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의 대통합 행보에 제동이 걸렸다. 전태일 재단을 찾아 전 열사와 유가족들을 만나려던 박 후보의 계획이 끝내 무산됐기 때문이다.
박 후보는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창신동 전태일 재단을 찾아 유족들을 만날 예정이었지만 유족들과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들의 반발에 부딪혀 끝내 발길을 돌렸다.
박 후보 방문에 앞서 전태일 열사의 유족들은 성명을 통해 "너무 일방적인 통행이라서 맞이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며 방문을 완강히 거부했다.
유족을 대표한 전태일 열사의 동생 전태삼씨는 "이 나라에서 우선 시급한 것은 국민이 이해할 수 있도록 쌍용차 22명의 노동자들의 죽음이 있는 대한문 분향소 부터 방문하고 분향하는 것"이라며 "쌍용차 문제를 해결한 후에 오시는 것이 순서라고 생각된다"고 거부이유를 밝혔다.
그러면서 "대한문 앞에서 더 이상 죽으면 안 된다고 시민들이 안타까운 심정으로 호소하고 있다"며 "쌍용차 정리해고 문제를 하루 속히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후보는 이날 오전 10시30분께 전태일 재단에 도착했지만 쌍용차 노조원들과 재단 관계자들이 진입을 거부해 결국 들어가지 못했다.
당초 박 후보는 전태일 재단에서 열사의 분신자살 당시 옆에 있었던 김영문씨와 당시 청계피복노조위원장이었던 이승철씨, 최종인씨를 만날 계획이었지만 여의치 않자 대신 청계천 '전태일 다리'로 향했다.
고인이 분신자살한 평화시장 인근에 위치한 전태일 다리는 전태일 열사의 어머니인 이소선 여사의 장례와 김근태 민주통합당 고문의 노제가 열렸던 곳이다.
박 후보는 전태일 다리에 위치한 고인의 흉상 앞에 꽃을 놓고 추모하려 했지만 이곳까지 따라 온 쌍용차 노조원들이 자리를 먼저 잡고 박 후보의 헌화마저 방해했다.
결국 박 후보는 평화시장 앞 전태일 열사를 기리는 동판으로 이동해 동행한 김준용 국민노동조합총연맹 전문위원과 몇 마디 나눈 뒤에 발길을 돌려야 했다.
이 자리에서 김 전문위원은 "노동자가 행복한 나라를 만들어 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박 후보는 "꼭 그렇게 하겠다. 산업화와 민주화 세력이 화해·협력하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한편, 전태일 열사의 동생이자 민주통합당 비례대표 1번으로 국회에 입성한 전순옥 의원은 이날 오전 박 후보의 전태일 재단 방문에 대해 "착잡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고 심경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