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올림픽을 한일 관계와 남북 관계 개선은 물론 북미 비핵화 대화의 계기로 삼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한반도 평화 구상이 무산됐다. 북한이 100여일 앞으로 다가온 도쿄하계올림픽에 불참을 공식 선언하면서 임기 말 대북 접근법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 체육성은 6일 공식 운영홈페이지 '조선체육'을 통해 지난달 25일 개최한 북한 올림픽위원회(NOC) 총회 결과와 관련해 "악성 바이러스 감염증에 의한 세계적인 보건 위기 상황으로부터 선수들을 보호하기 위하여 위원들의 제의에 따라 제32차 올림픽 경기대회에 참가하지 않기로 토의 결정했다"고 밝혔다.
체육성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산하 국가올림픽위원회(NOC)의 지위를 인정받는 북한의 공식 기구다. 우리의 대한체육회(KOC)와 같은 곳으로 올림픽 참여 여부 등 주요 사안을 총회를 통해 결정한다.
북한이 선수들의 코로나19 감염 우려를 명분으로 100일 앞으로 다가온 도쿄올림픽 불참을 결정하면서 문 대통령이 움직일 수 있는 외교적 공간도 줄어들게 됐다. 조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 최종 수립 시점을 전후로 본격 추진을 계획했던 이른바 '도쿄 구상'에 급제동이 걸린 분위기다.
문 대통령의 '도쿄 구상'은 평창동계올림픽을 평화올림픽으로 이끌었던 경험을 토대로 도쿄·북경 올림픽을 지렛대 삼아 비핵화 대화 재개에 동력을 불어넣겠다는 구상이다.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의 북한 참가를 계기로 시작된 세 차례의 남북정상회담과 두 차례의 북미정상회담 등 3년 전 평화 분위기를 재현하겠다는 기대가 담겨 있다.
2·28 하노이 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로 힘을 잃었던 평창 구상을 도쿄올림픽을 계기로 되살리겠다는 게 문 대통령의 '도쿄 구상'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신년 기자회견에서 "도쿄올림픽의 성공을 위해서 한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협력할 계획"이라며 "한반도를 위한 평화를 촉진하는 장으로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북한이 빗장을 걸어 잠근 상황에서 스포츠 교류를 지렛대로 남북 간 접촉면을 만들다 보면 관계 복원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남북이 도쿄올림픽을 비롯한 각종 국제경기에 공동 진출을 적극 모색하고, 나아가 2032년 하계올림픽의 남북 공동유치에 협력한다는 내용은 9·19 평양공동선언에도 명시돼 있다는 점에서 남북 정상 간 합의 이행 차원에서도 의미가 있다.
서훈 국가안보실장은 최근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주재로 미국에서 열린 한미일 안보실장 회의 과정에서 북미 비핵화 대화의 촉진 방안의 일환으로 종선전언과 함께 문 대통령의 '도쿄 구상'의 추진 필요성을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기타무라 시게루(北村滋) 일본 국가안보국장과의 한일 안보실장 회의에서 도쿄올림픽의 외교적 활용 방안을 논의하면서 문재인 정부의 협력 의지를 전달한 것으로 전해진다.
여권 관계자는 "서 실장은 한미일 안보실장 회의 결과를 토대로 미국의 대북정책 수립 완료 후 향후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방향을 정리한 보고서를 문 대통령에게 보고했다"면서 "도쿄올림픽 활용 구상안이 담긴 것으로 알고 있는데 수정이 불가피하게 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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