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라벤'은 우리나라에 큰 피해를 줬던 태풍 '루사(RUSA)', '매미(MAEMI)'와 맞먹는 강한 바람과 함께 시간당 30㎜ 이상의 폭우를 몰고 올 것으로 기상청은 내다봤다.
◇최대풍속 초속 53m…'루사'ㆍ'매미'와 위력 비슷 = 26일 기상청 국가태풍센터에 따르면 '볼라벤'은 이날 오후 3시 현재 중심기압 920헥토파스칼(hPa)에 최대풍속은 초속 53m로 강도 면에서 '매우 강'의 위력을 지니고 있다.
태풍의 강도는 중심부의 최대풍속으로 분류하는데 초속 44m 이상은 '매우 강', 33∼44m는 '강', 25∼33m는 '중', 17∼25m이면 '약'으로 나눈다.
초속 15m의 바람이 불면 건물에 붙어 있는 간판이 떨어질 수 있고 초속 25m에는 지붕이나 기왓장이 뜯겨 날아간다.
최대풍속이 30m면 허술한 집이 무너지고 35m일 땐 기차가 엎어질 수 있다. 초속 40m의 강풍은 사람은 물론 커다란 바위까지 날려버릴 수 있는 위력이다.
초속 53m를 시속으로 환산하면 191㎞다. 태풍의 중심부에 서 있으면 시속 191㎞로 달리는 자동차에서 얼굴을 창문 밖으로 내밀 때와 같은 세기의 바람을 맞는 것과 마찬가지다.
2000년대 들어 우리나라에 가장 큰 피해를 준 태풍인 2002년 '루사'의 경우 중심기압 965hPa, 최대풍속 초속 33m의 강한 세력을 유지하며 전남에 상륙했다.
이듬해 찾아온 태풍 '매미' 역시 상륙 당시 중심기압 954hPa, 최대풍속 초속 40m의 '강'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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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풍의 중심과 가까운 곳에서는 순간적으로 이보다 훨씬 센 바람이 분다.
2003년 태풍 '매미'가 찾아왔을 때 제주에서 초속 60m의 순간 최대풍속이 관측됐다.
'루사' 역시 제주 고산에 순간 최대풍속 56.7m의 기록적인 강풍을 일으켰다.
◇앞선 태풍 한바퀴 회전 '이상경로' = '볼라벤'의 위력은 앞서 발생한 제14호 태풍 '덴빈(TEMBIN)'이 비정상적 이동경로를 보인 데서도 잘 드러난다.
대만 동쪽 해상에서 북진하던 '덴빈'은 '볼라벤'이 다가오자 지난 22일 갑자기 방향을 90도 틀어 서진하기 시작했다.
두 개의 태풍이 1천200㎞ 이내로 가까워질 때 서로 영향을 주고받아 이동경로가 불규칙하게 바뀌는 이른바 '후지와라 효과'다.
계속 서쪽으로 이동하며 대만 남부지방을 스친 '덴빈'은 '볼라벤'과 거리가 멀어지기를 기다렸다가 반시계방향으로 회전, 다시 대만 동쪽 해상으로 진출해 북상할 것으로 기상청은 예측했다.
반면 '볼라벤'의 이동경로는 아직 특이 조짐이 없다. '덴빈' 역시 중심기압 970hPa의 강한 태풍이지만 '볼라벤'이 워낙 강력하다 보니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약해져도 초속 40m 이상 강풍 불듯 = 현재 최대풍속만 놓고 보면 '볼라벤'이 '루사'나 '매미'보다 훨씬 강력하지만 우리나라에 근접해서는 이들과 비슷한 수준의 위력을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
남해안에 상륙해 우리나라를 관통한 '루사'나 '매미'와 달리 '볼라벤'은 서해상에서 북상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서해에 진입하면서 강도도 다소 약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태풍의 일생으로 보면 '볼라벤'은 이날 오후 현재 가장 강력하게 성장한 상태다. 서귀포 남쪽 350㎞ 부근까지 진입하는 27일 오후까지 이 정도의 세력을 유지하다가 차츰 약화하고 규모도 작아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볼라벤'이 서해안에 바짝 붙어 북상할 경우 우리나라 전역에 가공할 위력을 발휘할 수도 있다. 전국이 태풍의 오른쪽 '위험반원'에 놓이기 때문이다.
'볼라벤'은 27일 밤 서귀포 서쪽 해상을 스쳐 28일 오후 서울 서남서쪽 190㎞ 해상에 진입할 때까지 최대풍속 초속 40∼50m의 강풍을 몰고올 전망이다.
크기는 다소 작아지겠지만 우리나라를 완전히 빠져나갈 때까지 강풍반경 450㎞ 안팎의 '중형' 규모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태풍의 중심과 가까운 서해안에는 순간 최대풍속 초속 50m 이상의 강한 바람이 불 것으로 예상된다. 또 동해안까지 우리나라 전역이 초속 15m를 넘는 강풍의 영향권에 놓인다.
태풍에서 바람이 가장 강한 곳은 중심으로부터 40∼100㎞ 떨어진 지점으로 학계에 보고돼 있다.
'볼라벤'은 서해에 진입해 세력이 약해지더라도 여전히 '중급' 이상의 강도를 유지할 것으로 보여 북한에도 상당한 피해를 줄 것으로 예상된다.
김태룡 국가태풍센터장은 "북태평양 고기압이 다소 수축하면서 당초 예상보다 한반도쪽으로 가깝게 이동할 것으로 보인다"며 "서해에 진입한 뒤 이동속도가 빨라질 가능성이 있고 서해를 통과해 북한 황해도 지역에 상륙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