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당국자는 아야 소피아(그리스어 '하기아 소피아')에서 금요예배 등 이슬람 종교행사가 진행되는 동안 그리스 정교회 벽화 등은 천막 등을 이용해 가려질 것이라고 예고했다.
터키는 최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아야 소피아의 용도를 박물관에서 모스크(이슬람 사원)으로 전환했다. 타이이프 레제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오는 24일 금요예배가 아야 소피아에서 거행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19일(현지시간) 이브라힘 칼린 터키 대통령궁 대변인은 이날 현지매체인 NTV와 인터뷰에서 "키블라(무슬림이 예배를 드릴 때 향하는 메카의 방향)에 위치한 성모 마리아와 대천사 가브리엘의 모자이크 일부가 천막 등으로 가려질 것"이라면서 이같이 밝혔다.
칼린 대변인은 "키블라에 위치하지 않은 예수와 그외 다른 기독교 인물의 모자이크는 무슬림의 기도에 방해가 되지 않는다"며 그리스 벽화 은폐는 국한적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터키 종교당국은 앞서 "그리스 정교회 벽화가 이슬람 예배 기간 동안 적절한 수단으로 감춰질 것"이라고 언급했다. 터키 정부는 아야 소피아의 모스크 전환이후 그리스 정교화 유물이 훼손되고 비무슬림의 출입이 제한될 것이라는 우려에 모든 방문객의 출입을 보장하고 벽화도 훼손하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다만 칼린 대변인은 19일 키블라 방향이 아닌 그리스 정교회 벽화 등들이 영구적으로 가려지지 않은 것이라고 확언하지는 않았다.
칼린 대변인은 "86년만의 아야 소피아 금요예배에 에르도안 대통령도 참석할 것"이라고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억제를 위해 사전 초청된 500여명만 금요 예배에 참석하게 된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날 아야 소피아를 찾아 모스크 용도 전환 공사 현황을 점검했다.
아야 소피아는 1500년 전 그리스 정교회 성당으로 지어졌지만 1453년 이슬람 국가인 오스만 제국이 콘스탄티노플(현재 이스탄불)을 정복한 후 모스크로 개조됐다.
그러나 오스만 제국의 후신인 터키 공화국은 1934년 내각회의를 열어 아야 소피아를 박물관으로 전환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터키 공화국 초대 대통령이자 아타튀르크(터키의 아버지)로 불리는 무스타파 케말이 주창한 세속주의(정치와 종교 분리) 원칙에 따른 것이다.
1935년 박물관으로 전환된 아야 소피아는 1985년 이스탄불 역사지구의 일부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다. 하지만 터키 최고행정법원은 지난 10일 아야 소피아를 박물관으로 전환하기로 한 1934년 내각회의 결정을 무효화했고 에르도안 대통령도 같은날 이를 공식화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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