 달, 흑과 백, 빛과 그림자, 음과 양, 남자와 여자, 디지털 문명도 0과 1, on/off 2진법으로 만드셨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그는 “이것도 어쩌다가 오늘의 양극화, 이원화로 변질되었다”며 “죄성이 있는 불완전한 인간이 가는 곳마다 축복이 다툼으로 변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독교가 양극화된 이유
이덕진 대표는 “존 스토트 목사는 양극화는 기독교의 비극이라고 말했다. 교회가 사도신경에는 합의했으나, 신학적 차이에서, 어떤 경우는 기질적 차이에서 분열됐다고 했다”고 말했다. 스토트 목사는 “신학적 차이로 인해 교파, 교회 직분, 목회 사역, 교단 간 연계, 정치적 입장, 은사의 중요도가 달라질 수 있고, 또 사람 유형, 개성, 후천적 경험에 의한 기질적 차이로 인해 신학도 영향받고 사회, 문화에서 양극화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스토트 목사는 “기질이 우리 자신을 통제하게 놔두면 안 된다. 성경이 우리의 천성적인 기질을 통제하게 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그리스도인은 균형을 잃어버리게 된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이는 우리의 천성적 기질이 죄성으로 망가져 있기 때문”이라며 “예수님은 둘 중 하나만 하면 되지 않느냐고 질문하는 사람들에게 ‘둘 다’를 하라고 하셨다. 곧 ‘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 하나님의 것은 하나님에게 드리라’ ‘십일조도 드리고 정의, 긍휼, 믿음도 지키라. 이것도 행하고 저것도 버리지 말아야 한다’고 말씀하셨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리차드 백스터, 어거스틴이 말한 ‘본질적인 것에는 일치를, 비본질적인 것에는 자유를, 모든 것에는 사랑을’(Unity in Essentials, Liberty in Non-essentials, Charity in All Things)이라는 문구를 인용해 “하나님의 진리, 말씀, 불변하는 원리인 본질적인 것에는 일치되되, 그 이외의 주변적인 것, 중요하지 않은 것은 자유를 주되 모든 것에 사랑(charity)으로 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불필요하고 어리석은 4가지 양극화
스토트 목사는 불필요하고 어리석은 양극화로 ‘지성과 감성’(Intellect & Emotion), ‘보수와 진보’(Conservative & Radical), ‘형식과 자유’(Form & Freedom), ‘복음전도와 사회참여’(Evangelism & Social Action)를 소개했다.
첫째, ‘지성과 감성’에 대해 스토트 목사는 “하나님은 우리를 이성적이며 감성적 존재로 만드셨고 신앙과 이성, 감성은 대립적 관계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그럼에도 우리는 건강한 균형에 실패하고 있다”며 “진리보다 우리의 마음을 뜨겁게 하는 것은 없으며, 하나님의 진리가 우리에게 열리면 그저 가만히 보고만 있을 수가 없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스토트 목사는 “진리에서 멀어지면 반지성주의, 세속주의로 가게 된다”며 “그래서 전통, 문화, 자기 취향의 가치에 지배되는데 이런 것은 오류와 죄성으로 불완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온전한 평강은 하나님을 아는 것의 결과이고 동시에 이웃을 이해하고 존중하고 관계에 성공해야 한다”며 “이는 건강한 지성과 감성을 모두 사용하는 삶”이라고 덧붙였다.
둘째, ‘보수와 진보’에 대해 스토트 목사는 “모든 그리스도인은 복음에 관해 보수적이어야 하며, 그런 면에서 보수주의자라기보다는 보존주의자(conservationism)라고 불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기질상 보수적인 사람들이 있어 성경의 진리와 무관한 영역에서 보수적 견해를 가지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스토트 목사는 “찬성, 또는 반대하려면 변화의 대상이 성경인지, 교회 전통이나 문화적 관습인지에 따라 주장의 타당함이 정해진다”며 “성경은 폐하지 못한다고 하신 철저한 보수주의자인 예수님은 유대교의 기성 체제와 문화를 주저 없이 비판하신 급진적 진보주의자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스토트 목사는 “교회에 더 많은 급진적 보수주의자들(RC, Radical Conservatives)이 나타나야 하며, 이들은 변화시켜야 할 것과 보수해야 할 것을 비판적으로 분별할 줄 아는 복음적인 그리스도인들”이라고 강조했다.
