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발생한 북한어선 NLL 침범 사건이 도화선이 돼, 현재 대선 정국에서 NLL관련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과 고 김정일 전국방위원장의 남북정상회담 단독비밀 대화녹취록 존재 유무 여부가 여야 선대본은 물론,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와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간의 진실 공방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대선 정국 하에서 김정은 체제와 남북관계를 전망’하는 토론회가 열려 관심을 모았다.
“최근 북한이 최고인민회의를 열어 11년의 의무교육제를 12년제로의 법령 개정은 기본적으로 아동과 청소년들에 대한 이미지를 창출해 (김정은이) 어버이 수령으로서의 인격적 리더십 확보차원과 자식에 대한 애정, 복지제공 등으로 어른들의 불만을 상쇄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
지난 11일 오후 1시 대전 배재대학교 국제교류관 401호 강당에서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대전지역회의가 주최하고 배재대학교 통일문제연구소와 대전평화통일포럼이 주관한 ‘김정은 체제의 향방과 대선정국 하의 남북관계’토론회에서 ‘김정은 체제의 현재와 과제’를 발제한 이기동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책임연구원의 김정은 체제의 현실진단이다.
이 책임연구원은 “김정은은 지난 4월 당대표자회의와 최고인민회의를 통해 마침내 당정군의 최고직을 모두 맡게 됨으로써 권력승계를 제도적으로 완료했다”면서 “하지만 김일성 및 김정일과 비교해 김정은의 권력 장악력과 리더십은 상대적으로 취약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피력했다.
그는 “김정은은 김일성처럼 당과 국가의 창건자도 아니며, 김정일처럼 능숙한 지도자도 아닌 3대 세습 계승자라는 태생적 한계를 갖고 있다”면서 “가시적인 업적이 창출되지 않으면 인격적 리더십을 보완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그는 “김정은은 권력엘리트들을 지지 세력으로 계속 포섭하고 인민들로부터 인격적 리더십을 확보해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 가시적인 업적을 창출해야 하는 3중고에 직면해 있다”고도 했다.
그는 김정은 체제의 과제로 “훈척세력과의 관계 설정과 독자적 리더십 확보가 매우 중요하다”면서 “대내적으로 새로운 재정확충 방안 모색과 외부(외국)의 자원을 유입하는 노력이 수반돼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김정은은 이념 중심적 체계 하에서 통치이데올로기 해석권자로서의 권능을 장악하기위해 자신만의 통치이데올로기를 확립해야 한다”면서 “새로운 사회주의 모색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토론에 나선 김광열 배재대 정치언론학과 교수는 “김정은 체제의 세습적 권력이양이라는 특수성을 감안하면 주체사상, 선군정치, 사회주의는 무늬만 다를 뿐 대동소이하다”면서 “발제자가 밝힌 김정은의 새로운 사회주의 통치이념 제시는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김정은의 성정 배경(해외교육)은 과도한 중국의존 형태에서 점차 제한적 개방을 통한 북한의 경제적. 외교적 위기상황 탈출구를 모색할 것”이라면서 “한국, 미국, 일본, 중국과의 군사, 안보, 정치, 경제 관계 또한 막중하고 시급한 쟁점”이라고 밝혔다.
김학성 충남대 평화안보대학원 교수는 “김정일이 만들어주지 못한 경제문제 해결 기반을 김정은이 조만간 마련할 것으로 예상하기는 어렵다”면서 “하지만 적어도 경제문제 해결을 위한 새로운 경제정책이 실험될 가능성은 열려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김일성과 김정일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정통성 탓에 소위 훈척세력과 경쟁하거나 이들을 굴복시키고 독점적 권력 장악을 시도하기란 매우 어려울 것”이라면서 “김정은이 김정일에 준하는 권력 장악 및 통제능력을 확보한다면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김정은 체제는 상당기간동안 외부로부터 자본 및 물자조달량을 확대해 일단 만성적인 결핍경제를 연명해 나갈 것”이라면서 “대외 돌파구를 모색하는 방식으로 북한경제를 이끌고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박단비 배재대 정치언론학과(1년) 학생은 “김정은은 리더십문제 뿐 만 아니라 당면 현실적 과제들이 많이 있다”면서 “국민들을 억압하는 사회주의 체제가 아닌 북유럽의 사회주의로 나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는 “김정은 체제에서 보편적 복지가 행해지고 국민들의 자유와 인권이 존중되는 변화된 이데올로기를 통해 발전된 북한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이날 ‘대선정국 하의 북한의 대남 정책 전망’을 발제한 전현준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12월 19일 제 18대 대통령 선거일을 앞두고 북풍 논쟁이 재현되고 있다”면서 “최근 북환 NLL 월선이 빈번해지면서 북한이 남한 선거에 개입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대두대고 있다”고 피력했다.
