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대선이 극도의 혼전 양상을 보이는 가운데 우리 정부는 막판까지 신중한 태도를 보이며 한미 관계를 비롯해 한반도에 미칠 영향을 두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간 미 언론은 물론 외교가 안팎에서는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의 승리 가능성을 높게 점쳤지만 개표 초기 플로리다를 비롯한 경합주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승기를 쥐면서 초접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가 이겼다", 바이든 후보는 "승리로 가고 있다"며 각각 승리를 주장하는 전례 없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최종건 외교부 제1차관을 팀장으로 하는 미 대선 대비 태스크포스팀(TF)은 지난 3일 투표가 끝난 직후부터 개표 상황을 실시간으로 살피며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에 대비하고 있다. 외교부는 미국지역 재외공관별로 대선 담당관을 지정해 본부와 공관 간 대선 담당관 화상회의를 개최하는 등 대선 동향과 공관별 조치사항을 검토하고 상황을 공유하고 있다.
정부는 개표 결과가 혼전 양상을 보일 경우 대선 결과 확정이 늦어질 가능성에도 대비하고 있다. 우편 접수 마감 지연과 부정 투표 시비, 대선 불복 등으로 혼란스러운 기간이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우리는 모든 투표를 중단하기를 원한다"며 연방대법원으로 갈 것이라고 말하며 소송 의지를 밝힌 상태다.
그간 다양한 시나리오에 대비해 왔던 정부는 대선 결과를 예단하지 않은 채 한반도에 미칠 영향을 주시하고 있다.
우선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할 경우 지난해 2월 하노이 협상 이후 교착 상태에 빠져 있는 북미 비핵화 협상이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북미 간에 입장 차로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는 어렵지만 미국이 임기 내 협상 타결을 위해 완화된 입장을 취할 경우 3차 북미정상회담이 성사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나온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 우선주의' 대외 정책을 지속할 경우 한미 간 산적한 현안 논의에는 난항이 우려된다. 그간 동맹을 '거래' 대상으로 생각해 왔던 트럼프 대통령은 1년 넘게 타결이 지연되고 있는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서 증액 압박을 심화하고, 전세계 해외 주둔 미군 재배치 논의를 이어가며 주한미군 문제를 쟁점화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바이든 후보가 당선될 경우 동맹과 파트너와의 공조를 통한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 회복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방위비 분담금과 주한미군 문제에 대해 미국의 과도한 압박을 완화하고, 한미 동맹 강화 또는 회복이 예상된다. 한반도 문제에 대해선 실무 협상을 우선에 두는 방식을 추구하며 급격한 진전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정부는 대선 결과와 관계 없이 긴밀한 긴밀한 한미 동맹을 토대로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체제 구축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전날 운영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어제 미국 대통령 선거가 치러졌으며, 내년 1월에는 북한의 제8차 당대회가 예정돼 있어 한반도 주변 정세의 유동성은 여느 때보다 증대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특히 서 실장은 미 대선 결과가 대북 정책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민주당 정권이나 공화당 정권이나 관계 없이 항상 일관된 목표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라며 목표는 같지만 접근 방법에서 차별화가 돼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 역시 전날 판문점 견학지원센터 개소식 및 시범 견학 현장에서 취재진과 만나 "미국의 대선 결과가 새로운 정세의 시작일 가능성이 높다"며 "정부는 어떤 상황이 되든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착실하게 진척시켜나갈 수 있는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빠르면 다음주 초 미국 방문 일정을 조율하며 발빠르게 움직일 것으로 보인다. 이번 방미에는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동행해 북한의 상황에 대한 평가를 공유하고, 한반도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도 대선 결과에 따라 방미를 타진할 것으로 보인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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