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 이태원 클럽에 다녀온 인천 학원강사로부터 학원 수강생과 과외 학생, 그들의 접촉자로 '3차 감염'이 발생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짧게는 3~4일, 길어도 8~9일이었다.
이런 가운데 통계 발표일 기준 클럽을 방문한 신규 환자는 11일 21명을 정점으로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지만 최근 이틀 동안은 방문자보다 그 접촉자 감염 사례가 더 많아지고 있다.
방역당국은 3차 감염 사례가 추가로 확인될 수 있다고 보고 자칫 감염자가 급증할 수 있는 '4차 감염' 사례 차단을 위해 클럽·주점 방문자들의 적극적인 진단검사를 거듭 호소했다.
전문가들은 진단검사를 유도하는 한편 익명검사 외에 지역사회에서 아직 발견되지 않은 감염자를 찾아낼 수 있도록 검사 대상과 통로를 다양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16일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15일 낮 12시 기준 클럽 관련 누적 환자는 클럽 방문자 90명, 접촉자 63명 등 총 153명이다.
접촉자 63명 가운데 '클럽 방문자→접촉자→접촉자' 등 3차 감염 사례는 현재까지 4명으로 파악됐다.
이들은 확진 당시 역학조사에서 신분을 숨겼다가 뒤늦게 들통난 인천 학원강사 관련 환자들이다. 3차 감염 사례는 학원에서 강의를 들은 수강생(2차)의 가족 1명과 친구 1명, 과외 수강생(2차)과 접촉한 또다른 과외 교사 1명과 다른 학원에 머무른 초등학생 1명 등으로 보인다.
5월2~3일 이태원 클럽을 찾은 인천 학원강사로부터 3차 감염이 발생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날까지 걸린 시간은 최소 3~4일에서 길게는 8~9일로 보인다.
3차 감염 환자들의 동선을 보면 가장 빠른 사례는 학원 수강생과 그 친구다. 인천 학원강사로부터 수강생이 6일 수업을 들었는데 친구와는 그날 PC방, 노래방 등을 함께 찾았다. 지금까지 역학조사 결과를 토대로 보면 불과 3~4일 만에 감염이 발생했다는 얘기다.
과외 수업은 클럽 방문 시점으로부터 4~5일이 지난 7일이었다. 이때 접촉 이후 확진 판정을 받은 과외 학생과 학원에서 머무른 초등학생은 접촉일이 8일이며, 또다른 과외 수업은 11일 있었다. 과외 교사의 접촉이 발생하기까지는 8~9일이 걸린 셈이다.
전문가들은 충분히 3차 감염까지 발생할 수 있는 시기라고 보고 있다.
김우주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평균 잠복기가 5일이니까 지금이 딱 3차 감염 사례가 나타날 시기"라고 했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젊은 사람들의 활동량을 감안하고 면역반응이 바로 일어난다고 가정할 때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클럽 집단 감염 양상은 1차 감염자 중심에서 최근 들어 그들의 가족·지인·동료 등 접촉자들 가운데 신규 환자가 발생하는 모양새다.
방대본 통계는 전날 오전 0시부터 자정까지 발생한 환자가 당일 0시 기준으로 집계된다. 경기 용인시 66번째 환자가 6일 확진 판정을 받고 통계에 반영된 날이 7일이다.
클럽 방문 확진자는 7일 1명, 8일 1명, 9일 15명, 10일 18명, 11일 21명 등으로 증가 추세를 보였다. 이후 12일 11명으로 감소하기 시작해 13일 9명, 14일 5명, 15일 7명이 확인됐고 15일 오전 0시부터 낮 12시 사이에는 2명 추가됐다.
접촉자 중에 확진자가 확인된 건 9일로 2명이었다. 이후 10일 6명, 11일 8명, 12일 10명, 13일 9명에 이어 14일에는 15명까지 늘었다. 15일에도 10명이 확인됐으며 15일 오전에도 3명의 접촉 확진자가 보고됐다.
이처럼 추가 접촉을 통한 확진 환자가 증가하고 역학조사가 진행되면서 3차 감염 사례는 더 확인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서울에선 노래방과 홍대주점 등을 통한 추가 감염 의심 사례가 확인되기도 했다.
정은경 방대본 본부장도 "사례가 일찍 감염되고 조기에 발견이 돼야 3차, 4차 감염을 막을 수 있는 상황"이라며 "현재까지는 신속하게 접촉자에 대한 자가 격리나 조사를 진행하고 있지만 기노출된 접촉자 중에서는 어느 정도 (3차 감염) 사례가 조금 증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문제는 3차 감염을 넘어 4차 이상의 감염 사례가 발생할 경우다. 1차 감염자와 동선이 겹치지 않는 사례들을 통해 지역사회 내 감염을 통해 환자가 크게 늘어날 수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정은경 본부장은 4차 감염에 대해 "계속 확진자의 발견이 늦어지거나 확진자의 접촉자에 대한 파악이나 관리가 신속하게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에는 좀 더 기하급수적으로 감염자가 늘어날 수 있다는 의미"라며 "최대한 3차, 4차로 이어지지 않게끔 차단하는 데 최선을 다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우선 노출됐을 가능성이 높은 이태원 클럽·주점 방문자들, 특히 연락이 닿지 않는 사람들이 한시라도 빨리 진단검사를 받고 방역망 안에서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김우주 교수는 "3차 감염이든 4차 감염이든 방역망에서 파악을 하고 있다면 그나마 낫다"며 "아직도 2000명 정도가 연락이 안 되는데 여기서 감염이 진행되고 있다는 게 무서운 것"이라고 말했다.
용산구에 따르면 감염원에 노출됐을 것으로 보이는 이태원 클럽 9곳을 4월24일부터 방문한 사람은 1만2034명이지만 아직 2135명과 연락이 닿지 않고 있다.
김우주 교수는 "제발 본인과 가족, 동료를 위해 빨리 나와 검사를 받아달라고 호소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노출 위험군의 자발적인 진단검사에서 한걸음 나아가 숨어있는 환자들을 적극적으로 찾아낼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재갑 교수는 "지역사회 숨어 있는 감염자가 있는지 없는지 찾아 지역사회 위험도를 평가할 수 있는 툴(도구)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강력한 방법은 자원해서 검사하겠다는 사람들을 다 검사해주는 것"이라며 "아니면 학교 개학을 앞두고 아이들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학생과 교사를 무작위로 검사한다든지, 유흥시설 종사자들이 보건증을 받으러 올 때 검사를 하게 하는 등 고위험 시설들에 대해 무작위로 검사할 수 있는 길을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임재희 구무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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