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경제 충격에 대응하기 위해 11조원이 넘는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편성한 가운데 올해부터 앞으로 5년간 중앙 정부가 거둬들일 돈이 연평균 2조5000억원 넘게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5일 국회예산정책처가 펴낸 '2019년 4분기 가결 법률의 재정소요 점검'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4분기 중 국회는 총 288건의 법률을 가결했다. 이 중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에 영향을 미치는 소위 '재정수반법률'은 107건으로, 전체의 37.2%를 차지한다.
107건 중 재정 수입에 영향을 미치는 법률은 31건이다. 예정처는 수입 부문 법률이 실제 시행되면 올해부터 2024년까지 연평균 2조5207억원의 수입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신용카드 사용 금액에 대한 소득공제 일몰 연장(-1조4340억원), 생산성향상시설 투자 세액 공제 확대(-3500억원), 중고 자동차 의제매입세액공제 특례 일몰 연장(-1457억원) 등 정부 정책에 기인한다. 전체 수입 변동 중 조세수입이 2조5206억원으로 99.9%를 차지한다.
국가 재정만 떼어놓고 보면 연평균 수입 감소액은 8조849억원까지 늘어난다. 지방소비세율이 15%에서 21%로 인상됨에 따라 지방자치단체의 부담액은 5조5461억원이 늘어날 전망이다.
비슷한 규모로 지출액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재정 지출 증감을 초래할 81개 법률이 시행되면 2024년까지 연평균 2조5769억원의 지출이 증가할 것이란 예측이다. 국가나 지자체가 반드시 일정액을 지출해야 하는 의무지출이 2조30억원으로 77.8%를 차지한다. 나머지 5730억원(비중 22.2%)은 재량지출이다. 국가 부담이 1조2587억원, 지자체 부담이 1조3173억원으로 각각 비중은 48.9%, 51.1%다.
경기 부양을 위해 재정 당국이 쓸 돈은 점점 늘어 가는데, 거둬들일 돈은 줄고 있는 양상이다. 지난 4일 임시 국무회의에서 11조7000억원 규모로 의결된 추경안으로 총수입은 2조5000억원 줄어들 것으로 계산됐다. 반면 사업 집행을 위한 총지출은 8조5000억원이 늘었다. 국가 재정의 건전성 지표인 국내총생산(GDP) 대비 관리재정수지의 적자 비율은 -4.1%로, 외환위기를 겪었던 1998년(-4.7%) 이후 처음으로 -4%대에 진입하게 된다.
정부는 추경안 외에도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민생·경제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패키지 대책을 내놓은 바 있다. 카드 사용액의 소득공제율은 2배로 대폭 높여주는 등 내수를 되살리기 위한 세제 혜택이 여럿 포함됐다.
기재부에 따르면 이 대책으로 인해 줄어들 세수 규모는 1조7000억원가량이다. 영세 개인사업자의 부가가치세 납부세액을 내년 말까지 간이과세자 수준으로 경감하고(2년간 -8000억원) 승용차 구입시 개별소비세를 70%까지 깎아주는(-4700억원) 정책들이 담겼다. 카드 사용액에 대한 소득공제율 상향에 따른 세수 감소액은 2200억원 정도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지난 3일 열린 제54회 '납세자의 날' 기념식에서 "코로나19 사태의 파급 영향을 최소화하고 위기를 조기에 극복하기 위해 총 1조7000억원 규모의 과감한 세제 지원을 실시했다"면서 "조속히 입법이 완료돼 시행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와 같은 비상시국에선 재정의 확장적 운영을 통해 경기를 끌어올리는 정책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지만, 과도한 재정 적자에 대한 관리에도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안창남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는 "과거 보수 정권 시절 감세 정책을 비판하면서 국가 재정 건전성을 그 이유로 들었던 현 정부가 집권을 하고 나니 지출을 늘리면서 건전성 우려를 키우고 있다"면서 "현재의 부채를 상환할 사람은 결국 미래 세대라는 점을 고려하면 적자 재정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꼬집었다.
안 교수는 "증세가 어렵다면 개인 기부금에 대한 세제 지원 등 다른 아이디어를 내서 정부 지출을 줄여야 한다"고 제언했다.
장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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