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자들을 위한 윤리선언문이 발표됐다.
한국교회목회자윤리위원회(회장 손인웅 목사, 이하 윤리위)가 29일 서울 종로 한국기독교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목회자 윤리선언문’을 발표했다.
윤리위는 15개 교단의 대표 원로급 목사들과 손봉호 교수를 포함, 총 16인으로 구성됐다. 위원을 원로급 목사들로 정한 것에 대해 윤리위 측은 교단의 정치적 압박에 영향받지 않고 소신 있게 한국교회의 방향을 제시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이에 윤리위 위촉 명단에는 추연호(기독교대한감리회), 이동원(기독교한국침례회), 현해춘(대한기독교나사렛성결회), 박경조(대한성공회), 최복규(대한예수교장로회 대신), 손인웅(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김명혁·홍정길(대한예수교장로회 합신), 전병금(한국기독교장로회), 백장흠(기독교대한성결교회), 박정근(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 엄현섭(기독교한국루터회), 정주채(대한예수교장로회 고신), 장차남(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신화석(예수교대한성결교회), 손봉호(기독교윤리실천운동) 등이 이름을 올렸다.
회장 손인웅 목사는 “한국교회가 복음적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계속해서 권면하고 선언하려 한다. 교회 지도자들이나 성도들에게 윤리적인 삶이 체질화되는 데까지는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리겠지만, 교회에 애정을 갖고 함께 노력해 나가다 보면 점진적으로 개선될 것이다. 많은 크리스천들이 이 운동에 동참해 권위 있게 확산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윤리위는 성속 분리로 한국교회를 게토화 혹은 병들게 하고 있는 이원론적 세계관 등을 포함한 왜곡된 복 사상, 교회의 양적 성장주의 추구에 "세속화와 인본주의 그리고 각종 프로그램에 치우치지 않도록 자기를 지키며 교회의 갱신과 진정한 부흥을 위해 말씀과 기도에 더욱 전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지구 온난화 등으로 병들어 가고 있는 하나님의 창조 세계를 "사랑하고 귀히 여기며, 자연을 보존하는 친환경적인 생활습관과 문화를 기르고 발전시키기 위해 목회자로서 검소와 절제의 모범을 보이며 교육적 사명을 다할 것을 천명"했다.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정치 참여에 관한 소신도 밝혔다. 한목협 윤리위는 "특정 정당에 가입해 활동하는 일을 삼갈 것"이라고 전제하면서도 "그러나 정치와 종교의 구분이 기독인들의 사회 정치적 책임과 권리를 유보케 하는 것은 아니므로 우리는 시민으로서 납세와 국방의 의무를 포함한 공적 의무와 사회적 책임을 다할 것이며, 나아가 이 땅 위에 하나님의 공의와 사랑이 이루어지도록 예언자적인 사명을 다할 것임을 다짐"했다.
아울러 타종교인들 향해 줄곧 배타적 입장을 취해온 과거를 반성, "우리는 타종교들을 존중하며, 그들이 가진 신앙과 종교시설을 폄하하는 일이 없도록 노력할 것을 천명"했다.
이 밖에 ▲교회에서 어떤 직책이나 지위를 얻기 위해 선거운동을 하거나 돈을 쓰는 일이 없도록 자정(自淨) 노력을 계속할 뿐 아니라 감시 감독의 책임도 다할 것 ▲교회의 재정은 교인들의 감시와 감독을 받을 수 있도록 공개되어야 한다 ▲목회자는 결혼의 존엄함과 가정의 순결을 지키는 일에 본이 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선언문 낭독 이후에는 기자회견이 이어졌다. 정주채 목사는 실제적 대응 방안에 대해 “윤리위원회가 사법·경찰권을 가진 조직은 아니기 때문에 강제할 수는 없지만, 후배들에게 영적·윤리적 기준을 권면하는 데는 최선을 다할 것이다. 기도와 권면을 통해 교회 문제가 법정까지 가지 않고 원만하게 해결될 수 있도록 조언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김명혁 목사는 “문제를 정죄하기보다는 형제의 죄를 함께 지는 심정으로 점차 회개하는 분위기를 만들어가고자 한다”고 말했다.
손봉호 교수는 정치적 입장에 대해 “종교인이 정치를 하는 것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 교회가 국가의 일을 대신하는 것이 잘못된 것이다. 교회를 대표하는 목사님들이 직접 정당정치에 개입하는 것은 안 된다”고 언급했으며, 박경조 주교는 “교회의 가치는 세상의 가치와는 다르다. 교회가 세상의 힘(정치적인)을 추구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밝혔다.
손인웅 목사는 목회 세습에 관한 질문에 “한국교회가 공교회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것 같다. ‘내가 세웠으니까 내 교회 내 재산’이라고 생각해 교회를 자식에게 물려주는데, 교회는 철저한 주님의 교회이다. 다만 현재 아버지로부터 교회를 이어받아 잘 목회하고 있는 아들 목회자들이 있는데, 평화로운 교회를 ‘세습하면 안 된다’며 혼란스럽게 하는 것은 또 하나의 문제를 만들 수도 있다고 본다. 제도가 정착되기까지 큰 진통이 따르지만, 윤리위는 목회자들의 공통적인 질서를 만들어 교회 평화와 발전을 이룩해 나가고자 한다”고 했다.
한편, 윤리위의 상위기구인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대표회장 전병금 목사)는 지난 9월 윤리위 설치를 위해 각 교단 목회자협의회에서 위원을 추천 받기로 결의했고, 지난 10월 26일 윤리위원 1차 회의에서 독립적 상설기구인 ‘한국교회목회자윤리위원회’를 출범하며 윤리선언문 초안을 만들고 활동 방향을 논의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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