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장애인 등 대도시 도시철도 무임 수송비용은 보편적 복지 차원에서 중앙 정부가 책임을 져야 한다.”
25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신관 소회의실에서, 신계륜 국회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이 주최하고 국민노동조합총연맹이 주관한 ‘도시철도 무임수송에 대한 재정지원 분담 어떻게 할 것인가’ 토론회에서 발제자 및 토론자들이 이구동성으로 강조한 말이다.
교통 전문 교수, 교통 전문 연구원, 서울시의회, 서울시, 도시철도 운영자, 장애인단체, 노동자단체 등 대표들이 패널로 나와 정부 지하철 무임 수송비용 정책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했다. 주최 측에서는 문제를 풀어야할 정부 관계자도 토론자로 초청했다고 밝혔지만 이날 패널로 참석하지 않아 아쉬움이 남았다.
이날 ‘지하철 무임승차제도 개선방안’을 발제한 구세주(경제학 박사) 한국교통연구원 연구원은 “2007년부터 2011년까지 서울시 지하철 노인, 장애인 등 무임 손실 누적액이 1조 1016억”이라면서 “매년 65세 이상 노인 비중이 증가하고 있어 노인무임승차제도를 유지할 경우, 무임승차로 인한 적자 규모가 매년 증가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신체적, 경제적, 사회적 약자인 노인들이 교통수단을 통해 자유롭게 이동을 할 수 있게 사회참여를 유도해 건강한 노후를 보장해야 한다”면서 “하지만 노인 등에 대한 지하철 무임수송은 국가 법률에 따른 국가복지정책의 일환이므로 중앙정부의 부담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대중교통 적자 부담의 주체인 지방정부도 운영관리의 책임이 있으므로 일정부분 부담을 해야 한다”면서 “요금조정을 통한 적자 보전이나 소득과 시간대를 통한 무임승차제도 시행방식 등도 다양화게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피력했다.
토론에 나선 박기열 서울시의회 교통위원회 부위원장은 “서울메트로와 도시철도의 부채가 약 4조 2천억원에 이르고, 매년 4천억원 이상의 막대한 운영적자를 보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지원 없는 무임수송정책이 양 공사의 재정 건전성을 저해하고 있다"면서 "정부 지원 방안 등 개선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 관련법에도 ‘무임수송 비용을 국가가 지원할 수 있다’고 규정해 놓았다"면서 " 철도공사는 무임 손실액 76%을 지원받고 있다, 이는 형평성에도 어긋난다”고 말했다.
그는 “양 공사의 무임 수송비용을 정부에서 일정 부분 보조금을 지원하고 나머지 비율은 지자체와 운영기관에서 공동 부담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면서 “경로 우대 연령 상향조정하는 방안과 소득수준을 고려해 꼭 필요한 수혜자에게 교통보조비 등 별도의 복지정책을 통해 보완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준병 서울시 도시교통본부장은 “무임수송은 국가사무이고, 무임수송 비용은 국가 보전책임이 있다는 법적 자문 결과가 나왔다”면서 “국가에 대해 무임수송 손실 보상청구권은 없을지라도, 지방자치법 141조를 근거로 비용상환청구의 소가 가능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그는 “지하철 노인 무임수송제는 지자체별 노인 개인에 대한 지원이 아니”라면서 “대한민국 노인 전체에 대한 복지차원에서 전국에 적용되는 사안이므로 필수적으로 중앙정부의 재원 부담이 요구 된다”고 말했다.
이어 “도시철도법 개정으로 공익서비스 제공에 따른 보상계약제를 추진해 지하철운영기관의 노인 무임수송 손실액에 대한 보상이 필요하다”면서 “지하철무임수송에 따른 손실 및 향후 노인복지제도에 대한 문제점을 심각하게 인식하고 이를 해결하려는 입법자의 결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황춘자 서울메트로 고객서비스본부장은 “무임수송제도는 정부의 복지정책과 법령에 의해 시행됐으므로, 원인행위자 부담원칙에 의거해 정부지원은 당연하다”면서 “정부 지원정책이 일관성과 형평성이 없다”고 꼬집었다.
그는 “한국철도공사는 철도산업발전기본법에 의거 국토해양부와 공공서비스 보상계약을 체결해 60~70%을 지원받고 있다”면서 “서울메트로 1·3·4호선은 한국철도공사와 서울메트로가 동일노선을 운행하고 있는데, 차별을 주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공항철도, 신분당선 등 정부와 직접 운영협약을 맺은 민자 철도는 무임손실분을 포함해 운영적자 전액을 정부에서 보전하고 있다”면서 “민자 철도도 지원하는 마당에 공공성과 공익성이 중요시되는 공기업 도시철도에 지원을 하지 않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피력했다.
이문희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사무차장은 “지하철 이용시 리프트 고장으로 다치거나 사망한 사람이 늘고 있다”면서 “지하철 운영주체들이 장애인 이동권 개선을 위해 노력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하철 적자가 지속적으로 발생할 경우 장애인을 비롯한 교통약자들에게 교통 환경개선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면서 “장애인 이동권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장애인 교통수당’을 지급해 지하철 이용시 요금을 지불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노인과 장애인의 무임승차가 복지차원에서 예산이 확보된다면 노인과 장애인 등 교통약자를 위한 예산으로 이용돼야 한다”면서 “사용처도 교통약자를 위해 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동희 국민노동조합총연맹 사무처장은 “국가 사회복지정책의 일환으로 도입된 도시철도 무임승차제도가 거의 30년이 됐다”면서 “이제라도 무임수송 대상 연령을 65세에서 70세로 단계적으로 인구비중 추이를 감안해 상향 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84년 기준으로 전체인구에서 노인 65세 이상의 비율이 현재 3배 정도 증가했다”면서 “이런 노인 인구 증가는 도시철도 무임비용을 현저히 증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해 운영기관의 경영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도시철도 운영기관의 경영환경의 악화 이유로 ▲과도한 부채와 낮은 운임으로 인한 재무구조 취약 ▲정부 도시철도 무임운송 정책 도입에 따른 무임 손실 급증 ▲노후시설 개량 및 안전시설 확충 관련 사업비 차입조달 ▲경영환경개선 자구노력 한계 봉착 등을 들었다.
이어 그는 “무임수송 비용과 노후시설 교체비용은 정부와 지자체가 맡아야할 공적영역”이라면서 “적기에 노후시설이 교체돼야 함에도 무임수송 등 재정적자로 인해 지연되고 있다”고도 했다.
토론회 사회를 맡은 노시학 경희대학교 지리학과(교통지리학) 교수는 “우리나라 지하철을 이용한 대부분의 노인들은 도보를 제외한 지하철이나 버스 이외 다른 대안을 선택할 여지가 없는 집단”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들이 정상적 삶을 누리기 위해서는 누구나 보편적으로 누려야할 시민적 기본권이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면서 “이동권의 보편적 권리를 지켜주는 방향에서 도시철도 무임 비용 정부 지원을 논의한다면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는 신계륜(서울 성북을) 국회환경노동위원장, 이낙연(전남 담양 함평) 민주통합당 의원, 김영주(서울 영등포갑) 민주통합당 의원, 김익환 서울메트로 사장, 김기춘 서울도시철도사장, 정연수 국민노총위원장 등 주요 인사와 관계자 300여명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