셋째, ‘형식과 자유’ 면에서 스토트 목사는 “기성 조직과 형식 대신 자유와 유연성을 찾는 흐름을 따라 형식에 매이지 않는 교회와 예배가 생기고, 교회가 교파에 매이지 않고 독립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스토트 목사는 ‘제도적 교회’의 특징으로 “교회는 주님만이 백성을 아는 비가시성이 있다(딤후 2:19)”며 “그럼에도 예수님은 입교, 세례, 성만찬의 제도와 그의 양 떼를 목양하기 위한 목자를 세우셨으며, 당시 형식은 유동적이었으나 지금의 제도로까지 이어졌고 각 교파가 인정한 사역과 성례전의 가치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예배 형식’에 대해 스토트 목사는 “어떤 예배는 형식은 너무 잘 갖추고 훌륭한데 생기가 없고, 어떤 현대적 예배는 경건함을 상실해 괴롭기도 하다”면서 “그러나 성령은 바람과 불, 비둘기로도 상징되는 만큼 고전적, 전통적 교인들은 자유로운 참여적 예배의 즐거움을, 활기찬 젊은 그리스도인들은 장엄한 예배 속의 경외감도 체험하라”고 당부했다.
‘연결됨의 원리’에 대해 스토트 목사는 “대부분 교회는 어느 정도의 독립을 원하고 심한 경우 개교회주의로까지 나간다”며 “그 경우 거룩한 공교회와 분리되고 역사 속의 하나님으로부터 한 분이신 하나님의 권속들, 곧 다른 교회들과 분리되는 위험이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나 “진리를 제약하는 연합도, 연합이 없는 진리도 지지할 수 없다. 우리는 사도신경의 거룩한 공교회와 성도의 교제를 믿는다고 고백한다”고 말했다.
넷째, ‘복음전도와 사회참여’에 대해 스토트 목사는 “교회는 둘 중 하나로 양극화할 수 있는데, 복음전도에 치우친 경우 ‘지저스 피플(Jesus People)’ 운동에서처럼 예수님에게로 돌아가자고 시작한 것이 예수님이 육신을 입고 들어오셨던 세상에서 도피하려는 필사적인 시도가 되었다”고 말했다. 반대로 “사회참여에 치우친 경우 ‘세계교회협의회 방콕복음전도대회’처럼 구원을 정치, 경제, 사회적 용어로만 재정의하고 개인 구원도 언급은 했으나 전체적으로 해방운동을 교회의 참된 선교와 동일시했다”고 말했다.
스토트 목사는 “우리가 범하기 쉬운 실수는 두 극단 가운데 전자로, 우리는 하나님을 예배와 기도모임 같은 종교적인 것에만 관심이 있는 분으로 생각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인간을 영적, 육체적, 사회적 존재로 만드신 하나님은 이웃 전체를 사랑하라고 하시며, 가서 복음을 전하고 제자 삼으라는 지상명령은 네 이웃을 사랑하라고 하신 대계명을 대신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렇다고 모두가 이 둘을 동등하게 수행하라는 것은 아니며, 각자 소명과 은사를 따라 하면 된다”며 “개인과 교회 차원에서 지역사회 전체에 관심을 가지고 섬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스토트 목사는 위에서 언급된 불필요한 양극화 4가지 외에도 더 있다고 말했는데, 이덕진 대표는 “감히 추측해본다면, 아마도 그리스도인과 그들의 사역을 ‘성직자와 평신도(Clergy & Laity)’로 이분화하는 현상을 추가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왜냐하면 스토트 목사는 평신도 목회 대계명이라는 별명이 붙은 구절인 에베소서 4장 11~13절 말씀과 결을 같이하는 운동을 전개했고, 16세기 제1차 종교 개혁은 성경을 평신도에게 돌려주었고 21세기 제2차 종교 개혁은 목회사역을 평신도에 주고 있다고 말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복음적 그리스도인들, 양극화 피해야
스토트 목사는 성경적으로 균형 잡힌 기독교에 대해 책의 끝부분에 다음과 같이 정리한다. “우리는 진리만큼 우리 마음을 뜨겁게 하는 것이 없다는 사실을 기억하며, 지성과 감성 모두를 강조해야 한다. 또 보수와 진보를 동시에 강조하며, 성경을 보수하되 성경으로 문화를 평가할 줄도 알아야 한다. 또한 서로를 보완해주는 형식과 자유를 동시에 강조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복음전도와 사회참여 모두를 강조하되, 둘 중 어떤 하나로 반대편을 대치하거나 회피하기 위한 구실이나 핑계로 삼아서는 안 된다. 두 가지 모두 하나님이 자신의 백성들로 지금도 부르시고 계신 우리의 이웃에 대한 진정한 사랑의 표현이며 각각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이덕진 대표는 “스토트 목사는 특히 복음적인 그리스도인들이 기독교의 일반적 현상인 양극화를 피할 것을 호소했다”며 “스토트 목사는 ‘최소한 위의 네 가지 영역에서 <이것 아니면 저것>을 <이것과 저것을 모두 다>로 성숙하게 대치시킬 훌륭한 성경적 근거를 갖게 되었다(replace a rather naive either-or with a mature both-and)’면서 ‘우리는 발을 굳게 그리고 동시에 양쪽 모두에 딛고 서 있어야 한다.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도록 말이다’라고 말했다”며 강의를 마쳤다.
