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그리스도의 의로움의 전가
도대체 신자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이기에, 하나님께서는 의인이라는 신분을 얻도록 은혜를 베푸셨는가? 칭의는 그리스도의 희생을 통해서 죄를 씻어버리는 일과 죄에 대한 형벌을 면제해 주신다는 선언이다. 그 이유는 그리스도께서 자기와 연합된 백성을 위하여 고난을 당하시고, 율법의 저주를 받아서 죽음으로 죄 값을 다 치렀기 때문이다(롬 3:21-26, 4:25, 갈 3:13, 벧전 3:18). 다시 말하면, 그리스도가 하나님의 정의로운 요구를 모두 다 충족시키고 구원을 획득할 만한 공로를 세우셨기 때문이다(마 3:15, 롬 8:1-4). 그리스도는 십자가 위에서 우리를 대신해 우리의 죄책을 짊어지셨을 뿐만 아니라, 그분의 삶으로 우리를 대신해서 모든 율법의 요구를 준수하고 의로움을 성취하였다 (갈 4:21, 롬 6:14-15).
한 사람이 모든 사람을 대신하여 죽었은즉 모든 사람이 죽은 것이라 (고후 5:15).
하나님이 죄를 알지도 못하신 이를 우리를 대신하여 죄로 삼으신 것은 우리로 하여금 그 안에서 하나님의 의가 되게 하려 하심이라 (고후 5:21).
내가 가진 의는 율법에서 난 것이 아니요 오직 그리스도를 믿음으로 말미암은 것이니 곧 믿음으로 하나님께로부터 난 의라 (빌 3:9).
아담의 불순종으로 인하여 그의 모든 후손들에게 죽음이라는 선고가 내려졌음을 밝히 설명하였다. 그러나 그리스도께서 죄인을 대신하여 희생제물이 되었고, 다시 부활하여 승천하심으로 의로움을 드러내셨다. 이러한 그리스도의 구속자로서의 모든 성취들이 믿는 자들의 것으로 간주되어진다. 여기에 “...누구의 것으로 인정한다 혹은 간주한다”는 의미를 가진 “전가”(imputation)라는 개념이 내포되어있다. 아브라함이 하나님을 믿으매 이를 의로 간주하셨다는 표현이 로마서 4장에 아홉 번이나 사용되었다. 전가 교리는 아담의 죄와 그리스도의 순종의 결과로서 발생하는 일들을 풀이하는 핵심 개념이다.
그가 백 세나 되어 자기 몸이 죽은 것 같고 사라의 태가 죽은 것 같음을 알고도
믿음이 약하여지지 아니하고, 믿음이 없어 하나님의 약속을 의심하지 않고,
믿음으로 견고하여져서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며,
약속하신 그것을 또한 능히 이루실 줄을 확신하였으니,
그러므로 그것이 그에게 의로 여겨졌느니라
그에게 의로 여겨졌다 기록된 것은 아브라함만 위한 것이 아니요
의로 여기심을 받을 우리도 위함이니 곧 예수 우리 주를 죽은 자 가운데서 살리신
이를 믿는 자니라. 예수는 우리가 범죄한 것 때문에 내줌이 되고
또한 우리를 의롭다 하시기 위하여 살아나셨느니라 (롬 4:19-25).
하나님께서는 친자식을 얻으려는 아브라함의 온갖 실수에 대해서 용서를 하시고, 약속을 바라보며 믿음을 지킨 점에 대해서 “의로 간주하셨다”(롬 4:22, 23, 24)는 것이다. 이 표현을 이해하려면, 먼저 하나님께서 인류의 조상, 아담이 대표가 되어서 불순종하므로 모든 인류에게 죽음의 형벌이 내려진 것을 살펴보아야 한다.
개혁주의 신학자들은 로마서 5장 12절로부터 21절까지를 살펴보면서, 세 가지 전가의 개념을 발견하였다. 첫째, 하나님께서는 아담의 후손으로 태어난 모든 인간에게 그의 죄책을 전가시켰다는 점이다. 둘째로는 하나님의 택함을 받은 자들의 구원을 위해서, 그의 백성들의 죄를 그리스도에게 전가시켰다는 사실이다. 셋째로, 하나님께서는 그리스도의 순종, 혹은 그리스도의 의로움을 택함 받은 자들의 것으로 간주하신다는 점이다.
루터와 대부분의 종교개혁자들이 전가교리를 중요시했다. 그러나 로마 가톨릭에서는 세례를 받을 때에 은혜의 초기적인 “주입된 의”(infusion) 를 투여받아서, 그리스도를 따르고자 하는 확증을 장착시켜준다고 가르쳤다. 트렌트 선언문 (1547년)에서는 종교개혁자들이 주장했던 의로움의 전가 교리를 완전히 거부하고, 저주했다.
칼빈은 트렌트 선언문의 칭의론에 대해 강력하게 맞서서, 그리스도의 “의로움의 전가”(imputation) 교리를 칭의론의 중요한 부분으로 강조하였다. 칼빈은 칭의와 전가를 연결시켰으며, 로마 가톨릭에서 주장하는 두 단계의 칭의, 즉 초기의 칭의와 최종적인 칭의를 거부했다. 현대 상당수 신학자들이 칼빈의 전가교리와 그 중요성을 간과하는 경향이 있는데, 대단히 안타까운 실정이다.
김재성 교수(국제신학대학원대학교, 조직신학)
* 본지는 필자와 출판사의 양해를 통해, 필자의 책 서론과 제1장을 연재합니다. 신문에서는 각주와 인용문들이 없음을 양해해주시기 바랍니다.-편집자 주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press@cdaily.co.kr
- Copyright ⓒ기독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재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