전 선임연구위원은 “그동안 남한의 대선과 총선, 지방선거를 앞두고 북한 변수를 이용하려는 남북한 양측의 시도가 있었다”면서 “북한은 각종 도발을 통해, 남한은 남북정상회담, 총풍사건 등을 통해 선거를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끌려가려고 하였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표적인 사례로 ▲87년 13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터진 KAL기 폭파사건은 노태우 후보당선 결정적 역할 ▲92년 14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터진 남한조선노동당사건의 색깔론은 김대중 후보에게 결정적 타격을 줌 ▲96년 15대 4.11총선 판문점 북한무력시위는 신한국당 압승 ▲97년 15대 대선 앞두고 황장엽 망명, 오익제 천도교 교령 월북사건 등은 역풍으로 김대중 후보 당선(이 때 북풍론 등장) ▲2000년 16대 4.11총선 직전 4월 10일 김대중 정부 남북정상회담 발표는 역풍으로 한나라당 승리 ▲02년 16대 대선 제2연평해전. 제2차 핵위기로 보수파 결집을 가져 왔으나 남북화해협력을 바라는 마음과 미선 효선 사망사건 등이 유권자를 역결집해 노무현 후보 당선(평화냐 안보냐 담론 등장) ▲07년 17대 대선 대북퍼주기가 먹혀 정동영 후보에게 불리하게 작용, 이명박 후보당선 일조 ▲2010년 6.2 지방선거 앞두고 5월 천안함 사건수사 발표 역결집 한나라당 참패 ▲2012년 4.11총선 북한이 물리적 행동 대신 각종 매체 통해 선전선동을 했으나 새누리당 승리 등으로 요약했다.
그는 “1997년 IMF 이전까지는 북한변수가 보수파에게 유리했지만 이후에는 오히려 진보파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다”면서 “물리적 현상이 발생했을 경우 ‘안보론 대 평화론’ 논쟁이 발생해 진보진영에게 유리한 결과가 나타났고, 북한 변수를 인위적으로 활용하려는 측은 역풍을 맞아 패배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한국 전쟁이후 존속한 이승만, 장면,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정권들은 대북강경책을 구사해 북한을 곤경에 빠뜨렸다”면서 “김대중, 노무현 정권은 상대적으로 유연한 대북정책을 구사함으로써 많은 대북지원이 이루어졌다, 이명박 정부는 다시 보수적 대북정책으로 회귀함으로써 북한이 많은 어려움에 봉착했다”고 피력했다.
그는 “지난 9월 12일부터 25일까지 8회에 걸쳐 북한 어선들이 NLL를 침범해 남한 해군이 위협사격을 하고 북한 해안 포대의 포문이 열리는 위기가 지속됐다”면서 “미국 대선을 동시에 겨냥해 3차 핵실험 엄포를 내놓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그는 대선과 관련, 북한의 앞으로의 행동을 예측하기도 했다.
전 선임연구위원은 “NLL에 대한 지속적인 침투를 통해 서해상에서의 우발적 충돌 유도 가능성이 있다”면서 “단거리 미사일 시험발사를 통해 남한 안보불안 조성 가능성과 SNS를 통한 Ddos공격, 휴전선 인근 GPS교란, 각종 전파방해 등을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토론에 나선 장성호 배재대 통일문제연구소장은 “북한은 한반도에서 위기고조를 통해 중국과 러시아의 유화적 관여를 유도해 경제적 이득을 챙기고자 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최근 심상치 않은 북한의 움직임, 남북한 긴장 국면 조성은 김정은 체제의 내부 결속과 남한 대선정국을 뒤흔드는 전략적 효과를 염두에 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장 교수는 “북한변수는 이미 발생한 사건으로부터 유권자의 관심을 전환함으로써 곤경에 빠진 후보를 도울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다른 나라와 역사적 배경 및 정치적 지형이 다른 한국이라는 곳에서 야당에게 유리하게 전개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유진숙 배재대 정치언론학과 교수는 “현재 북한의 위치는 국제정치적으로나 국내정치적으로 근본적인 변화된 상황에 있다고 보여진다”면서 “사회주의 소련의 붕괴, 중국의 자본주의화, 한국의 발전, 북한의 국제적 고립과 경제적 몰락 등 현재 상황에서 북한은 공세적인 전략을 전개할 수 없는 상황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유 교수는 “북풍과 역풍이 마치 북한의 고도의 전술의 결과인 것처럼 보는 것은 한국 국내정치 변수의 독자성을 지극히 축소하는 시각이라고 생각된다”면서 “북한 변수가 최근 오히려 진보진영에게 유리하게 작용하는 것은 북한의 고도의 전술 결과가 아니라 한국 정치의 지형변화, 한국 유권자의 의식 변화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오히려 이런 변화를 감지하지 못하고 구시대적인 반공주의에 집착하고 있는 것이 선거 패배의 요인이라고 보여진다”고 말했다.
신태현 배재대 정치언론학과(4년) 학생은 “북한의 물리적 현상은 도발의 강도나 남북한 대응방식, 국제사회의 대응, 보수와 진보진영에서의 사안을 다루는 방식에 따라 각기 다른 방식으로 선거에 영향을 줄 것”이라면서 “북한 변수는 분명 선거에 영향을 주지만 단순히 물리적 현상이 진보세력에게 유리하다고 보는 접근 방식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는 제25차 대전평화통일포럼으로 유병선 대전평화통일포럼 연구위원장의 사회로 진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