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이사장 박진탁, 이하 본부)는 지난 22일 저녁 9시 30분, 故 최희자 씨(69세, 여)의 각막기증이 여의도 성모병원에서 이뤄졌다고 2일 밝혔다.
“어머니께서는 항상 감사한 마음을 표현할 줄 알아야 한다고 말씀하셨어요. 생의 마지막 순간, 각막기증으로 세상에 고마웠던 마음을 표현한 게 아닐까 생각해요.”
22일 저녁 7시 30분, 이 모 씨는 떨리는 목소리로 본부에 전화를 걸었다. “어머니가 임종하셨어요. 오늘 오전에 장기기증 희망등록을 하셨는데...” 어머니를 부고를 알리며, 어머니가 평소 희망하던 장기기증을 실제로 이뤄주고자 한 딸 이 씨의 전화였다.
같은 날 저녁 9시 30분, 故 최희자 씨의 평소 바람대로 각막기증이 이루어졌다. 최 씨의 두 각막은 두 명의 시각장애인에게 이식되어 다시 밝은 세상을 볼 수 있는 기회를 되찾아주었다. 딸 이 씨는 “꽃을 참 좋아하셨는데 꽃 피는 계절에 세상을 떠나셨네요. 이제 곧 만개할 꽃들을 어머니의 각막을 이식받은 분들이 마음껏 볼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라는 소감을 남겼다.
故 최희자 씨는 지난 10년 간 초등학교에서 보안관으로 일해 왔다. 일하는 틈틈이 복지시설을 찾아 목욕 봉사를 했고, 농촌에서 일손을 돕는 봉사활동도 이어갔다. 뿐만 아니라 여의도 성모병원 호스피스 병동에서 아픈 환자들을 보살피는 등 자신의 손길이 필요한 곳이라면 어디든지 달려가는 따뜻한 사람이었다. 그런 그가 6개월 전, 시한부 판정을 받았다. 교모세포종이라는 뇌종양이었다.
“지난해 7월부터 어머니가 평소에 쓰던 단어들도 쉽게 표현하지 못했어요. 병원을 찾았더니 교모세포종이라는 이름도 낯선 병을 진단받았어요.” 갑작스러운 암 진단과 함께 수술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위험한 상태라는 의료진의 이야기에 최 씨는 물론 가족들도 힘겨운 시간을 보냈다. 딸 이 씨는 직장에 휴직을 신청하고, 최 씨의 곁을 지키며 마지막 추억을 쌓았다. 그러던 어느 날, 최 씨와 가족들은 장기기증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이 씨는 “평소 봉사활동을 열심히 하시던 어머니께서는 세상 떠나는 마지막 순간까지 장기기증을 통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며 희망의사를 밝히셨어요.”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후 3월 22일 오전, 최 씨는 딸 이 씨의 도움을 받아 본부에 장기기증 희망등록을 했다.
같은 날 저녁 7시, 최 씨는 여의도 성모병원 호스피스 병동에서 눈을 감았다. 그곳은 투병 전 최 씨가 아픈 환자들을 위해 꾸준히 봉사활동을 해왔던 곳이기도 했다. 평소 입버릇처럼 자신도 이 호스피스 병동에서 생의 마감하고 싶다고 말해왔던 최 씨의 바람이 이루어진 셈이었다. 그리고 두 번째 바람이었던 각막기증도 같은 장소에서 이루어졌다.
“시신훼손이 있지 않을까하는 막연한 염려가 있잖아요. 하지만 제가 어머니의 각막기증을 옆에서 지켜보니 전혀 그렇지 않더라고요. 각막기증 후, 어머니는 평온한 모습으로 눈을 감고 계셨어요.” 누군가에게 새로운 삶을 선물하고 떠난 어머니의 모습이 무척 자랑스러웠다는 딸 이 씨는 “어머니의 마지막 순간을 지켜보며, 저와 남편, 남동생까지 모두 각막기증을 약속하기로 결심했어요.”라는 이야기를 전했다.
최 씨의 장례식장, 온화하게 웃고 있는 최 씨의 영정사진 앞으로 ‘당신의 사랑은 영원히 죽지 않습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근조기가 설치되었다. 마지막 순간까지도 아낌없이 생명을 나누어 두 사람에게 새로운 세상을 찾아 준 최 씨의 사랑은 이식인들의 시선을 통해 오랫동안 우리 사회에 남아있을 것이다. 본부 박진탁 이사장은 “코로나 19라는 위중한 상황에서도 각막기증이라는 숭고한 결정을 내려준 기증인과 유가족들에게 감사하다”며 “화창한 봄날, 각막이식을 기다리는 환자들에게도 따듯한 희망을 전해 준 기증인의 사랑을 많은 이들이 기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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