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혈병
두 달 전, 3개월에 한 번 정도 내원하는 환자분이 오셨다. 치료하다가 눈을 쳐다보았는데 촉촉하게 눈물이 고여 있는 게 아닌가?
"원장님이 아니었으면 제가 지금 여기에 없었겠죠?"
2년 전 심장질환과 중풍 전조증으로 치료받았던 친구의 권유로 첫걸음을 했던 그의 말이 생생하게 떠올랐다.
"혈액 암 진단으로 치료 중인 데 그리 심하지는 않대요. 글리벡을 복용 중이에요. 치료에 도움이 될까 해서 왔는데 가능하겠습니까?"
약간 창백한 얼굴에 세월의 흔적이 있긴 해도 특별해 보이지 않은 그였기에 여느 환자처럼 치료했다. 본인이 심하지 않다고 하니 어쩔 수 없기도 했다. 설명보다는 치료로 할 수밖에 없었다.
2개월 동안 20회 치료가 경과한 다음이라 무력감과 만성피로 등 대부분의 증상은 사라진 상태인데, 그가 갑자기 눈물 고인 얼굴로 말을 하니 약간 당황스러웠다.
"원장님, 저 사실은 혈액 암이 진행되어 병원에서 방사선 치료와 화학요법을 다시 시행하자고 해서 이젠 끝이라고 생각하며 그때 왔었던 거예요. 원장님이 전혀 당황하지 않으시고 편히 말씀해 주셔서 살 수 있다는 희망을 갖고 시작했습니다만.... 혹시라도 안 된다고 하실까 봐 상태가 괜찮다고 거짓말한 겁니다."
다음 해 2월 그는 병원에서 완치 판정을 받았고, 4월에는 치료 종료를 확진 받았다고 뛸 듯이 기뻐하며 내원했다. 건강이 완전히 회복되어 소개해 준 친구와 경매업을 함께 하고 있다고 했다. 밤샘 근무도 한다고 자랑을 한참 늘어놓았다.
백혈병(leukemia)은 골수의 조혈모세포 이상으로 비정상적인 백혈구가 핏속에 대량 존재하는 혈액 암의 일종이다. 정상적인 혈구 숫자가 극도로 줄어들어 면역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고, 산소 운반과 영양 공급을 하지 못하게 된다. 전신 쇠약감, 체중 감소, 피로감, 현기증, 두통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통뇌법은 뇌척수관과 척추동맥의 통로를 추나치료와 3차원 벡터를 이용해 뚫어주는 원인 치료법이다. 뇌척수액 순환과 혈액의 순환이 원활해져 골수의 문제를 해결해 주면, 백혈병 치료에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길랭바레증후군
환자들은 자기만의 개성이 뚜렷하다. 옷이 위아래가 똑같은 사람이 단 한 명도 없듯이 생김새도 마찬가지다. 병을 맞이하는 모습도 사람마다 다름에 적지 않게 놀라기도 한다.
어떤 이는 병명보다 더한 두려움 속에 자신을 밀어 넣고, 안정제에 수면제까지 추가해 한 주먹씩 약을 먹는다. 저러다 약 때문에 더 큰 병이 나는 것이 아닌가 염려도 되지만, 입도 뻥긋할 수 없다. 의사를 돈 주고 사려는 자판기 의료시대가 환자에 대한 의사의 사랑조차 방어적으로 만들기 때문이다. 진료 현장만큼은 세상과 달라야 한다는 필자의 고루한 성격이 문제를 만들까봐 가끔 가슴을 쓸어 앉혀야 한다.
휠체어에 몸을 싣고 오빠의 도움을 받으며 여자 환자가 내원한 적이 있다. 환자들이 '갈 곳 없으면 오는 병원'이라는 별명을 지어준 것을 상기하게 만드는 병명이었다.
'길랭바레증후군(Guillain-Barre syndrome)'은 매년 10만 명당 1명의 비율로 발생하는 희귀병이다. 원인 모를 염증성 질환으로 말초신경과 뇌신경을 광범위하게 침범해 증상을 일으킨다. 증상은 아래에서 위로 올라가는 양측성 마비로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가벼운 마비부터 사지마비가 되는 상황까지 다양하다. 호흡곤란, 복시, 안면마비, 고혈압, 심계항진(心悸亢進, 환자가 심장이 뛰는 것을 느껴 불쾌해지는 것), 연하(嚥下, 삼키는 것) 장애 등 많은 증상들이 나타난다. 원인이 정확히 밝혀지지 않아 치료법도 아직 개발되지 않았고 증상 완화가 치료의 목표일뿐이다.
그는 코골이와 눈 침침, 두통(자주), 고혈압, 고지혈증, 가슴 통증(교통사고 후), 척추관 협착증, 얼굴과 팔다리의 부종이 심했다. 보행도 어려운 상태였다. 협심증과 혈압, 저림, 두통을 치료할 약과 아스피린을 복용하고 있다고 했다. 혈압은 145/85로 나왔다. 검사에서는 뇌경색이 많이 진행된 것으로 나왔다.
여러 종류의 지독스러운 고통이 그녀를 감싸고 있었지만, 그녀의 믿음은 남달랐다.
"하나님이 여기로 보내주셨으니까 좋아질 거예요."
웃음이 나올 상황은 아니었는데도 그녀는 웃고 있었다. 그녀의 긍정적인 성격이 사고를 치기 시작했다. 4회차부터 휠체어에서 일어나기 시작하더니 9회차에서부터는 아예 걸어서 여기저기 돌아다녔다. 10회차 때는 오빠의 사업 때문에 당분간 못 온다며 순천으로 내려갔다.
그녀의 소식을 궁금해하고 있던 차에 순천에 그가 있었던 요양병원에서 휠체어를 탄 여자 환자가 남편, 아들과 함께 내원했다. 병명은 소뇌 위축과 파킨슨병이라고 했다. 언어장애도 심했기에 귀를 대고 들어야 간신히 알아들을까 말까 했다. 성격이 급한 남편이 말했다.
"제 처는 이○○ 님과 같은 병동에 있었는데, 그분은 지금 막 걸어 다녀요. 정말 많이 좋아졌어요. 진짜로...."
이러한 바톤 터치가 필자의 심장을 다시 뛰게 만들고 있다.
통뇌법 혁명: 중풍 비염 꼭 걸려야 하나요?」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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