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는 27일 김종인 박사를 국민행복특별위원회 위원장에, 외부인사인 안대희 전 대법관을 정치쇄신특별위원장으로 임명하며 인선 기조를 안정보다 변화에 무게를 뒀다.
하지만 최경환 의원을 박 후보와 대선기구 사이를 잇는 비서실장으로 발탁해 당내 세력 구도가 개혁 쪽으로 급격히 쏠리는 걸 방지했다. 탕평 인사를 염두해 둔 정무적 판단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당 관계자는 "안정 속 개혁 혹은 점진적 변화를 추구하겠다는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두 사람은 보수대통합 경제민주화를 놓고 장외논쟁을 벌이며 당내 개혁 그룹과 보수 그룹을 대변해왔다.
최경환, 서병수 등 친박 핵심 인사를 대선기획단장으로 생각했다가, 중립 성향의 이주영 의원으로 선회한 것도 통합을 염두해 둔 선택으로 보인다.
친박 색채가 강한 인사를 발탁할 시, 통합 취지에 맞지 않고 사당화 논란이 재현될 개연성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통합의 대상으로 거론되는 비박 인사들이 '박근혜 사당화'를 지속적으로 지적해 온 터라, 박 후보 측에서는 이런 점을 외면할 수 없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김종인 위원장이 이끄는 국민행복특위에 진영 의원을 부위원장으로 발탁한 것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진 의원은 지난달 11일 정두언 의원 체포동의안이 부결되자 정책위의장직을 사퇴했었다. 당시 당 지도부의 만류에도 사퇴 의사를 굽히지 않았다. 진 의원은 국민행복특위 부위원장직과 함께 정책위의장 업무를 함께 할 예정이다.
다만 새누리당의 대선기구가 박 후보 희망대로 순항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시작은 통합으로 했지만 종착점에 가서는 분열로 끝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새누리당 내에서는 여전히 보수대통합과 경제민주화를 두고 개혁 그룹(김종인·이상돈)과 보수 그룹(홍사덕·최경환) 간의 파열음이 나고 있다.
맡은 역할은 서로 다르지만 두 세력이 경선 캠프 때처럼 선대위라는 울타리 내에서 활동하는 것이어서 호흡을 맞추지 못하면 갈등이 대선 본선 때까지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조그만한 부딪힘도 당내 화합이 크게 흔들리는 것으로 비춰지고 해석 돼 왔던 터라, 두 세력의 관계 설정 문제는 당내 통합과 화합의 성패를 가르는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당 관계자는 "결국 정책을 책임질 김종인 위원장과 정무를 다룰 최경환 비서실장 간의 협력과 조정이 중요하다"며 "정책과 정무가 따로 가면 이번 인선이 역효과가 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검찰 출신인 안대희 정치쇄신특위 위원장은 대검 중수부장 시절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정치권의 불법 정치자금 의혹 수사를 지휘하면서 명성을 쌓았다.
2002년 수 백억원의 불법 자금을 모은 한나라당의 '차떼기 사건'을 맡았었고, 2003년 참여정부 땐 노무현 캠프의 불법 정치 자금 수사를 벌여 안희정 등 당시 정권 실세 등 정치인 40여명을 기소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