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국회의장을 상대로 평등 및 차별금지에 관한 법률(평등법) 제정을 요구하는 의견을 내면서 시민사회 등에서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성소수자 단체들에서는 "인권위의 의견 표명을 환영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지만, 동성애 등에 반대하는 기독교 및 시민단체들은 "동성애 독재법"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30일 한국여성단체연합은 인권위의 평등법 입법 촉구 의견 표명과 관련해 "차별금지법은 더 이상 내일로 미룰 수 없는 시대적 요구"라며 "국회는 하루빨리 차별금지법 제정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소수자로서 여성들이 경험해 온 차별과 배제의 역사를 반복하지 않기 위한 선언으로서의 차별금지법 제정은 반드시 필요하다"며 "차별금지법 제정은 생활 곳곳의 차별을 인식하고 해소하기 위한 계기를 마련할 것"이라고 환영했다.
인권위가 제안한 평등법은 '차별금지법'과 같은 개념이다. 인권위가 차별금지법 제정과 관련해 공식 의견을 제시하는 것은 지난 2006년 노무현 정부를 상대로 입법 권고안을 낸 이후 14년 만이다.
민주화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성명을 통해 "국회를 시작으로 인권보호와 향상을 위한 독립된 국가기관이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에 나선 것을 진심으로 환영하며 앞으로 더 많은 이들이 뜻을 함께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어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평등권을 실질적으로 구현하기 위한 기본법"이라며 "차별금지법을 위한 사회적 합의는 전혀 부족하지 않다. 국회는 평등권 보장을 위한 실효적 조치를 다할 의무를 다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차별금지법이라는 이름으로 차별이 제도적으로 허용 돼서는 안 될 것"이라며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모두가 안전한 삶을 살 수 있는 사회로 전환하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이날 인권위는 전원위원회를 열고 국회에서의 평등법 입법을 요구하는 의견을 표명하기로 의결했다. 이와 관련, 인권위 차원의 평등법 시안을 제시하면서 이를 참조해 입법을 추진할 것을 촉구했다.
인권위는 전문가 자문, 시민단체 간담회 등 과정을 거쳐 시안을 마련했다. 이번 논의에선 차별금지법과 관련한 오해가 법률명에서 기인한 부분이 있다고 판단해 '평등'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차별금지법 관련 사회적 논의는 21대 국회가 구성되면서 최근 다시 활성화되고 있다. 전날 정의당은 '5대 우선법안' 가운데 하나로 차별금지법을 발의했으며, 다른 정당에서도 관련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전해진다.
한편 성소수자 차별 반대 무지개행동(무지개행동)은 이날 오후 페이스북을 통해 '인권위의 평등법 제정 의견 표명을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무지개행동은 "혐오 선동 세력들은 지속적으로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차별을 선동하는 등 차별금지법의 가치를 훼손했지만, 이는 오히려 시민들의 평등 감수성을 높이는 계기가 됐다"며 "인권위의 여론조사에서 88.5%가 차별금지법 제정에 찬성하고, 73.6%가 '성소수자도 존엄과 권리에 있어 동등한 존재'라고 답한 사실은 더 이상 차별금지법 제정이 논쟁의 영역이 아님을 분명히 보여준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국회는 더 이상 평등을 나중으로 미루지 말고, 지금 당장 차별금지법을 제정하라"고 강조했다.
반면 반동성애기독시민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전날 국회의사당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차별금지법은 동성애 독재법"이라며 이를 발의한 정의당을 규탄했다.
이들 단체는 "다수 국민을 탄압하려는 전체주의 독재법인 차별금지법을 발의한 걸 묵과할 수 없다"며 "무조건 소수이기에 보호받고 특혜를 받아야 한다는 건 민주사회 원칙에 어긋나고, 전체주의적 광신주의"라고 주장했다.
이어 "인권위는 근거가 불확실한 여론조사 결과를 편집해 찬성 국민의 여론이 압도적으로 높다는 기만술도 포기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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