이날 지명토론을 한 전병철 아세아연합신학대학원 교수(ARCC 연구소장, 북미주 개혁교회 목사)는 “성경이라는 불변하는 진리로 계속 추를 움직여나가면서 균형을 잡으려고 노력하는 것이 필요한데, 제도화된 교회가 때로는 지금 상태를 오랫동안 유지하기 위해 이것을 균형으로 부르고 균형을 잡기 위한 시도를 멈추며, 다른 사람이 균형을 잡으려는 시도조차 막으려 하는 것이 어쩌면 잘못된 보수주의의 폐단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급진적이면서 동시에 보수적이기 위해서는 우리의 기존 세계관을 말씀 앞에 내려놓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말씀만 절대적이지 교리와 신학은 절대적일 수 없다. 말씀을 해석하는 신학과 그 말씀에서 추출한 교리는 어떤 상황에서도 절대화시켜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 교수는 특히 “균형 잡힌 그리스도인이 되기 위해 극단을 피하고 포용적으로 바뀌어야 한다”며 “여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관계성”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교회가 어떻게 하면 세상과 관계를 형성하고, 다음세대와 관계를 형성할지 관계성 속에서 균형의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며 “이덕진 대표님 말씀처럼 복음에 입각한 균형을 잡으면서도 동시에 복음적이지 않은 균형을 깨트리는 세상 속으로, 복음과 복음의 능력을 들고 좀 더 급진적으로 들어가야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균형을 깨트리는 모험을 감행하는 성도들이 좀 많이 나오면 좋겠다. 또 목회자들은 강단 밑으로 내려와 평신도와 함께 뒹구는 해석학적 공동체를 이뤄내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전병철 교수는 할렐루야교회 변혁팀에 대한 기대도 전했다. “평신도 중심의 전문가 집단인 변혁팀이 교회 안 교리만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존 스토트 신부(영국 성공회)가 이야기한 것을 세상 속에서 어떻게 풀어갈 것인지 고민하는 것을 보고 큰 기대를 갖는다”고 덧붙였다.
한편, 변혁 워크샵은 할렐루야교회 변혁팀이 팬데믹 시대 성경적 세계관과 변혁의 관심사를 논의하기 위해 5월 1일부터 6월 5일까지 매주 토요일 오전 10~11시 줌 화상회의로 진행한다. 5월 1일에는 허종학 장로(TW2033 사무총장)가 ‘세계 변혁운동의 전개와 미래’에 대해 발표했으며, 5월 15일에는 이덕진 장로가 ‘제자도, 소명, 그리고 변혁’, 22일에는 이헌민 집사(LabEnt㈜ 대표)가 ‘과학의 세계관과 변혁’, 29일에는 마동훈 교수(고려대 미디어학부)가 ‘미래 교육과 변혁’, 6월 5일에는 허종학 장로가 ‘다음세대를 위한 변혁’에 대해 발표한다.
할렐루야교회 변혁팀은 2011년 출범한 이래 기도회, 바이블 스펙스 운영, 변혁운동 및 4/14윈도우 운동과 협력 사역, 성경대학 내 변혁스쿨 과정을 운영했고, 2020년 봄에도 변혁 워크샵을 줌으로 진행했다. 올해 워크샵은 △세계변혁운동 역사 속에서 교회, 가정, 교육, 미디어, 정부, 비즈니스, 예술 등의 영역별 변혁의 전개 내용을 돌아보고 △2021년 이후 사역 방향에 대해 나누며 △변혁의 모델국가로 주목받아 온 한국이 팬데믹 시대 뉴노멀에 대한 대응을 어떻게 할지 의견을 교환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변혁 워크샵 참가비는 무료이며, 전체 및 개별 워크샵 참여도 가능하다.(할렐루야교회 변혁팀장 마동훈 교수 dhmaku@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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