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인 바다사랑실천운동시민연합(이하 바다사랑연합)이 원전에 쓰고 있는 '수명 연한'이란 단어에 대해 오역(誤譯)이라며 즉각 폐기할 것을 주장했다.
바다사랑연합은 3일 보도자료를 통해 "세계 어느 나라도 원전(原電)에 '수명(life span)'이란 말을 사용하지 않는다"며 "한국수력원자력 김균섭 사장은 '원전 수명'에 대한 오역을 즉각 폐기할 것"을 촉구했다.
바다사랑연합은 특히 "한수원만 'design life'를 '설계수명'이라 잘못 해석해서 사용하고 있다"면서 "그 때문에 시민단체가 '수명이 다 됐으면 폐기하라'고 다그치는 이유가 됐다"고 지적했다.
다음은 바다사랑실천운동시민연합의 보도자료 전문.
한수원 사장은 '원전 수명'에 대한 오역(誤譯)을 즉각 폐기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 '원전 수명'에 얽힌 불편한 진실
세계 어느 나라도 원전(原電)에 '수명(life span)'이란 말을 사용하지 않는다. 수명(壽命)이란 말은 생물에서 사용하는 용어로서, 壽가 '목숨'을 나타내기 때문이다. 'lifetime'이란 말도 생물에는 '수명'이라고 하지만, 원전은 기계로서 생물이 아니기 때문에 '기간'을 나타내는 말이다.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만 'design life'를 '설계수명'이라 잘못 해석해서 사용하고 있다. 그 때문에 시민단체가 "수명이 다 됐으면 폐기하라"고 다그치는 이유다. 바다사랑실천운동시민연합(본 연합)도 2007년 4월 30일자 연합뉴스 보도자료를 통해 "고리원전 1호기의 수명 연장은 절대 안 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그 당시 언론⋅방송보도 중의 '원전수명'이란 용어를 그대로 믿었기 때문이다. 제대로 확인하지 못한 잘못을 정중히 사과하고 용서를 구하고 싶다.
원전의 '수명 논쟁'에 대해서 한수원은 "부품을 교환하고 정비해서 재사용할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10년 연장을 추진하고 있지만, 시민단체는 "수명이 다한 원전은 즉각 폐기하라"고 하니 수명에 대해 상당한 갭이 있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자료조사에 착수했다.
본 연합(상임의장 최진호, 원전안전시민감시단장)의 조사결과, 우리나라는 'design life'란 말을 '설계수명'이라고 오역해서 사용하고 있다. '수명'이란 말이 도대체 어디에 있는지, 묻고 싶다. 미국은 'license renewal이라고 하니 '면허갱신' 또는 '면허회복'으로 해석할 수 있고, 캐나다는 renew the operating license라고 하니 '운전면허 갱신' 또는 '운전면허 회복'이라고 해석할 수 있으며, 영국은 continued operating이라고 하니 '계속운전'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또한 핀란드는 license extension이라고 하니 '면허연장'이라 해석할 수 있고, 헝가리나 우크라이나는 lifetime extension이라고 하니 '기간연장'이라고 해석할 수 있으며, 인도와 아르헨티나는 life extension이라고 하니 '기간연장'으로 해석할 수 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long term operating이라고 하니 '장기간 운전'으로 해석할 수 있다.
원전이란 기계는 생명체가 아니기 때문에 'life'라고 해서 생명이나 생존으로 해석하는 것은 잘못이다. 한수원에서 현재 사용하는 design life는 '설계수명'이 아니라 '설계기간'으로 해석해야 한다. 이처럼 'design life'을 '설계기간'으로 해석하면 고리원전 1호기와 월선원전 1호기의 설계기간 연장도 IAEA 실사를 거쳐 규정된 부품의 교환으로 10년간 연장 운전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고리원전 1∼4호기와 월성원전 1호기는 실제 설계기간이 40년인데도 캐나다가 수출할 때 30년으로 10년 단축하여 결정했고, 나머지는 처음부터 설계기간을 40년으로 결정했으며 신고리 3⋅4호기 이후는 설계기간을 60년으로 결정하고 있다. 이처럼 '설계기간'을 원전 제조회사가 임의로 결정하기 때문에 수명과는 상관이 없다. 우리가 UAE에 수출할 원전 1∼4호기도 설계기간을 60년으로 결정하고 있다.
본 연합의 조사결과, 세계 31개 국가의 원전의 수는 437기이고, 그 중에서 설계기간(design life)이 연장된 원전 146기 중에서 71기는 현재 운전 중에 있고, 75기는 운전 준비 중에 있으며, 여기에 정책적으로 결정된 7기를 합치면 전체 153기로서 전체 가동원전(437기)의 35.0%가 설계기간을 연장해서 가동되었거나 재가동될 예정이다. 여기에 현재 심사 중에 있는 15기까지 합치면 전체 원전 437기 중에서 168기로서 재가동률이 전체의 38.4%나 계속해서 재가동될 예정이다. 거의 40%가 재가동된다는 놀라운 사실이다.
그 중에서도 미국은 가동원전 104기 중에서 설계기간 연장으로 11기가 가동 중에 있으며 현재 62기가 설계기간 연장의 승인이 나서 가동 준비 중이고, 여기에 심사 중인 13기까지 합치면 82.7%가 계속 운전될 예정이다. 러시아는 가동원전 33기 중에서 설계기간 연장으로 17기가 가동 중에 있으며 현재 1기가 설계기간 연장 승인이 나서 가동 준비 중이므로 전체의 54.5%가 계속 운전될 예정이다. 캐나다는 가동원전 20기 중에서 설계기간 연장으로 7기가 가동 중에 있으며 현재 1기가 설계기간 연장 승인이 나서 가동 준비 중이므로 전체의 40.0%가 계속 운전할 예정이다.
우리나라는 가동원전 23기 중에서 설계기간 연장이 1기(고리원전 1호기)로서 4.3%에 불과하지만, 여기에 심사 중인 1기(월성원전 1호기)까지 합치면 8.6%가 계속 가동된다고 해도 설계기간 연장에 따른 재가동률이 세계에서 가장 낮다. 그런데도 우리나라 원전이 가장 불안전(不安全)한 것처럼 인식되는 것은 'design life'를 '설계수명'으로 잘못 해석해서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설계수명이 끝난 고리원전 1호기를 계속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엄청난 불안을 유발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여기에 원전 부품에 대한 부정⋅비리도 빼놓을 수 없다.
본 연합은 "원전 안전에 대한 모든 책임이 한수원에 있다"는 사실을 지적하면서 "김균섭 사장은 'design life'에 대한 오역(誤譯)을 솔직히 시인하고 '설계수명'을 '설계기간'으로 변경할 뿐만 아니라 국민에게 솔직히 사과하는 것만이 원전 안전(safety)에 대한 국민의 불안(不安)을 해소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란 사실을 강력히 촉구한다. 사즉생(死卽生)의 길을 택할 수밖에 없는 사장의 용기 있는 결단을 기대한다.
바다사랑실천운동시민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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