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전 국민에게 무료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해외 개발 백신 예방접종을 하기로 하고 재원 확보 등 세부 접종 계획 막바지 작업을 벌이고 있다. 당초 백신 비용 자체는 무료로 하되 우선 접종 권장 대상이 아니면 접종비를 받는 방안도 검토했지만 가능하면 많은 국민이 접종할 수 있도록 무료 접종을 택했다.
정은경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 본부장(질병청 청장)은 11일 오후 충북 오송 질병청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전반적인 방향은 전 국민에게 무료 접종을 제공한다는 방향 하에서 세부적인 실행 방안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정 본부장은 "예방접종 계획 중 중요한 부분이 우선 접종 (권장) 대상자의 범위와 순서 이런 부분과 무료접종 대상자의 범위와 비용, 재원에 대한 부분이다. 이런 부분들이 시행 계획 안에 포함돼 지금 계속 논의가 진행 중에 있다"며 이 같이 밝혔다.
무료 접종에 필요한 예산 등은 관계부처가 막바지 검토를 하고 있다.
정 본부장은 "재원에 대해서는 계속 협의를 지속해 왔다"며 "재원 부분과 구체적인 부담에 대한 부분들은 논의가 거의 막바지에 있기 때문에 그런 부분들이 정리가 되면 좀 더 확정된 내용으로 비용에 대한 방안을 보고드리겠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신년사에서 "다음달이면 백신 접종을 시작할 수 있다"며 "우선순위에 따라 순서대로 전 국민이 무료로 접종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국은 아스트라제네카, 모더나, 화이자, 얀센 등 다국적 기업과 다국가 연합체인 '코백스 퍼실리티'(COVAX facility) 등을 통해 5600만명분의 백신 물량에 대한 선구매 계약을 체결했다. 2월이면 국내에서 생산하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시작으로 코백스 퍼실리티, 화이자 물량 일부까지 공급받는 방향으로 현재 논의가 진행 중이다.
정부는 2월 말 우선 접종 권장 대상자 중 고위험 의료기관 종사자, 요양병원·시설 등 집단시설 거주 노인 등부터 예방접종을 시작해 순차적으로 이를 전 국민에게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백신별 공급시기, 효과성, 접종 및 유통 보관 방법 등을 고려하고 예방접종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대상자별 세부 일정을 구체화해 이달 중 확정할 예정이다. 예방접종 시행계획안은 8일 예방접종전문위원회 및 감염병관리위원회에서 검토한 상태다.
현재 우선순위는 확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정부가 생각하는 우선 접종 권장 대상은 3200만~3600만명 정도다. 여기에는 ▲의료기관 종사자 ▲집단시설 생활자 및 종사자 ▲65세 이상 노인 ▲성인 만성질환자 ▲소아청소년 교육·보육시설 종사자 및 직원 ▲코로나19 1차 대응요원 ▲50∼64세 성인 ▲경찰·소방 공무원·군인 ▲교정시설 및 치료감호소 수감자 및 직원 등이 등이 검토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28일 당국이 공개했던 초안과 비교하면 50~64세 성인과 교정시설·치료감호소 수감자와 직원이 새롭게 추가됐다.
앞서 정부는 국가가 예산으로 확보한 백신 자체에 대해선 전 국민에게 무료로 제공하되, 본인이 희망해서 접종하는 경우 백신 비용 외에 접종 시행비를 받는 방안도 고려했다.
박능후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달 8일 "약재 값에 대해서는 정부가 일단 무료로 보급할 생각이다. 필수인력에 대해서는 저희들이 기본적으로 무료로 접종비를 정부가 부담할 생각이다. 자원을 해서 맞는 경우, 필수인력을 넘어서는 부분은 부처 간에 협의를 통해서 적정하게 비용을 부담하겠다"고 말했다.
정 본부장은 지난 8일 국회에서 열린 긴급현안질문에서 "우선 접종 대상자에 대해서는 무료 접종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그리고 백신가격에 대해서는 정부가 구매를 한 것이기 때문에 백신은 무료로 공급하는 것으로 검토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이때도 우선 접종 권장 대상자에 대한 무료 접종만 언급했다.
이런 상황에서 무료 접종 대상을 전 국민으로 확대하기로 한 건 집단면역 형성을 위해선 최대한 많은 인구가 접종하는 게 필요하다는 판단 때문으로 풀이된다.
현재까지 알려진 코로나19의 감염재생산지수는 2.2에서 3.3으로 추정된다. 한국이 최근 1주(1월3일~9일) 0.88로 재생산지수를 낮춘 건 사회적 거리 두기 등 방역조처와 국민들의 참여가 이뤄진 결과다. 통상 감염재생산지수가 2.5일 때 인구의 60%가 면역을 가져야 집단면역이 형성되는 것으로 본다.
다만 일부에선 다른 변이보다 높은 전파력을 지닌 것으로 추정되는 영국 변이 바이러스 출현 등 변수를 고려해 예방접종 인원을 전 국민의 80% 이상까지 높여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정 본부장은 "백신비는 무료로 하되 시행비에 대해서는 그런 방향으로 검토 중이라고 말씀드렸기 때문에 아직까지는 정부 입장이 바뀐 것은 아니다"라며 "가능하면 많은 분들께 접종을 무료로 제공하는 것으로 검토를 하고 세부 실행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 국민 무료 접종으로 백신 예방접종 인원이 한꺼번에 몰리지 않도록 하는 방안 등은 세부 접종 계획에 담길 것으로 보인다.
정 본부장은 "예방접종은 인플루엔자 예방접종과 유사한 방식으로 위탁 의료기관을 지정해서 의료기관 중심으로 접종을 진행하는 방식과 별도로 접종센터를 만들어서 접종센터에서 접종을 진행하는 두 가지의 방식을 병행해서 예방접종을 시행하는 것으로 계획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밀집도에 대한 부분도 해소를 하고 안전 접종을 위해서는 충분한 예진과 충분한 대기 공간 등이 필요하고 접종 백신 종류에 따라서 사전에 준비해야 하는 것과 보관·유통(방법)이 다르기 때문에 특수성을 감안해서 두가지 경로를 통해 예방접종을 시행하는 것으로 계획을 마련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백신은 대상자 우선순위와 국내에 도입되는 시기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만큼 국민들이 특정 백신을 선택해서 접종하는 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의학적·역학적 판단에 따른 재접종이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 본인이 원해서 추가 접종할 경우에는 무료 접종을 인정하지 않기로 했다.
정 본부장은 "백신이 들어오는 시기나 대상자 우선순위를 고려해야 되기 때문에 개인이 백신을 선택할 수 있는 선택권을 제공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재접종에 대해서도 만약에 백신의 효과에 대한 지속기간이나 다른 의학적인 공중보건학적인 이유로 재접종이나 추가접종이 결정되지 않는 선에서는 무료접종을 추가로 인정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뉴시스
▶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press@cdaily.co.kr
- Copyright ⓒ기독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