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직·간접으로 보증하는 채권인 국채와 특수채 발행 잔액이 1천100조 원 선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미래 세대가 나중에 갚아야 할 나라빚이다. 정부의 확장적 재정정책 및 코로나19 사태 극복을 위한 적자 국채 발행과 서민형 안심전환대출 공급에 따른 특수채 발행이 늘었기 때문이다.
당분간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소비 위축 및 가계소득 감소로 세수가 줄어들 것으로 보이는 데다 고용대책 등을 3차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이 예고돼 있어 국채를 중심으로 발행 잔액은 더욱 증가할 전망이다.
나랏빚이 급격히 증가하는 것은 향후 국가 신용등급이나 저성장 시대에 대응할 여력이 줄어든다는 점에서 우려되는 대목이다.
1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8일 현재 정부가 발행하는 국고채·재정증권 등 국채와 공공기관이 발행하는 특수채 발행 잔액 합계는 1천98조4천억 원으로 올해 들어 78조3천억 원 증가하면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발행 잔액은 국채 753조5천억원, 특수채 344조9천억 원이다.
국채 발행 잔액은 올해 들어 65조7천억 원 늘었고 특수채는 12조6천억 원 증가했다. 두 채권의 발행 잔액이 지난 한 해 51조2천억 원 늘어난 것을 고려하면 올해는 4개월여 만에 80조 원 가까이 증가해 큰 격차를 보였다.
또 두 채권의 발행 잔액이 지난해 3월 28일(1천1조1천억 원) 처음 1천조 원 선을 넘은 지 1년 2개월 만에 1천100조원 선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어 증가 속도 역시 가팔랐다.
두 채권의 발행 잔액은 지난 2016년 2월 26일(900조9천억원) 900조원 선을 처음 넘은 이후 1천조원 선을 돌파하는 데 3년 1개월이 걸렸다.
이처럼 올해 두 채권의 발행 잔액이 급격히 증가한 데는 코로나19 사태와 서민형 안심전환대출 공급 영향이 크다.
정부는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경기 침체에 대응하기 위해 재정 지출을 늘리고 추경도 편성했다.
국회는 3월 본회의에서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11조7천억원 규모의 추경안을 통과시켰는데 이 중 10조3천억원은 정부가 적자국채를 발행해 마련한 것이다.
또 지난달 30일 모든 국민에게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기 위해 14조3천억원(지방비 2조1천억원 포함) 규모의 2차 추경안이 국회를 통과했는데 정부는 이 중 3조4천억원을 국채 발행으로 충당하기로 했다.
올해 들어 이달 8일까지 국채 발행액은 89조4천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65조2천억원)보다 24조2천억원(37.1%) 늘었다. 반면 상환액은 23조7천억원으로 지난해 동기(22조5천억원)보다 1조2천억원 증가하는 데 그쳐 잔액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태다.
특수채 발행 잔액은 5년 만에 큰 폭으로 증가했는데 서민형 안심전환대출 시행 영향이 크다.
정부는 작년 9월부터 가계 부채 감축을 위해 서민형 안심전환대출을 공급하기로 했고 이를 유동화하기 위해 한국주택금융공사가 주택저당증권(MBS) 발행물량을 늘린 것이 특수채 발행 증가로 이어졌다.
당분간 두 채권의 발행 잔액은 증가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정부는 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해 고용대책 마련을 위한 3차 추경을 준비 중인데 3차 추경 규모가 30조 원 수준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정부가 급하지 않은 사업은 좀 미루고 세출 조정을 계속 해나가겠지만 최대한 줄여도 3차 추경 때 자금 마련을 위해 적자국채 발행 규모가 20조원 정도는 되지 않을까 싶다"고 전망했다.
조 연구원은 "추경이 6월 국회에서 통과되면 실질적인 반영은 7월물부터 되겠지만 정부가 6월부터 발행 규모를 조금씩 늘려나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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