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남짓 계속된 코로나19 확산 위기가 민족의 오랜 명절 풍습마저 바꾸고 있다.
화상 회의 앱을 통한 '비대면' 방식으로 차례를 지내는 가정이 늘었고, 모임을 자제하는 분위기 속에서 '홈설(Home 설)', '모바일 세뱃돈', '릴레이 성묘' 등이 새 풍속도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13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와 광주시에 따르면 설 연휴가 끝나는 오는 14일까지 5인 이상 모임 금지를 유지한다. 5인 이상 사적모임을 전면 금지했다. 직계 가족이여도 거주지가 다르면 최대 4명까지만 모일 수 있다.
이를 어겨 적발된 사람에겐 과태료 10만 원이 부과되고, 고의성 또는 감염 재확산이 입증되면 치료비 등 구상권을 청구할 수 있다.
이 같은 강력한 방역 조치와 함께 감염 노출에 대한 국민적인 경각심도 높아지면서 '민족 대이동'으로 상징되던 설날 모습이 크게 달라졌다.
코로나19 위기 이후 첫 명절이었던 지난해 추석에 비해 시민들은 명절 변화상에 차분히 적응하는 모습이었다.
서구 풍암동 주민 김모(28·여)씨는 설날이었던 지난 11일 오전 가족들과 화상 회의 앱 '줌(Zoom)'을 통해 비대면 차례를 지냈다.
김씨 집안은 명절 때마다 삼촌·고모네 가족이 남매 중 장남인 아버지의 집에 모여 차례상을 차렸다. 지난해 추석에도 조촐하게 나마 온 가족이 모여 명절을 보냈지만 이번 설 만큼은 어렵다고 무리라고 판단했다.
차례에 앞서 연휴 첫 날부터 서울에 사는 고모를 비롯해 친지들은 화상 회의 앱을 설치했다. 각자의 자택에 가족단위로 모여 네 가족이 화상 회의 앱에 동시 접속했다.
함께 나눠 먹을 식구가 줄어든 만큼 제수 음식 가짓수와 양도 대폭 줄였다. 차례상과 가족들 얼굴을 번갈아 비췄고 반갑게 서로 인사도 나눴다. 앱에 담긴 메세지 기능을 활용해 새해 덕담도 주고 받았다.
김씨는 "명절 분위기가 덜 하긴 했지만, 번거로움은 덜고 가족애를 확인하는 명절의 의미가 있었다"며 "부모 세대도 크게 낯설어 하지 않았다. 색다르고 유쾌한 설날을 보낸 것 같다"고 말했다.
경기 지역에서 근무하는 공무원인 최모(33·여)씨는 어렵사리 휴가를 얻어 광주의 고향 집을 방문했다. 지역 간 이동을 통한 감염 사례가 잇따른 만큼, 이번엔 동네에 사는 친구·지인들과의 만남은 미뤘다.
대신 가족들과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를 통해 드라마 등 영상 콘텐츠를 몰아보며 연휴를 보냈다. 음식도 '비대면 접촉' 방식의 배달 대행 업체를 통해 주문했다.
최씨는 "곳곳에 감염 위험이 있어, 인파가 모일 법 한 장소는 방문을 자제하고 있다. 가족과 함께 오붓한 시간을 보내는 데 집중할 생각이다"고 말했다.
광주 광산구 월계동에 사는 직장인 박모(39)씨는 10여 년 간 은행에서 신권으로 바꾼 지폐로 조카들에게 설 세뱃돈을 줬다. 이번 설에는 친지들이 모이지 않기로 하면서 모바일 메신저 송금 기능을 통해 세뱃돈을 보냈다.
타 지역에 사는 친구들에게는 모바일 앱을 통해 선물 교환권으로 정성을 전했다.
박씨는 "스마트폰 출시 이후 온라인 금융 거래·선물 문화가 일반화 되고 있는 만큼, 설 풍습도 자연스레 변하지 않겠느냐"며 "코로나19 시대를 거치면서 오랜 명절 관습을 바꾸는 변화가 앞당겨진 것 같다"고 했다.
전남 나주 노안면에 선영을 둔 조모(57·여)씨는 오빠·여동생과 상의를 거쳐 성묘 일정을 조정했다.
장남인 오빠가 설날 아침에는 대표로 성묘를 했다. 자신과 동생은 연휴 막바지인 주말 중 편한 날을 각자 골라 방문하기로 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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